<호주 브레이크뉴스=다니엘 강 기자>
호주 언론에 대한 실망스러운 판결 결과가 법원에서 나왔다. 언론들이 반발하고 있어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작년 6월 호주 경찰이 공영방송 ABC 본사와 언론인의 가택을 압수수색한 데에 호주 연방법원은 17일(현지시간) 합법 판결을 내렸다.
ABC 방송의 데이비스 앤더슨 이사는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경찰의 갑작스러운 수색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언론인들을 향한 높은 수준의 위협이었다"고 불만을 표했다.
지난해 6월 호주 경찰은 정부 내부고발자가 유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를 했다며 ABC 방송과 호주 일간지 시드니모닝헤럴드 소속 정치 전문기자의 집을 수색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지난해 4월께 호주신호부(ASD)가 국내 디지털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관을 만들고 있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ABC 방송은 호주군이 201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를 비판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ABC 본사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호주 정부의 특수부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수천 건의 내부 조사 문건을 압수했다.
법정에서 경찰은 "보도를 시도한 방송사와 기자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며 수색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ABC 측은 연방경찰의 수색영장 발급 과정에서 벌어진 비합법적인 절차와 언론인의 취재 자료에 대한 경찰의 접근 수준에 대해 변론했으나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BC는 보수 성향인 자유국민연합이 집권한 호주 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지지한다면서도 "누구도 법 위에 설 수는 없다"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호주 미디어 연합은 "(법원의 판결은) 국민의 알 권리에 지속적이고 심각한 위협을 야기한다"며 성명을 냈다.
앤더슨 이사는 "호주 국가 보안법의 심각한 문제를 보여준 사건"이라며 "호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 파이브아이즈(FVEY) 동맹국 중에서도 아주 부담스럽고 비밀스러운 보안법을 시행 중이다"고 꼬집었다.
그는 "경찰의 수색은 첫 보도가 나온 뒤 약 3개월 뒤에야 일어났다"며 사실상 보복성 수사라고 주장했다.
호주에서는 최근 언론인을 상대로 한 수사가 늘어나고 있다.
작년 6월에는 호주 뉴스코퍼레이션의 한 기자가 정부 기관이 시민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보도를 한 뒤 긴급수색을 받기도 했다.
호주 언론인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스콧 모리슨 총리 집권 이후 전례 없는 정치적 압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매쿼리 대학의 캐서린 럼비 교수는 호주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이같은 분위기로 언론들이 뉴스를 다루는 방식이 점점 더 권위적으로 변화하는 게 목격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