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아 일하는 것이 요통은 물론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여러 연구가 과거에 나와 있는 가운데 지난해 새로운 조사 결과 그것이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다만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일정 시간마다 신체적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Pixabay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것, 척추 건강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디킨대학교 연구팀, 100만 명 대상 조사... “요통과의 직접 관련 없다” 분석
하루 8시간,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과학자와 의사, 인체공학자, 척추교정 전문가들은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것이 과연 어느 정도 척추 건강에 해가 되는지에 대해 연구해 왔다. 인간의 척추는 네 발로 다니던 조상으로부터 진화돼 왔다. 오늘날 인간은 하루 최소 8시간을 사무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어야 한다.
이것이 척추 디스크에 손상을 가하게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이전의 많은 연구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안 피던 담배를 피우는 것만큼의 영향을 준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더 많은 과학적 연구가 진행되면서 전문가들은 새로운 결론을 얻었다. ABC의 지난해 8월말 보도에 따르면 이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이전의 우려는 심각하게 과장되었으며,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도 등이 손상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척추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에서 지난해 진행된 이 대규모 연구는,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것이 등을 손상시킨다는 증거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동 대학의 다니엘 벨라비(Daniel Belavy)를 중심으로 한 연구팀은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한 대규모 리뷰(mega-review)를 41개의 체계적 검토와 결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것이 허리 통증과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일부 리뷰에서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요통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허리 통증과 앉아서 일하는 것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었다.
벨라비 박사는 “의자에 앉아 일하는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휴식을 취하면서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그것이 요통을 유발하는가’라는 한정된 관점에서 본다면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앉아 있다 보면 등의 통증을 느낄 수는 있다. 다만 이는 근육이나 뼈가 손상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지탱하면서 나타나는 통증이다. 벨라비 박사는 이에 대해 “짐(gym)에 가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결국 근육들이 피곤해져 다소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 보면 등의 통증을 느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근육이나 뼈가 손상된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지탱하면서 나타나는 통증이라는 것이 이 새로운 연구를 진행한 디킨대학교 연구팀의 설명이다. 사진은 디킨대학의 요통 및 척추 수석연구가 다니엘 벨라비 (트위터)
“정기적으로 일어나
몸을 움직일 것...”
그렇다면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일하는 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이는 과연 과거의 주장대로 흡연을 하는 것만큼이나 몸에 해로울까?
벨라비 박사는 “이에 대한 초기 연구의 일부는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지만 보다 많은 연구 데이터들은 건강 위협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이를 보여주는 자료가 있다. 미국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의자에 덜 앉아 있을 경우 10만 명 당 190명의 사망자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모든 남성 흡연자가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고 가정하면 10만 명 당 1,554명의 사망자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앉아 있는 것이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것만큼 나쁘지는 않다는 결론이다. 그 이유는, 우선 사람들이 활동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건강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에 적어도 150분의 적당한 신체활동을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다. 심장 및 당뇨 연구기관인 ‘Baker Heart and Diabetes Institute’의 데이빗 던스턴(David Dunstan) 교수는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의 혈당수치를 정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다.
우리가 음식물을 섭취하면 몸은 음식물을 혈액 속의 설탕으로 바꾼다. 그 설탕은 근육, 특히 크고 강한 허벅지 근육에 의해 흡수되어야 한다.
반면 앉아 있을 경우 근육이 작동하지 않음에 따라 설탕이 필요치 않게 된다. 던스턴 교수는 설탕이 혈액에 남아 장기적으로 인슐린에 대한 민감성을 손상시켜 당뇨와 고혈압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앉아 있게 되면 혈류도 느려지게 된다. 던스턴 박사에 따르면 이 혈류는 의자에서 일어나 움직일 경우 혈액을 순환시킨다. 이는 바람직한 것으로, 인체 내 나쁜 요소들을 제거하고 포도당을 근육에 주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고 항상 운동을 할 수는 없다. 사람은 자기에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던스턴 교수는 30분마다 작은 움직임으로 오래 앉아 수행해야하는 업무환경에서 육체적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당뇨가 있는 이들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앉아서 일하는 증간중간 운동을 하게 되면 혈당치가 떨어지고 인슐린 수치도 개선된다”는 것이 던스턴 교수의 조언이다.
▲ 책상에 앉아 있는 이들을 위한 조언
(데이빗 던스턴(David Dunstan) 교수)
- 60초의 쪼그려 앉기(squat)
- 60초의 무릎 펴기
- 60초의 카프레이즈(calf raise. 가자미근이라고 하는 종아리의 심부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운동)
- 매 30분마다 수행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