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방송이 호주 전역 5만4천 명을 대상으로 삶과 관련된 다양한 부문들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Australian Talks National Survey’에서 이웃간 친밀감(neighbourhoods) 정도를 확인한 결과 빅토리아 주의 워동가(Wodonga)가 NSW 주 일부 지역(연방 선거구 기준)과 함께 가장 높은 친밀도를 보였다. 사진은 인구 10만여 명의 빅토리아 내륙 도시 워동가 중심지. 사진: Wikipedia
Neighbourhood... 호주에서 가장 친근감 있는 지역은 어디?
‘Australian Talks National Survey’... 시드니-멜번, 크게 뒤쳐져
“Neeeeeeiiiiighbours… everybody needs good neighbours.”
호주 최장수 프로그램인 소프 드라마 ‘Neighbours’의 시그널 음악에 나오는 가사의 한 대목이다.
이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다면 호주에서 이웃간 가장 친근하게 지내는 이들은 멜번 사람들이며(이 드라마 촬영지가 멜번이다), 그 가운데서도 램지 스트리트(Ramsay Street)에 거주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할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램지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주택가는 드라마를 위한 가상의 거리일 뿐이다. ‘Neighbours’ 드라마가 촬영되는 실제 거리는 멜번(Melbourne) 동쪽, 버몬트 사우스(Vermont South)에 있는 막힌 거리(cul-de-sac) 핀 오크 코트(Pin Oak Court)라는 이름의 주택가이다.
더욱이 ‘Neighbours’라는 드라마가 주는 이웃 간의 따뜻한 정감과는 달리 멜번은 그런 우호감이 가장 적은 곳으로 꼽혔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 ABC 방송이 ‘Australian Talks National Survey’라는 이름으로, 호주 전역 5만4천 명을 대상으로 호주국민들의 삶과 관련된 다양한 부문들을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의식 조사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방송은 이 조사에서 특정 질문을 제시하고 이에 대해 ‘강하게 동의’, ‘중립적인 의견’(동의도 반대도 아닌), ‘강하게 동의하지 않음’ 등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Australian Talks National Survey’의 항목 가운데 하나인 ‘most and least friendly neighbourhoods’는 호주 내 각 ‘지역’ 거주민의 특색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ABC 방송은 이 조사에서 호주 각 ‘지역’을 ‘region’이나 보다 적은 규모의 ‘suburb’ 대신 ‘연방선거구’ 구역으로 보다 확대해 구분했는데, 그 결과 응답자 개개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이웃 거주민의 이름을 잘 알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거나 ‘강하게 동의’한 이들이 가장 적은 지역은 멜번으로, 그 비율은 38%였다. 시드니 또한 ‘neighbourhoods’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어서 멜번과 유사한 39%에 불과했다. 시드니에 이어 이웃과의 친근한 유대감이 적은 곳은 멜번 남서부 랄러(Lalor)로, 이웃 거주민에 대해 알고 지내는 이들의 비율은 42%였다.
전국 민간 조직인 ‘Relationships Australia’가 추진하는 ‘National Neighbour Day’의 샘 로빈슨(Sam Robinson) 대변인은 “neighbourhoods 관련 조사에서 대도시 지역이 순위의 맨 아래에 있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는 반응이다.
“멜번의 낮은 비율에 대해 비난할 마음은 없다”는 그녀는 “대도시 사람들은 매일 아침 직장으로 나가야 하며, 출퇴근 시간이 길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고밀도 주거지에서 생활함에 따라 이웃과 가까이 대면할 여건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도시 거주자들의 경우 낯선 사람에 대해 다른 지역 거주자들보다 개인적 안전을 더 우려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Most neighbourly’는
VIC의 인디(Indi) 지역구
멜번에 거주하며 배우로 일하는 마크 마수디(Mak Masudi. 24)씨는 최근 멜번 북동부, NSW 주 경계에 가까운 인디(Indi) 지역에 자리한 인구 10만여 명의 지방 도시 워동가(Wodonga)로 이주했다.
이번 조사에서 인디 지역은 ‘Lyne’(northern NSW), ‘Gilmore’(South coast NSW), ‘Cowper’(north coast NSW) 지역과 함께 ‘많은 이웃들과 잘 알고 있다’는 데 ‘동의’하거나 ‘강하게 동의’한 비율이 75%에 이르는, ‘most neighbourly’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빅토리아 주의 연방 선거구 중 하나인 인디 지역구는 마수디씨가 새로 정착한 워동가와 함께 완가라타(Wangaratta), 베날라(Benalla)를 비롯해 글렌로완(Glenrowan), 유로아(Euroa), 야칸단다(Yackandandah), 브라이트(Bright), 마이틀포드(Myrtleford)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케냐 난민센터에서 호주로 이주한 마수디씨는 워동가로 거주지를 옮긴 뒤 친절한 이웃에 감동했다고 말한다.
“그곳으로 이주했을 때 나는 그 도시에 거주하는 소수의 아프리카 출신 소수민족 중 하나였다”는 그는 “하지만 모든 이들이 진심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이웃들은 그를 저녁 또는 점심에 초대하거나 그의 집을 방문, 선물을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마수디씨는 “처음에는 이웃 사람들의 관심과 친절이 이상하게 생각되기도 했지만 이들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멜번에서 거주하다 워동가(Wodonga)로 이주한 케냐 출신의 마크 마수디(Mak Masudi)씨. 그는 이 지역사회의 우호적 분위기에 놀랐다고 말한다. 사진: Seun Omolewa
‘neighbourly’의 배경은 무엇?
로빈슨 대변인은 인디 지역에 대해 “본래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져 온 곳”이라고 말하며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지난 2002년, 야칸단다에 있는 한 주유소가 재정 문제로 문을 닫겠다고 공지한 적이 있다. 지역민들에게 ‘7일 후 주유소를 폐쇄할 것’이라고 밝히자 야칸단다 커뮤니티는 이 지역의 서비스 시설이 문을 닫을 경우 커뮤니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 이 주유소가 계속 유지되도록 거주민들이 투자하기로 결정했고, 지금까지 이 주유소는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
로빈슨 대변인은 “어떤 커뮤니티이든 서로가 긴밀하게 연계되어야 할 필요성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G'Day라는 인사, 일반적인 ‘welcome’은 지역문화의 일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진정한 네이버후드 정신이 보다 나은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는 얘기다.
출처: 보건성 자료: Head to Health
“누구나, 인정받을 때
소속감이 생긴다”
로빈슨 대변인은 또한 “누구든 자신을 알아봐주고 인정할 때 강한 소속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동가 인근, 완가라타(Wangaratta)에 거주하는 롭 월리(Rob Whalley)와 존 데이비스(John Davis) 커플도 이 말에 동의한다. 이들은 지역사회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세속적 의식(civil ceremony)으로 결혼식을 가진 앵글리칸 교회의 사제였다. 하지만 교회는 이 결혼이 성공회 의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혼인을 인정하지 않았다.
데이비스 사제는 “성공회 교단의 결혼 불인정에 대해 완가라타 공동체가 부정한 것으로 볼 것이라 생각했지만 완가라타 거주민들은 우리를 부부로 인정하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 커뮤니티에는 도시 지역에서 인정하지 않는 아주 평범하고 상식적인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종교계에서 거부하는 LGBTQI(성소수자) 사람들과도 거리낌 없이 어울린다”는 데이비스 사제는 “문제는 각자가 상대에게 어떤 존경을 표하고 관심을 기울이는가 하는 것”이라며 “대도시가 아닌 이 작은 타운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서로를 더 존경하고 보살피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의식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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