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뭄과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지역 일자리 감소로 지방 지역 거주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난여름의 산불이 또 한 번 타격을 가함으로써 지방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는 도시와 지방 지역간 재정적 안정도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31일 산불이 덮쳐 큰 피해를 입은 NSW 주 사우스코스트(South Coast) 지역의 모고(Mogo) 타운. 사진 : twitter / Sydney Morning Herald
재건노력 미흡... 지방지역 각 타운 거주 인구 크게 감소될 수도
호주 각 주 도시와 지방 지역간 재정적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지난여름 시즌, 호주 전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로 지방 타운 거주민들이 각 주 대도시(capital city)로 이주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각 지방인구의 감소 위험이 있다고 최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한 경제학자의 우려를 전했다. 특히 피해지역의 복구 계획은 해당 지역 거주민의 대도시 이주를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투자은행 ‘AMP Capital’의 수석 경제학자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연구원은 “지난여름 산불은 제조업 붕괴와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지역에 위험한 타격을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지방 커뮤니티는 기후가 악화되는 상황에 대처, 향후 피해를 줄이는 방식으로 재건되겠지만, 근본적인 회복력을 갖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그렇기에 아마도 산불피해 지역 거주민들이 각 지역 대도시로 이주하는 것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진단했다.
올리버 연구원에 따르면 지방 지역 거주민들의 이주 움직임은 주요 도시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재정적 문제 때문이다. 시드니, 멜번(Melbourne), 브리즈번(Brisbane)의 경우 가계 재정은 호주 전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반면 지난해의 가뭄,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지방 지역의 일자리 둔화는 갈수록 경제적 어려움을 주고 있으며, 여기에다 산불이 또 한 번 타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ME Bank’가 호주 가계재정 안정도를 측정한 가장 최근의 ‘Household Financial Comfort Index’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6개월 사이 호주 전역의 지방 지역 가계재정 안정도는 4%가 하락해 10을 기준으로 5.08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주요 도시 가계재정은 매년 두 차례씩 증가, 현재 5.76으로 집계되어 있다.
이 지수에서 지방 지역과 대도시 사이의 재정안정 격차는 평균 7% 수준에서 지난해 하반기 6개월 사이에는 13%로 벌어졌다. 이는 ‘ME Bank’가 재정안정 지수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11년 이래 가장 큰 격차이다.
이번 조사에 응한 지방 지역 거주민들은 6개월 전에 비해 가계저축, 재정적 비상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 은퇴 이후의 생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답했다.
반면 시드니 및 멜번 거주자들은 부동산 가치 상승, 특히 향후 주택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재정적 자신감이 높았으며, 지금의 부채(주택담보 대출) 수준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이전 조사에 비해 증가했다.
‘ME Bank’가 경제 자문회사인 ‘DBM Consultants’에 의뢰, 1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최근의 ‘Household Financial Comfort Index’ 조사는 지난해 12월 초 온라인으로 진행된 것이다. 따라서 12월 이후 NSW 및 빅토리아(Victoria) 해안 지역을 순식간에 황폐화시킨 연말의 극심한 산불 피해는 이 조사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이는 지방 지역민들의 재정적 자신감이 더욱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ME Bank’의 제프 아우턴(Jeff Oughton) 경제연구원은 “지방 지역민들의 재정적 자신감 하락이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지역 정책과 기반시설 등 구조적 문제도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지방 지역과 대도시간 재정적 안정 격차가 심화되면서 특히 이번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커뮤니티를 재건하고 사업체를 복구하는 노력은 더욱 절실해졌다.
최근 ‘호주 비즈니스협의회’(Business Council of Australia)는 지난 연말 산불로 순식간에 타운이 황폐화된 NSW 사우스코스트(South Coast)의 모고(Mogo)에서 피해자들이 임시 매장(pop-up mall)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BizRebuild’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거주인구 300여 명의 작은 타운 모고는 지난해 12월 31일, 인근의 클라이드 마운틴(Clyde Mountain)에서 시작된 산불이 갑자기 마을을 덮쳐 상당한 피해를 입은 곳 중 하나이다.
이 지역 유로보달라 카운슬(Eurobodalla Shire)의 제니퍼 웨스타코트(Jennifer Westacott) 시장은 “지방 지역 일자리가 없다면 지방 커뮤니티는 (인구 이주로) 사라질 위험에 있다”면서 “우리(카운슬)의 목표는 지역 경제 회복과 산불피해 타운을 더욱 강하게 재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 정부는 이번 산불로 피해를 입은 소기업을 위해 긴급 자금을 투입했지만 4천만 달러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목재산업을 비롯해 기타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해 있다.
앞서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총리는 “정부 예산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것보다 산불피해를 복구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를 위한 20억 달러의 지원금 책정을 약속한 바 있다.
김지환 객원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