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브레이크뉴스=서지원 기자>
호주 정부가 세입자를 6개월간 보호하기로 결정 했다. 이번 결정으로 경제난에 빠진 한인 상권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29일 밤 스콧 모리슨 총리의 기자회견에서 2인을 초과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방안을 밝히며 세입자에 대한 6개월 퇴출 유예 조치를 언급했다.
이날 총리는 “일요일 밤 내각회의가 끝난 후, 정부가 재정난으로 인해 임대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사람들 또는 사업체들에 대해 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적 비상사태에서 많은 세입자가 임대인과의 약속을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라며 “재정적인 문제로 인한 세입자들의 강제 퇴거를 금지하는 모라토리엄(Moratorium, 지급유예 기간) 형식의 구조가 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총리는 “오늘 밤 회의에서 논의된 결정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이 있을 것이다”라며 “국무회의에서 여러 가지 원칙에 대해 합의했으며, 성명을 통해 발표하겠다"고 말해 곧 공식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모라토리엄은 국제적으로 한 나라가 국제수지 적자가 엄청나게 불어나 외채이자 지급불능 상황이 되면 일시적으로 모든 채무의 지급정지 선언을 하는 것을 말하지만 이번 총리가 언급한 이 말은 국가가 아닌 개인 간의 형식이라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발표에 대해 그동안 정부가 세입자 문제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급선회한 결정이라는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 여당은 국가적 재난 사태로 인한 경제부양책이 만족도가 높지 않다는 시민들의 입장과 야당인 노동당의 강력한 세입자 보호 주장에 대해 성의를 보여주었다는 해석이지만 일각에서는 강력한 봉쇄 정책 직후 손을 내미는 전형적 ‘병 주고 약 주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발표에서 총리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임대인, 은행 등이 임차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지적하는 등 민심 돌리기에 집중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세입자에게 얼마만큼의 유리한 부분이 작용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부의 일방적인 조치로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게 되는 임대인들의 불만에 대해 효과적인 지침이나 세부사항들이 이해 할 수 있는 범위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총리가 이날 언급한 부분 중 “세입자들, 특히 상업용 세입자들, 그리고 상업용 지주들에게 보내는 나의 메시지는 매우 간단한 것이다. 우리는 당신들이 앉아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폐업 위기의 사업체들을 살펴보길 원한다”라고 말한 의도는 정부가 되도록 개입하지 않는 범위에서 세입자와 임대인의 합의를 이끌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한편 호주 정부의 입장과 관련해 우리 교민 상권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강력한 사회적 봉쇄 조치로 인해 상권 자체가 마비된 상황에서 임대료에 대한 부담으로 손을 놓고 있었던 교민들에게 급한 불 끄기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
교민 S 씨는 “일부 한인 상권에서는 점포를 폐쇄하거나 배달 서비스로 방향을 전환하는 등 다각적인 모색을 하고 있지만 운영 자금이 없는 교민들은 벌써 임대료 지급을 못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조치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교민도 있다.
시드니 교민 J 씨는 “어차피 같은 임대료를 6개월 후에 지불해야 한다면 빚만 잔뜩 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라며 “근본적인 정책은 이번 기회에 임대료를 내리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코로나 19가 장기간 지속한다면 경제를 받치고 있던 소상공인들의 뿌리마저 뽑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호주 정부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