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onavirus shutdown’ 상황에서 특히 35-44 연령층의 여성 음주량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조사한 ANU 연구팀은 스테르스와 불안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 : Flickr / Flood G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조사... 20%가량, 평소보다 음주 늘어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많은 부분을 바꾸어 놓았다. 감염자 차단을 위한 ‘셧다운’은 한순간 수십 만 명의 실업자를 만들어냈으며, 재택근무와 홈 스쿨링(home-schooling), 지방이주 증가, 심리적 압박과 우울감 등이 그것이다.
이런 여러 변화들 가운데 또 한 가지 두르러진 것이 있다. 세계적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 제한조치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알코올에 의지한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ANU)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호주인 가운데 거의 20%가 ‘Coronavirus shutdown’ 상황에서 평소에 비해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했다.
ANU의 조사대상 가운데 3분의 1은 한 주에 3~4잔정도 음주량이 늘었으며, 26.4%는 한 주에 5잔 이상 마셨다는 답변이었다. 일반적으로 음주량을 과소 보고하는 경향을 있음을 감안할 때 실제 마신 양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조사는 제한조치 속에서 추가로 가족을 간병해야 하는 여성의 경우 음주량이 더 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사를 진행한 ANU의 선임연구원 니콜라스 비들(Nicholas Biddle) 교수는 “유급 업무를 지속한 여성의 경우 추가적인 스트레스가 가해진 가운데 이들의 ‘비급여 업무’(가사, 가족 돌봄 등) 또한 증가했다”며 여성들의 음주량 증가를 설명했다.
호주 보건당국의 음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한 주에 10잔 이하의 음주량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음주의 안전 수준이나 건강상의 이점은 없다.
ANU의 연구팀은 지난 달(5월) 한 달 동안, 호주 전역 3,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제한 조치 상황에서의 음주량을 조사한 뒤 이를 지난 2년간의 음주습관과 비교했다.
음주, 스트레스 완화 수단으로...
조사 결과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음주 가능성이 1.3배 높았다. 특히 음주량이 늘어난 여성은 대학을 졸업한 35-44세 연령층에서 가장 많았다.
평소 한 주에 3일 이상 음주를 했던 이들은 COVID-19에 의한 추가적인 압박감으로 술을 마시는 경향이 더 컸다.
남성과 여성 모두 음주량이 늘어난 주된 이유는 ‘Coronavirus shutdown’ 상황에서 집에 갇혀(?) 있어야 하며, 술을 마시지 않는 장소(직장)로 나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가운데 여성의 경우 음주량 증가 요인이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기인한 반면 남성은 지루함과 실직, 업무시간 감소가 알코올 소비 증가로 이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전, 건강이 좋지 않았던 남성 및 보다 나은 지역에 거주하는 남성들 또한 제한조치 속에서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간병과 음주 사이의 연결고리
연구원들은 ‘Coronavirus shutdown’ 상황에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음주량이 증가한 것에 대해 돌봄의 불균형(imbalances in caregiving)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족구성원을 돌보아야 하는 여성의 수는 올해 초반, 더 증가(18.6%에서 20.9%)했으며 이들 가운데 3분의 1은 이전에 비해 음주량이 더 많아졌다는 답변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에 대한) 돌봄의 책임을 가진 남성은 이전 4.1에서 5.9% 증가했을 뿐이다.
비들 교수는 “비교적 짧은 기간(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제한 조치 기간) 동안 여성들의 음주 패턴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정부 정책에 이것이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에게 있어 스트레스와 시간적 압박감, 그들 스스로의 복지, 가족 구성원에 대한 걱정 등이 음주량 증가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 정책을 통해 여성들이 갖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카슬대학교(University of Newcastle) 심리학자인 샐리 헌트(Sally Hunt. 사진) 교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대처하고자 음주를 하는 경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확률이 높다고 우려했다. 사진 : University Of Newcastle 제공
‘음주’라는 새로운 습관, 고착되나
뉴카슬대학교(University of Newcastle) 심리학자인 샐리 헌트(Sally Hunt) 교수는 35-44세 연령층의 여성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와 같은 시기에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헌트 교수는 “물론 44-55세 사이 여성의 경우, 높은 음주 위험 계층”임을 전제하면서 “35세에서 55세 사이 여성은 대개 자녀를 두고 있고 풀타임 직종에서 일하며, 업무 후에는 자녀를 돌보는 역할을 한다”며 “이는 꽤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염병 학자이자 알코올 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플린더스대학교(Flinders University) 엠마 밀러(Emma Miller) 박사는 “행복과 불행의 시기에 알코올은 여성들의 삶에서 두드러진 위치를 보이곤 한다”고 설명했다.
“술은 좋은 행동,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하나의 보상 측면에서 강한 의미를 갖는다”는 밀러 박사는 “반면 자신에게 닥친 좋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일종의 구원과도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헌트 교수는 ‘Coronavirus shutdown’이 완화되면서 늘어난 음주 습관이 계속될런지 아닌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을 겪어본 바 없기 때문”이라는 그녀는 “앞으로 연구원들이 이를 이해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트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 제한조치에 따른 스트레스 가중을 알코올에 의지했다면 우선 본인의 높은 불안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알코올 연구-교육재단(Foundation for Alcohol Research and Education. FARE)은 제한조치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 요인들에 대처하는 정부의 즉각적 정책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FARE의 카테리나 지오르지(Caterina Giorgi) 위원장은 여성들의 음주량 증가를 우려하면서 “각 주 정부들이 주류 업계의 공격적 마케팅에 대처하고 심야 음주장소 및 온라인을 통한 주류 배달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