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32개 국가, 50만 명의 개인 자료를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 개개인의 행복감은 47.2세에서 가장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이런 불행감을 기반으로 이후에는 스스로 즐거운 삶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며 행복감은 다시 반등한다. 사진은 중년 직장인들의 한 파티 테이블. 사진 : Pixabay
‘다트머스 칼리지’ 노동경제학자 연구, ‘Happiness curve’ 이론 뒷받침
‘중년의 불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 이후의 삶에서 스스로 행복감 찾기도
올해 47세인 조디 허스트(Jodie Hirst)씨는 요즘 인생의 교차로에 서 있는 느낌이다. 장남인 칼렙(Caleb)은 집을 떠나 독립했고 막내인 아이삭(Issac)은 청소년기의 나이임에도 아직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아이’일 뿐이다. 조디씨는 “나는 내 인생을 다시 생각하는 시점에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허스트씨는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인 게 틀림없는 듯하다. ‘인생의 불행 시기’를 연구한 미국 하노버(Hanover) 소재 ‘다트머스 칼리지’의 노동경제학자 데이빗 블란치플라워(David Blanchflower) 교수에 따르면 ‘중년의 위기’는 47세 즈음에 심하게 닥친다.
블란치플라워 교수는 최근 한 개인의 인생에서 행복과 불행의 정도를 알아보는 위한 두 건의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 세계 132개국, 50만 명의 개인자료를 입수한 그는 이를 통해 선진국 거주자들의 경우 개인의 행복도는 47.2세에 최저점에 이른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개발도상국 사람들이 가장 불행감을 느끼는 시기는 48.2세였다.
올해 67세의 블란치플라워 교수는 미 경제 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자신의 인생과도 맞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50세를 전후해 중년의 위기가 있으며, 나 또한 이 시기의 행복감이 최저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블란치플라워 교수는 “하지만 (연구 자료에 나타난) 대부분의 사람들을 보면, 이후부터는 상황이 좋아진다는 분명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인생의 행복감이 47.2세에
바닥을 치는 이유는...
성별, 교육, 노동력 상태 등을 기반으로 한 블란치플라워 교수의 이번 연구는 성인이 된 이후 10년간 개인의 행복 수준이 낮아진 이후 40대 후반 또는 50대 초반에서 바닥을 친 후 다시 상승세로 전환된다는 ‘행복 곡선’(happiness curve. 장기간에 걸친 개인의 행복도를 보여주는 곡선으로, 주로 U자 모양을 보인다) 이론을 뒷받침한다.
사실 40대 후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위 ‘샌드위치 세대’ 또는 고령이 된 부모와 어린 자녀 등 가족을 돌보아야 하는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충분히 공감되는 결과이다.
올해 47세의 조디 허스트(Jodie Hirst)씨.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현재 가장 낮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장남인 칼렙(Caleb)은 자신을 떠나 독립했고 둘째 아이삭(Issac)은 청소년기를 보내지만 아직도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이다.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사진 : Jodie Hirst 제공
‘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조니 테일러(Johnny Taylor) 대표는 “이 시기의 중년들은 재정적으로 자녀 교육비용을 지불하면서 동시에 부모의 건강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며 “그 스트레스가 심하게 나타나고 개인의 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40대 후반의 노동자들은 중간관리직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샌프란시스코 기반의 심리치료사인 테스 브리검(Tess Brigham)씨는 “낮은 직급에서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를 맡는 것이 개인의 행복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존스 홉킨스대학교 ‘명상 프로그램’(Mindfulness Program) 담당자인 네다 굴드(Neda Gould) 박사에 따르면 ‘후회와 불확실성’이 (개인의 행복감에) 또 다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녀는 “우리는 우리가 후회할지도 모르는 경험을 되돌아보고 그 다음 단계가 어찌 될런지 기대한다”며 “이것이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정치적 풍토 또한 개개인의 행복감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다. 블란치플라워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중년층의 경우 지난 2008년과 09년의 경제적 침체 이후 더딘 경제성장기에 적응하는 데 특별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중년층에게 있어 행복에 대한 순항과 경제적 침체의 상호작용은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온 주요 사회-정치 및 건강상의 중요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년의 불행 이후 행복감, 다시 반등
블란치플라워 교수의 이번 연구가 주는 좋은 뉴스는, 중년의 불행을 경험한 이들 대부분의 행복감이 다시 반등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행복감이 다시 반등하는 세 가지 잠재적 요인이 있다고 설명한다. 중년의 행복을 경험한 대부분이 △자신에 대한 기대를 재조정하고, △(행복감을 성취하지 못한) 다른 이들을 보면서, 그리고 △긍정적으로, ‘감사의 자세’로 생활하는 이들이 더 장수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전 세계 50만 명의 개인 자료를 기반으로 개개인의 행복감을 연구한 미국 다트머스 컬리지(Dartmouth College) 노동경제학자 데이빗 블란치플라워(David Blanchflower) 교수(사진). 그는 자신의 삶 또한 40대 시기에 가장 행복감이 낮아졌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사진 : David Blanchflower 제공
‘Society for Human Resource Management’의 조니 테일러 대표, 심리치료사인 테스 브리검씨, 존스 홉킨스대학교 임상심리학자 네다 굴드 박사 또한 블란치플라워 교수의 분석, 즉 개개인의 마음다짐, 감사의 표현이 개개인의 행복감을 높인다는 것에 동의한다.
브리검씨는 “이는 개개인이 현재 소유한 것에 감사하고 그 순간 더 많은 점을 배우는 것에 관한 문제”라며 “자신의 모든 자산을 처분하고 세계 일주를 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변화로 자신이 원하는 더 많은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년의 불행을 기반으로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47세의 조디 허스트씨,
“다시 내 삶의 행복 찾을 것”
‘인생의 교차로’에 서 있는 것 같은 불행감을 느낀다는 허스트씨는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고 언젠가는 남은 자녀들이 자신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삶이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오히려 그녀는 “30대 때와 비교해 앞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고, 그런 자신감이 있으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시간과 재정적 여유도 있다”면서 “내 미래가 나에게 어떤 것을 가져다줄런지 아직 알지 모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허스트씨는 이어 “나는 이 아름다운 호주 전역을 여행하고 싶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람선에서 일을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블란치플라워 교수의 분석처럼 스스로 겪은 낮은 행복감을 기반으로 그녀는 자신의 삶을 보다 알차게 만드는 길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