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번을 중심으로 빅토리아(Victoria) 주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가 세 자릿수를 기록함에 따라 주 정부가 6주간의 두 번째 록다운(lockdown) 시행을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2차 감염자 대거 발생이 지역사회 전파임을 주목하면서 감염경로 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록다운(lockdown) 시행 첫날인 지난 9일(목) 아침, 행인이 끊긴 멜번의 한 외곽 지역 거리. 사진 : ABC
바이러스 전문가들 경고, 지역사회 내 감염으로 발생경로 추적 어려워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이 세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2차 확산 우려를 낳은 빅토리아(Victoria) 주가 7월 9일(목)부터 6주간의 두 번째 록다운(lockdown)을 시행했다. 연방정부가 COVID-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시행한 제한조치가 부분적으로 해제된 지 불과 한 달여 만이다.
빅토리아 주 다니엘 앤드류스(Daniel Andrews) 주 총리는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하면서 “수개월 전과 비교할 때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은) 더 불안정하고 도전적이며 심각한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고의 배경에 대해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며 “그것은 지역사회 전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연방정부가 3단계의 강력한 제한조치를 시행할 당시 호주는 매일 수백 건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멜번(Melbourne)에서 발생한 신규 감염자 수보다는 적은 수치였다.
소아과 전문의이자 전 의학 연구원이었던 케이티 앨런(Katie Allen, 자유당) 연방 의원은 “1차 감염 사태와 비교해 최근 빅토리아 주의 환자발생 급증이 다른 점은, 호주 내 감염자들로 인해 전파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앨런 의원은 지난 8일(수) ABC 방송 전국 라디오 채널인 ‘RN Breakfas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2차 파동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또 다른 요인으로 신규 감염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앨런 의원에 따르면 첫 번째 전염병 급증의 90%는 해외에서 유입된 이들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엄격한 격리를 통해 이를 억제할 수 있었고 나머지 10%의 감염자에 대한 추적도 가능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최근 멜번을 중심으로 한 빅토리아 주의 감염자 급증 상황은 국내에서 감염된 사례들이며, 신규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어디에서 감염되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라 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 전염병 전문가인 하산 밸리(Hassan Vally) 박사는 “바이러스 감염자가 국지적으로 발생됨으로써 이의 확산을 막는 것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마도 감염자 급증에 대처하고 감염경로를 추적하는 등 2차 전파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인력도 한계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우리는 하루 200여 건의 신규 사례가 2천 건으로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밸리 박사는 이어 “코로나 바이러스 대처의 어려운 점은 누군가 감염되었을 때와 증상을 보이는 시점 사이의 지연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을 때, 그 증상이 나타나기까지는 5일에서 10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사이, 감염자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다른 사람과 접촉할 수 있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호주는 어느 정도 지역사회 전염이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격리’와 ‘접촉자 추적’을 통해 효과적으로 신규 발생을 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두 자릿수 감염자가 발생하던 멜번에서 지난 며칠 사이 세 자릿수로 증가하면서 보건 당국은 각 환자에 대한 감염경로 추적이 불가능하게 됐고, 주 정부는 다시금 제한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 전문가이자 보건 관련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노만 스완(Norman Swan) 박사는 “록다운 조치는 COVID-19를 통제하는 데 아주 적절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ABC 방송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프로그램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증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asymptomatic) 잠복기(presymptomatic)에 있는 이들을 놓칠 수 있기에 폐쇄조치는 감염자 확산 차단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층 감염자의 경우 대개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통해 또 다른 환자가 발생한다”며 폐쇄조치의 중요성을 덧붙였다.
지역사회 전파, 대책은?
이런 점에서 밸리 박사는 지금까지 빅토리아 주 정부의 록다운 결정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감염자 및 잠재적 감염자 격리, 가능한 더 많은 이들을 진단하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역사회를 폐쇄하는 것은 인적 상호교류를 막음으로써 바이러스 확산을 더욱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가 급증, 다시금 제한조치가 취해진 빅토리아 주는 보다 엄격한 거주민 통제를 시작했다. 사진 : ABC
아울러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책임도 있다. “개개인이 보건당국의 규정을 적극 따르고 이행하는 것이 확산을 막는 길”이라는 밸리 박사는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을 유지하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전체의 노력이 새로운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불가피하게 누군가와 접촉해야 한다면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호주의 다른 지역은...
이와 함께 밸리 박사는 현재 멜번 상황을 감안할 때 호주의 다른 도시나 지역 또한 새로운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완 박사 또한 같은 의견으로, “NSW 주의 경우 지난 3단계 제한조치 이후 신규 감염 사례가 극히 낮았기에 더욱 경계해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엄격하게 이어가는 등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밸리 박사는 “아직 COVID-19 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는 최대한 감염자 발생을 억제하는 미묘한 균형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이어지고 있지만 신규 사례가 늘어날 위험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적어도 6개월 동안, 아마도 6개월에서 12개월 또는 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이 저울을 탐색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신규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