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 속에서 특히 ‘화이트칼라’ 직업난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 구인대행 에이전시에 따르면 알자리 하나에 신청자가 300명 이상에 달한다. 사진 : Pixabay
일자리 한 개에 300명 이상 몰려... ‘경제’ 자신감 회복이 관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전염병 사태와 함께 ‘JobKeeper’ 및 ‘JobSeeker’ 지원을 제공했던 정부의 고민은 앞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데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되자마자 마가렛 앤 옥슨엄(Margaret-Anne Oxenham)씨는 일자리를 잃었고, 이 전염병에 감염된 남동생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내게 닥친 이런 불행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한 회사에서 고위 간부의 비서로 일했던 그녀는 아직 더 일할 수 있고 또 재정적으로 은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에 새 직장을 찾기 시작했다. 운이 좋게도 그녀는 법률회사에서 같은 업무의 일자리를 얻었다.
뮤지컬 배우인 매디슨 맥코이(Maddison McKoy)씨 또한 일자리를 구하는 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부분 공연이 중단된 지금, 그는 일자리를 잃게 된 이들을 지원하는 ‘JobSeeker’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뮤지컬 ‘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에서 바이올렛의 아버지 보레가르드(Beauregarde) 역할을 맡았던 그는 브리즈번(Brisbane)에서의 공연 중 ‘Coronavirus shutdown’으로 극장이 문을 닫게 됐고, 그는 한 순간에 실업자가 되어 시드니로 돌아왔다.
배우이면서 회계사 자격을 가진 그는 뮤지컬 팀의 동료들보다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 일(회계사 업무)을 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Coronavirus shutdown’이 시작된 지난 3월 말 이후 지금까지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그는 “힘든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라고 말했다.
연방 재무부에 따르면 7월 넷째 주 현재 호주 실업률은 7% 대에 이르며 정부가 기업 측에 고용을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JobKeeper’ 혜택이 없었을 경우 이 수치는 11%까지 올라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사무직 취업 에이전시인 ‘people2people’의 채용 매니저 마크 스미스(Mark Smith)씨는 정부의 실업률 통계와 달리 “일자리 상황은 더욱 심각해 보인다”고 말한다. 자신이 보아온 지난 시간과 비교할 때 지금이 최악의 일자리 부족 상황이라는 것이다.
“각 기업의 구인의뢰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그는 “이런 상황이 언제 전환될지 불확실하다는 게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배우인 매디슨 맥코이(Maddison McKoy)씨. 회계사이기도 한 그는 지난 3월 말 ‘Coronavirus shutdown’ 후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아직도 ‘JobSeeker’ 보조금을 받는 실정이다. 사진 : Maddison McKoy 제공
한 개의 일자리에 지원자 수백 명
호주통계청(ABS)의 ‘JobSeeker’ 데이터에 따르면 각 일자리에 대한 지원자 수는 평균 13명이다. 하지만 스미스씨는 “실제로 각 기업의 일자리 지원 현황을 보면 구직난은 훨씬 심각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남부호주(South Australia)의 경우 이 수치(1개 일자리에 대한 구직 신청자 수)는 250명,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와 퀸즐랜드(Queensland)는 300명 이상에 달한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전제로 “더 큰 문제는 각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의지, 다시 말해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지금의 전염병 사태 속에서 구직자나 기업들 모두 자신감을 잃고 있다는 설명이다.
호주상공회의소(Business Council of Australia)의 제니퍼 웨스타코트(Jennifer Westacott) 회장은 마크 스미스씨가 제시한 ‘자신감’에 대해 “경제 회복에 있어 꼭 필요한 성분”이라며 동의를 표했다.
이어 그녀는 “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결정적인 부분은 각 지역사회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을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염병 사태에서 추가 감염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모두의 노력이 전제될 때 기업들도 경제활동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