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이들이 재감염 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충분히 걱정스런 일이지만 아직은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이다. 사진 : 트위터 / PolarK
프랑스-미국 등서 일부 사례 나와, 전문가들 “결론 내기는 이르다” 의견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COVID-19가 출현한 지 8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치료제는 물론 백신도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일부 국가들에서 신규 감염자가 증가세를 보이며 2차 감염사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COVID-19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이후 재감염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아직은 소수의 사례이지만 충분히 걱정스런 일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진단이다.
이달 초, 워싱턴 DC의 의사 클레이 애커리(Clay Ackerly)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았던 50대 환자가 회복 3개월 후 COVID-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SARS-Cov-2에 양성반응을 보인 사레를 보고했다.
이 환자는 첫 번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당시 가벼운 기침과 인후염을 보였으나 두 번째 감염이 확인됐을 때에는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집중치료실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보다 악화된 상태를 보였다.
애커리 박사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 ‘Vox Media’에 기고한 글에서 “최근의 보고서 및 동료들과의 대화를 통해 볼 때 코로나 바이러스에 재감염 된 사례는 내가 만났던 환자뿐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추정하면서 “이런 사례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강력하지 않거나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임을 추측하게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애커리 박사에 따르면, 보다 나쁜 상황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재감염 될 때 상당한 통증이 있는 뎅기열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치료한 환자는 물론 이와 같은 다른 환자들 모두 자연적인 집단면역의 희망을 꺾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단면역은 자연적이든 백신을 통해서이든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성 단백질에 노출되어 면역력을 키우고 바이러스가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재감염 사례는 어느 정도?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바이러스 면역학자인 라리사 라빈(Larisa Labzin) 박사는 “프랑스에서도 두 번째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여러 건 보고되었다”면서 “이 같은 일부 사례만으로는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빈 박사는 “분명한 재감염임을 확신할 수 있는, 동료 연구원들로부터 검토된 것은 아직 없다”며 “두 번째 감염은 첫 질병 이후 몸에서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본래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 수준이 일시적으로 검사능력 이하로 떨어져 ‘거짓 음성’ 결과가 나올 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바이러스 면역학자인 라리사 라빈(Larisa Labzin)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많지 않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보면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는 ‘집단면역 효과’가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진은 감기 바이러스로 재채기를 하는 환자. 사진 : Pixabay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바이러스(RNA)에서 나온 유전물질은 1차 및 2차 질환 동안 시행된 각각의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서 염기서열 검사를 해야 한다.
라빈 박사는 “두 검사 사이의 바이러스 염기서열이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면 환자의 애초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며 “바이러스 서열이 매우 다른 경우라면, 우리는 정말로 재감염된 것임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라빈 박사는 이런 종류의 염기서열은 재감염 사태에서 아직 발생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재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재감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흔한 일일까
전문가들은 만약 애커리 박사의 환자가 실제로 재감염 된 사례라 하더라도 코로나 비이러스에 감염됐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일을 겪게 될 것이라는 뜻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멜번(Melbourne) 소재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면역학자 메노 반 젬(Menno van Zelm) 교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 번 앓는 사례가 몇 건이 있는데, 이것이 반드시 그럴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예외인지는 확실치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현재까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알려진 것을 기반으로 재감염이 가능하다고 보지만, 전체적인 그림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젬 교수는 “증상이 없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재차 감염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한 이들을 검사할 수 있다면,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감염되었는지를 알아내고자 의도적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게 한다면 이 바이러스에 재감염 되는 것이 오느 정도로 흔하게 일어나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를 실행할 수 없기에 (재감염 사례에 대한) 보고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된 이들 중 통증이 없거나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 애커리 박사의 환자처럼 주목을 받지 못한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진 이들 가운데는 특별한 증상이 없기에 이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하기도 한다.
라빈 박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장기간에 걸쳐 많은 감염환자들의 면역반응을 조사하고, 이들이 재감염 되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체의학을 연구하는 호주 최대 의학연구소 ‘Garvan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의 면역학자 스튜어트 탕예(Stuart Tangye) 박사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 재감염에 대해) 확실한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며 우리는 재감염 사례 보고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철저한 개인위생은 여전히 중요하다. 사진 : Pexels
가령 환자가 면역 결함을 비롯해 기존의 건강상태가 재감염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것이다. 탕예 박사는 “만약 그렇다면, 이는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라 예외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재감염시, 환자 상태는 더 악화될 수 있나
라빈 박사는 “만약 다시금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항체 의존성 질병 증대’(antibody dependent enhancement of disease)라는 과정으로 인해 더 나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뎅기열(dengue fever)에서 관찰되었지만 COVID-19에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녀는 “물론 이 과정을 드물고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우리가 연구하는 부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라빈 박사는 “COVID-19에서 이런 과정이 발생했는지 이해하고, 그 가능성을 피할 수 있는 백신을 설계하거나 그것에 대항할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만약 재감염 된다면 이 바이러스를 ‘기억’하는 해당 환자의 면역체계로 두 번째 감염을 가벼운 질병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지금까지 파악된 내용들, 그리고 SARS-CoV-2의 동물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재감염이 된다 해도 대부분 환자들이 더 악화된 증상을 보이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집단면역에서 재감염이 갖는 의미는
라빈 박사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것이 많지 않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을 보면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가 형성된다 해도 그것이 빠르게 약해질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는, 이것이 면역력에 어떤 의미인지를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집단면역’이라는 부분에서는 우려할 내용임이 분명하다. 또한 재감염시 심한 통증이나 다른 악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이 바이러스를 다른 이들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면, 이는 집단면역 효과를 약화시킨다.
젬 박사는 “바이러스의 감염과 전염을 막는 면역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바이러스에 대한 여러 차례의 노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많은 예방접종 프로그램을 통해 예방주사를 맞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지환 기자 kevinscabin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