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함 집행위원회는 최근 백신접종을 완료한 이들에 대해 ‘디지털 백신 인증서’(EU Digital COVID Certificate)를 제공하고 일부 제한 조치를 면제하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가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아직 더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사진 : European Commission
전문가들, 낮은 접종률-양심적 거부자-건강상 접종 불가능 등 법적 문제도
유럽을 비롯해 일부 국가들이 백신접종을 완료한 국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제한 조치에서 상당 부분을 제외시키는 등 보다 많은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전염병 사태가 시작된 후 아직까지도 국경을 봉쇄한 호주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특히 국경은 물론 일부 주에서는 수시로 주 경계(State border)를 차단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달라진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현재 유럽연합(EU) 일부 국가는 COVID 백신 완전 접종자를 대상으로 무방역 해외여행을 개시했으며, 이스라엘은 높은 백신 접종률과 낮은 감염자 발생에 힘입어 접종을 마친 이들에게만 극장, 레스토랑, 바 등의 출입을 허용했던 ‘그린패스’(Green Pass)를 이미 폐기했다.
호주 연방정부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를 ‘독감처럼’ 취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가는 4단계 전략을 내놓았으며 내각과 의회도 이에 동의했다(한국신문 1450호 참조). 이는 백신 접종자들에게 제한을 완화하는 것이 아닌, 거의 COVID 이전 상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는 호주 국민들이 얼마나 많이 접종을 완료하는가에 달려 있다. 아울러 여기에는 일부의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이미 백신접종을 완료한 이들도 여전히 록다운 조치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이다.
▲ 다른 국가의 시도는= 남부호주대학교(University of South Australia) 역학자이자 생물통계학과의 아드리안 에스터만(Adrian Esterman) 교수는 호주의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 대처는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뛰어났다(head and shoulders above)면서도 “일부 국가들과 같은 ‘접종자 혜택’을 결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한다.
유럽연합 성인 인구의 63% 이상이 최소한 1회 접종을 받은 가운데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디지털 백신 인증서(Digital Vaccine Certificate)를 공개, 백신접종을 완료한 이들의 자유로운 여행에 청신호를 주었다.
이 인증서를 받은 여행자에게는 자가 격리를 면제케 하는 것 외에도 여행 출발 48시간에서 72시간 전에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임을 확진받은 경우, ‘바이러스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서 온 이들을 제외하고 가능한 격리요건을 면제하겠다는 게 EU 집행위원회의 방침이다.
‘EU Digital COVID Certificate’로 검역조치 없이 여행을 할 수 잇는 유럽 국가들. 사진 : 유투브(Youtube) 영상 캡쳐
에스터만 교수는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백신접종을 완전히 마친 미국 여행자들에게는 검역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입국을 허용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아직 멀었다”고 덧붙였다.
일부 국가의 경우 국경 개방 외에도 완전히 면역력을 가진 이들은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 대처의 일부로 취해진, 집회에 대한 엄격한 통제나 제한을 피할 수 있다.
가령 독일에서는 COVID-19에 감염되었다가 회복되거나 예방접종을 받은 이들이라도 감염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사교모임을 제한받는 반면, 미국에서는 백신접종을 완료한 이들은 적어도 대부분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요구받거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빅토리아대학교 미첼연구소(Mitchell Institute, Victoria University)의 보건정책 전문가인 로즈마리 칼더(Rosemary Calder) 교수는 “특히 미국은 예방접종을 받는 이들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호주도 나름대로 백신접종 참여를 장려할 수 있는 조치들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 제한조치에서 벗어나려면 어느 정도 접종률이 필요한가= 안타깝지만 그리 간단하지 않다. 호주도 백신접종을 완료한 이들에게는 스마트폰에 EU의 ‘백신 인증서’와 유사한 증명서를 제공한다. 최근 연방 관광부의 단 테한(Dan Tehan) 장관은 록다운 상황이라 해도 이 인증서를 가진 이들에게는 주 경계(State border) 이동을 허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표했다.
하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백신접종 계획이 차질을 빚은 데다 집단면역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마법의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기까지는 매우 복잡하고 또 몇 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에스터만 교수는 “단순히 백신접종률이 몇 퍼센트라는 것에 근거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모든 사람들이 접종을 받을 수 있는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접종을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백신이 제공된다면, 그때가 바로 우리가 (접종 완료자에 대한 일부 제한조치 면제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접종을 원하지만 아직 받을 수 없는 이들은=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 ‘카스탄 인권법센터’(Castan Centre for Human Rights Law)의 마리아 오설리반(Maria O'Sullivan) 부교수는 “법적 의미에서 정부가 접종을 받은 이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의견이다. “우선순위에 뒤져 백신접종을 받지 못한 젊은층은 나이 때문에 ‘간접적으로 차별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일부에 대한 제한 완화는 사회적 형평성 문제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설리반 부교수는 “가령, 지난해 호주 전역이 록다운에 들어갔을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 사회적 수용에 순응했다”고 덧붙였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서도 관광 의존도가 높은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더 많은 여행자를 원하는 반면 독일은 ‘백신 여권’ 활용에 보다 절제된 정책을 취하고 있다. 사진 : European Travel Commission
에스터만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는 ‘백신 여권’(immunity passports)과 같은 특혜 윤리에 대한 대규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 가운데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관광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더 많은 여행자’를 원하는 반면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보다 절제된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
에스터만 교수는 “호주가 지금 ‘백신 여권’을 이용해 특혜를 제공한다면 (백신접종 순위에서 밀린) 젊은층은 권리를 박탈당하는 셈이 된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호주의 경우 백신접종자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 의학적 이유로 백신접종이 불가능하거나 양심적 거부자는=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백신 여권’이나 ‘백신 인증서’와 같은 엔센티브의 사회적 수용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느슨한 목표는 차치하고 건강상의 이유로 백신을 접종받을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법적 고려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설리반 부교수는 “가령, 이런 소수의 사람들이 백신접종을 받지 않았다고 하여 사업체나 기타 장소에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차별금지법(nti-discrimination laws) 위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양심적 거부자도 있다. 오설리반 부교수는 “어떠한 면제도 좁은 기준에 의해 제한될 것이며 단순히 백신접종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은 포함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설리반 부교수는 공공보건 차원에서 “정부와 기업은 출입조건 등을 요구할 여지가 훨씬 많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리는 우리 직원과 고객을 돌볼 의무가 있다’고 주장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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