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이 선포된 지난해 3월부터 호주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 출국을 전면 금지했다. 불가피하게 해외에 나가야 하는 이들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법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연방정부의 검역 권한에 부합하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지적한다. 사진 : 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
“전염병 사태로 인한 국경 봉쇄, 연방 검역법 부합 여부에 의문”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되면서 호주 정부는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전면 차단했다. 국경을 봉쇄함으로써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겠다는 의도였다.
호주 정부의 이 같은 강경 조치는 전염병 사태에 따라 각국이 취한 제한 조치 가운데 가장 강경한 것으로, 국경을 폐쇄한 것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호주가 유일하다. 물론 적절한 사유가 있는 한 출국을 허용하지만, 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호주를 떠나려는 여행자에게 출국 허가를 요구하는 정부 조치는 합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바이러스 대유행의 시작과 함께 정부가 취한 여행 제한은 호주 시민 및 영주비자 소지자들의 경우 호주 국경수비대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이상 호주를 떠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결국 호주 국경을 벗어날 수 있는 일부 사유를 제외하고 출국 자체를 거부하는 근거가 불투명하여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들의 좌절감을 가중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호주국립대학교(ANU) 시민권법 전문가인 킴 루벤스타인(Kim Rubenstein) 교수는 “정부의 이 제한이 연방정부의 검역 권한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미해결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생물보안법에 대한 수정안을 도입했다”는 루벤스타인 교수는 “그런 후 기본적으로 정부가 취한 것은 출국금지법을 도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에서) 질문의 하나는 ‘국민들의 출국을 제한할 때, 반드시 그 검역 권한에 부합하는가’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호주의 생물보안법은 △요구사항이 결정되어야 할 목적 달성에 적합하고 조정되어야 하며(이를 관장하는 보건부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킬 만큼 해외여행 사유가 적절해야 하며) △요구사항이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것보다 더 제한적이거나 방해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해외여행 금지 조치를 ‘확고히’ 하고 있는지에 대해 루벤스타인 교수가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바로 이 문구이다.
루벤스타인 교수는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어떻게 이 보건위기를 관리하는데 가장 덜 제한적 방법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방 보건부 대변인은 해외여행 금지에 대한 정부의 법적 근거를 확신한다는 주장이다.
대변인은 “생물보안법에 따른 비상 권한은 보건부 장관으로 하여금 국가적으로 중요한 인간생명보안 비상사태를 다룰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변인은 “최근의 ‘LibertyWorks Inc v Commonwealth’ 사건에서 연방법원은 이 결정의 타당성을 인정했으며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LibertyWorks Inc v Commonwealth’는 고등법원이 정치적 의사소통의 묵시적 자유가 어떻게 분석되어야 하는지, 아울러 한 판사의 경우에 묵시적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이지만 결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권법 전문가들은 자국민의 출국 금지를 위해 생물보안법 수정안을 도입했지만 이 법이 명시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보건위기를 관리하는데 가장 덜 제한적 방법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사진 : Pixabay / Free-Photos
하지만 루벤스타인 교수는 ‘해외여행 금지’의 합법성 중 일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고 반박했다. 그녀는 “연방법원에서 ‘LibertyWorks’라는 단체에 의한 한 건의 소송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 소송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루벤스타인 교수는 “더 광범위한 헌법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을 떠나지 못하게 금지하는 것이 건강과 안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적 조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권’에 대한 의문 제기될 수도
법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금지령에 대한 근거를 궁금해 하는 것은 비단 국내법을 기반으로 해서만이 아니다.
ANU의 인권법 전문가 케이트 오그(Kate Ogg) 교수는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잠재적으로 호주를 ‘시민 및 정치적 권리에 대한 국제 규약(International Covenant on Civil and Political Rights. ICCPR) 위반 국가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ICCPR 제 12조는 ‘이동의 자유’를 다루며 그 권리의 일부는 (모든 개개인이 소속된) 국가를 포함해 모든 나라를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오그 교수는 “호주가 ICCPR 제12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외 출국)는 우리가 절대적 권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는 그녀는 “정부는 특정 방식으로 그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면서 “공공보건을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오그 교수는 “하지만 호주 정부가 ‘공공보건을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한 뒤 “정부 조치는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가능한 최소한의 간섭이 되는 옵션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그 교수는 또한 호주의 새 검역시설에 대한 조치가 부족했던 것도 이런 상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ICCPR을 근거로 오그 교수는 출국금지 조치가 아동권리협약(CRC)의 위반이 될 수 있음을 제기하면서 “우리가 들은 가장 우려되는 이야기 중 하나는, (해외여행 금지로 인해) 부모가 호주를 떠날 수 없음으로 인해 자녀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 또는 자녀가 부모에게 돌아오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가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아동권리협약’을 위반했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정부 조치에 대한 이의제기도 어려움
루벤스타인 교수는 정부 조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봤다. 만약 여행금지 조치에 대해 법적 이의를 제기했다가 실패할 경우 연방정부의 법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재정적 위험으로 쉽게 도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루벤스타인 교수는 “또 다른 측면은 이것(여행금지)이 실제 문제여야 하고 영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누군가 여행금지 조치에 대해 법적 이의를 제기했다가 정부가 여행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제기한 문제를 이어갈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오그 교수는 호주가 권리장전(bill of rights) 같은 것을 통해 국제조약을 국내법에 포함시키지 않았기에 ‘인권 침해’를 근거로 하여 ‘여행금지’ 조치에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 또한 복잡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주 법원에서 ‘여행제한’이 ICCPR 또는 CRC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우리가 국제 인권규약에 근거하여 국내에서의 법적 이의를 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해외에 체류 중이었던 호주 시민에 대해 정부가 수용 한도를 정해 귀국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본인 의지로 귀국을 하지 못한 한 시민이 이를 ICCR 산하 청문기구인 유엔인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에 대한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정부의 여행금지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를 제기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사진은 정부의 여행금지 관련 사항을 설명한 ANU의 시민권법 전문가 킴 루벤스타인(Kim Rubenstein) 교수. 사진 :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오그 교수에 따르면 이와 관련해 유엔인권위원회가 잠정 조치를 발표했다. 이의를 제기한 호주 시민이 가능한 이른 시간에, 그리고 유엔인권위의 최종 결정이 나오기 전에 귀국할 수 있도록 (호주정부에) 권고한 것이다.
오그 교수는 한 시민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여행금지 조치에 대한) 강력한 사례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허가 신청, 너무 복잡하다”
호주 국경이 봉쇄된 가운데 불가피하게 출국을 해야 하는 호주 시민 및 영주비자 소지자들은 이의 허가를 받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멜번(Melbourne)에 거주하는 사샤(Sasha. 가명)씨는 지난해 이스라엘에 있는 고모의 병환 소식을 듣고 이스라엘로 가려 일시 출국하려 했으나 그 과정이 아주 험난했다. 무려 두 달이 걸려 겨우 출국 승인을 얻어낸 것이다.
이스라엘에 있는 고모가 병환 중이며, 도움을 받을 친척이 없다고 여행 신청서에 언급했음에도 사샤씨의 허가 신청은 며칠 만에 거부됐다.
사샤씨의 고모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였으며 80세의 고령이었다. 고모는 또한 가족이 없는 60세의 성인 장애자 아들을 돌보는 유일한 간병인이기도 했다. 사샤씨는 더 많은 증거와 함께 다시 신청서를 작성해 보냈지만 또 거부됐다.
두 번의 해외여행 승인이 거부된 사샤씨는 변호사를 고용하고 지역구 의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여행 허가를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허비해야 했다. 이 과정은 두 달이 걸렸다.
“변호사의 노력 때문인지 우리 지역구 의원 덕분인지 모르지만 결국 여행허가를 받았다”는 그녀는 “이스라엘에서 6개월을 머무는 동안 사촌(60세의 장애인)을 돌볼 수 있었고 고모가 정부로부터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고 말했다.
사샤씨가 고용했던 카린 앤더슨(Karyn Anderson) 변호사는 해외여행을 해야 하는 이들의 여행허가 신청을 돕고 있다. 그녀에 따르면 정부가 인정하는 출국 금지 면제 근거는 아주 제한적이다. “최소한 3개월 이상 호주를 떠나 있어야 하고 설득력 있는 이유로 출국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허가 신청서에는 비행일정, 최소 3개월의 휴직신청서, 의사 진단서 또는 기타 증거와 관련 문서 등 상당 분량의 자료가 필요하다. 앤더슨 변호사는 “짧은 기간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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