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처음 ‘내집 마련’을 하려는 이들은 빠듯한 예산에서 조금이나마 비용을 절감하고자 주차 공간이 없는 아파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주택개발회사 'Mirvac'이 시드니 올림픽 파크에 개발하는 'Pavilions' 프로젝트. 사진 : Mirvac
‘부동산 사다리’ 오르기 위한 한 방법으로... 저가 아파트 수요 주도
주택가격이 치솟은 부동산 시장에 진입하려는 첫 주택 구입자들이 조금이라도 구입 예산을 아끼고자 주차 공간이 없는 아파트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주거지의 경우 대개는 7만 달러에서 10만 달러 저렴한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주차 공간이 있는 아파트 비율이 낮아지면서 개발업자들 사이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호주인들의 오랜 애정관계가 마침내 끝을 보이는 게 아닌가’ 라는 말도 나온다.
시드니에서 기술관리 컨설턴트로 일하는 윌리엄 불리스(William Boulis. 25)씨는 “약 2년 전부터 구입해야 할 매물을 찾기 시작했고, 멋지지만 비싸지 않은 아파트를 원했다”며 “직장이나 체육관을 오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 소유 차량이 필요 없기에 주차 공간이 없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아파트를 찾았던 것이다. 그렇게 일단 부동산 시장에 진입한 뒤 다시 저축을 하여 자신이 원하는 아파트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라이드(Ryde)에 거주하는 불리스씨는 부동산 개발회사 ‘Frasers Property Australia’가 매콰리 파크(Macquarie Park)에 건설하기로 계획한 대규모 주거단지 ‘Midtown MacPark’ 프로젝트의 작은 아파트를 오프더플랜(off the plan)으로 계약했다. 그가 구매한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없는 대신 가격은 68만5천 달러로 다른 주거지에 비해 더 저렴한 가격이었다.
‘Frasers Property Australia’의 NSW 주 책임자인 나이저 에드거(Nigel Edgar) 총괄 매니저인는 불리스씨의 경우 자사가 진행하는 1천 세대 가운데 90채의 주차 공간 없는 아파트를 계약한 수많은 첫 주택 구입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에드거 매니저에 따르면 주차 공간이 없는 아파트의 경우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에서의 개발에서 특히 인기가 있다. 그는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첫 구입자가 바로 이런 아파트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에드거 매니저는 이어 “주차 공간이 없는 아파트를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첫 주택 구입자 보조금 혜택 기준인 75만 달러 이하 가격의 주거지를 원한다”며 “대중교통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에서 주택구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면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Frasers Property Australia’가 매카리 파크(Macquarie Park)에 건설하기로 계획한 대규모 주거단지 ‘Midtown MacPark’ 프로젝트(사진). 이곳에는 1천 세대 가운데 90채가 주차 공간 없는 아파트로, 첫 주택 구입자를 위한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는 이들에 맞춘 가격의 주거지를 선보였다. 사진 : Frasers Property Australia
시드니 지역 주거지 개발에서 0.9%라는 주차 공간 비율은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대중교통이 편리한 위치에서의 개발 프로젝트에서는 이 비율이 0.5% 수준으로 낮은 곳도 있다.
일단 신축 주거지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75만 달러 이하 주택은 1만 달러의 ‘First Home Owners Grant’(첫 주택 구입자 보조금)를 받을 수 있어 매력적이다. 또 80만 달러 이하 신규 주택을 구입한다면 구매에 따른 인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및 투자 관리 회사인 ‘Colliers International’의 호주 담당 블레이크 슐츠(Blake Schulze) 이사는 “최근 일부 새 아파트 건물의 결함 뉴스에 겁을 먹은 많은 첫 주택 구입자들이 본인들의 예산에 맞추어 주차 공간이 없는 대신 더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회사의 주택을 구매하려 한다”고 말했다.
슐츠 이사에 따르면 근래 구매자들의 사고방식이 많이 바뀌었다. 이들은 주차 공간이 없는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약 7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를 절약하고 있다. 이는 첫 주택 구입자들에게 있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며, 이렇게 절감한 비용으로 대중교통 시설이 편리한 지역의 새 주거지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 시설 이용이 편리한 지역에서의 주거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주차 공간이 없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주거지를 찾는 첫 주택 구입자들을 겨냥, 개발 계획에서부터 이를 감안하고 있다. 사진은 시드니 지역 한 아파트의 주차 공간. 사진 : 김지환 / The Korean Herald
그는 이어 “이 같은 추세는 기차 노선이 늘어나고 경전철 등 새로운 대중교통 기반이 확충되면서 점점 더 많아지는 게 사실”이라며 “도심에 가까운 지역일수록 주차 공간이 있는 주거지 가격은 더욱 높다”고 덧붙였다. 일부 시 의회의 경우에는 주거지 개발시 주차 공간을 의무화함으로써 주차 공간 여부에 따라 구입 가격은 스튜디오 또는 1개 침실 아파트 가격만큼이나 차이가 나기도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실제로 포츠포인트(Potts Point)에 있는 한 주차 공간은 지난 달 22만5천 달러에 매매됐으며 시드니 도심에서는 수년 전 조지 스트리트(George Street)와 본드 스트리트(Bond Street) 코너에 자리한 한 아파트 단지의 주차장이 33만 달러에 팔렸다가 지난 2018년에는 다시 47만5천 달러에 매매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및 투자 회사인 ‘CBRE Group’의 호주 주거 프로젝트 담당 데이빗 밀턴(David Milton) 이사는 “대중교통 시설이 크게 개선되고 ‘GoGet’ 등의 자동차 쉐어 회사, ‘Uber’의 출현으로 도심 및 인근 지역의 주차 공간은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밀턴 이사는 “우버의 출현은 여러 부문에서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며 “첫 주택 구입자들이 주차 공간 없는 저렴한 아파트에 눈을 돌린 것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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