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부족한 기술 인력을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연방위원회(Committee of Parliament)가 호주의 기술이민 규정과 절차를 보다 완화해 숙련된 기술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했다. 사진 : Interstaff
의회보고서에서 권고, 심각한 기술부족 해결-대유행 이후 경제회복 위해
숙련기술자의 호주 이민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을까.
연방 의회위원회(Committee of Parliament)가 호주의 기술이민 규정과 절차를 보다 완화해 숙련된 기술자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하게 권고했다. 연방 이민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호주로의 기술이민 절차는 한결 간편하고 용이해질 수도 있다.
이는 해외 숙련 기술 근로자 이민 절차를 조사한 의회위원회가 보고서를 통해 정부 부처에 권고한 것으로, 올해 초 연방 이민부 알렉스 호크(Alexander George Hawke) 장관은 호주의 현 숙련기술 이민 프로그램과 이를 개선 또는 조정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의회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 호주의 심각한 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호주 경제의 회복을 기하려는 정부의 광범위한 시도의 일부이다.
▲ 이민부의 조사 요청 부분은= 이민부는 연방 하원 및 상원의원으로 구성된 의회위원회에 숙련기술 이민 프로그램의 효과를 직접 조사,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여기에는 기술이민 프로그램에 명시된 각 기술 부문이 실제로 호주에서 부족한 직종인지, 기술 이민을 후원하는 기업(sponsor)이 얼마나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지, 또 일반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있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이 포함됐다.
현재 호주에서 기술인력 부족 직군으로는 수의사, 요리사, 토목 및 전기 엔지니어 등 수십 여 직종이 명시되어 있다.
의회위원회의 조사 시기도 중요했다. 호주의 기술인력 부족은 지난해, 전염병 사태가 시작되면서 임시비자로 호주에 체류하던 기술 인력들이 갑자기 자국으로 돌아가면서 더욱 악화됐다.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와 조건을 조사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16년 상원위원회 조사에서는 무엇보다 노동현장에서의 만연된 착취, 위험한 노동 조건, 불법적인 저임금 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 이주노동자에 대한 호주 경제 의존은= 이 부분은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2020년 3월 이후 약 50만 명 이상의 호주 임시취업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갔다. 산업계에 따르면 이로 인해 노동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했다.
의회위원회 조사를 주도한 자유당의 줄리안 리저(Julian Leeser) 하원의원은 “각 업체의 구인광고 건수가 팬데믹 초기와 비교해 38% 증가했다”고 말했다.
사실 호주 경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주노동자들로부터 혜택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발생한 전염병 사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차단 차원에서 취해진 정부의 국경 폐쇄로 인한 호주로의 이민자 유입 감소는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주었다.
각 산업계는 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팬데믹 상황이라 하더라도 해외에서 숙련 기술자를 불러오기 위한 경로를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 의회위원회 권고 내용은= 상-하원 의원들은 임시비자를 소지한 숙련기술자들이 호주에서 장기 체류할 수 있는 경로를 원활하게 하고자 고안된 다양한 조치를 제시했다.
그중 하나로, 고용주 지명을 통해 비자를 신청하는 기술 인력이 (호주 정부가 요구하는) 영어능력을 충족하고 또 45세 미만인 경우 영주비자을 취득할 수 잇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권장이 있다. 고용주는 임시 취업비자를 소지한 직원을 지명해 영주비자를 취득해 일하며 메디케어 등 혜택을 받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영주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기술 인력의 연령을 현 45세에서 50세까지로 높이고 직업 영어 능력 한도를 제한하며, 필요한 이전의 해당분야 경력 기간을 2년으로 줄여 지방지역 근로자 우선순위를 정할 것을 권고했다.
현재 호주의 부족기술 직군에서 요리사는 거의 ‘만성적’이라 할 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 : Pixabay / Free-Photos
의회위원회의 이 같은 제안은 팬데믹이라는 특별한 상황을 인식하고 보다 간소화된 부족기술 목록을 포함해 ‘새로운 노동시장 요구에 적응’하는 보다 유연한 이민 절차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위원회는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지방지역이 아닌 곳의 기술 인력 유치시 현재 연 5만3,900달러로 되어 있는 최저임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얼마로 높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해서도 권고가 받아들여진다면 임시 취업비자 소지자들의 최저 임금은 8년 만에 인상되는 셈이다.
▲ 유학생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의회위원회는 ‘가장 적합하고 똑똑한’ 국제학생들이 호주 영주비자를 받을 수 있는 보다 간편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제시했다.
이 권고 사항 가운데는 정부가 명시한 부족기술 분야의 1등급 실력을 갖춘 우등 졸업생 또는 상위 10% 이내 성적을 가진 졸업생이 해당 기술 분야에 근무할 경우 현재 임시비자로 제공되는 비자기간(2년)보다 긴 3년짜리 비자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글로벌 컨설팅 사인 KPMG의 벨린다 라이트(Belinda Wright)씨는 “이 같은 권고가 받아들여져 시행된다면 호주에서 공부한 유학생들에게는 졸업 후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의회위원회는 또 고용주 지명 비자(employer nominated visa)로 영주비자를 신청하는 경우 경력을 3년에서 2년으로 낮출 것을 권고했다.
▲ 정부, 공식입장 내놓을 듯=의회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조사보고서이므로 정부는 이에 대한 사항을 발표하고, 이 권고내용들을 채택할지 아니면 거부할지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리저 의원은 “이번 보고서는 팬데믹 기간 동안의 기술이민 부족 문제를 다루는 것뿐만 아니라 팬데믹 사태 이후를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번 조사위원회에 참여했던 노동당의 줄리안 힐(Julian Hill) 하원의원은 이번 조사 및 보고서에 대해 “숙련기술 이민 프로그램 전반을 재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언급한 뒤 “이 보고서 내용은 사람들에 의해 낮은 기술숙련자와 (호주 현지 인력에 비해) 저렴한 노동력을 원하는 고용주들의 (정부 이민정책에 대한) 불만을 다루기 위해 고안된 ‘저임금 불만 상점’으로 묘사될 수 있다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호주 기술이민 문호
크게 열릴 수도
한편 의회위원회의 이 같은 권고와 관련, 이민법 전문가인 정동철 변호사는 “연방의회의 기술이민 개정 특별위원회가 제시한 권고안에는 중장기 기술직종이 아니라도 영어능력 기준과 나이 45세 미만 조건을 충족할 경우 모든 취업비자 소지자에게 영주권 신청 기회를 허용하자는 획기적인 제안이 담겨 있다”면서 “이민부가 이를 채택할 경우 그동안 영주권이 아예 불가능했던 식당 매니저, 미용사, 마케팅 등 일반직 취업비자 소지자들도 영주권을 받을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또한 지방 고용주이민에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어 비도시 지역 기술이민 전망도 밝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연방 의회위원회의 기술이민 프로그램 관련 검토 배경에 대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국경 봉쇄로 야기된 호주 국내 극심한 인력 부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이민 문호 확대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