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시드니에 대한 COVID-19 봉쇄 조치는 최상위 및 하위 계층간 빈부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시드니 각 지역에서 봉쇄 규정을 단속하는 경찰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호주 억만장자들의 자산, 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약 850억 달러 증가
최상위 부유층 20%, 하위 계층 소득의 약 6배... 동부-서부간 격차 확대
엘레나 버메이스터(Elena Bermeister)씨는 이제 막 40세가 된 여성이다. 케이크를 사고자 슈퍼마켓을 간 그녀는 진열대 앞에서 잠시 서 있었다. 어떤 것이 좋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녀가 구입할 수 있는 가격 때문이었다.
비록 2개월 넘는 광역시드니의 봉쇄 조치로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가고 있지만 많은 시드니사이더들(Sydneysiders)이 아직은 그런 갈등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야기이다.
매릭빌(Marrickville)에 거주하는 두 아이의 어머니인 버메이스터씨는 20달러짜리 케이크에 마음이 끌리지만 그것의 절반 가격인 머드케이크가 (현재 자신이 처한 경제적 상황에서) 더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어쨌거나 아이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더 낫다”는 그녀는 “이 록다운 기간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10달러짜리 케이크를 선택했다.
광역시드니에 두 번째 봉쇄 조치가 시행되고, 예상 외로 제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존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아직은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의 경제적 수준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전 세계 빈곤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m)에 따르면 호주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전염병 사태가 시작된 이후 거의 850억 달러가 늘어났다.
올 중반, 광역시드니에서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 확산되는 가운데 도시 전체가 이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시드니 동부와 서부 지역간 경제적 수준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봉쇄 조치 상황에서 직장을 잃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저소득 계층 일부는 식료품 구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호주 공영 ABC 방송은 빈부 격차와 특히 전염병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사례를 통해 그 실태를 소개, 눈길을 끌었다.
음식 자선단체들,
‘지원수요 급증’ 토로
버메이스터씨는 “비록 나는 실직했지만 영어구사 능력이 있고 정보를 얻는 방법도 알고 있다”면서 “그렇지 못한 이들은 어떨까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실업자가 된 이후 6살짜리 아들과 9살짜리 딸을 먹여 살리기 위해 자선 음식지원단체에 의존해 왔다.
바이러스 대유행 이전, 호주 사회복지서비스위원회(Australian Council of Social Services)와 NSW대학교의 2020년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상위 부유층 20%의 가구 평균소득(세금을 공제한 후)은 주(week) 4천166달러이다. 이는 매주 753달러로 생활해야 하는 하위 20%에 비해 거의 6배가 높은 소득이다.
두 기관의 보고서는 “지난 20년 동안 이 격차는 더욱 확대되어 왔으며, 전염병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인해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 전염병 학자인 샤넌 브레넌-올슨(Sharon Brennan-Olsen. 사진) 교수. 그녀는 광역시드니의 봉쇄 조치에 대해 “멜번의 록다운 불평등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봉쇄 조치로 인해) 더 많은 불이익을 경험한 이들은 취약계층, 여성과 어린이, 이민자 및 저소득 근로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사진 : Twitter / Sharon Brennan-Olsen
보고서는 또한 한부모(sole-parent) 가정의 39%는 경제적 하위 20%에 속하는 이들이었으며, 자녀가 있는 커플 가운데 15% 또한 이 계층에 속해 있음을 보여준다.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 전염병 학자인 샤넌 브레넌-올슨(Sharon Brennan-Olsen) 교수는 광역시드니의 봉쇄 조치에 대해 “멜번의 록다운 불평등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봉쇄 조치로 인해) 더 많은 불이익을 경험한 이들은 취약계층, 여성과 어린이, 이민자 및 저소득 근로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경험한 주요 위험 가운데는 다수의 가족들이 한 공간에 거주하는 소규모 주거단지의 과밀화가 포함된다.
한부모와 그 자녀의 경우 사회적 지원은 적고 보유 자산 또한 금세 사라질 수 있다. 브레넌-올슨 교수는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불리한 환경과 그렇지 않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드니 기반의 음식물 자선단체들은 시드니 거주민들 가운데 식량을 구매할 여유가 없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한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경제적 문제로 인한) 음식물 불안, 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은 광역시드니의 필수 부문 근로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곳이어서 바이러스 감염 위험은 더 높다. NSW 주 정부 데이터는 이 지역 근로자의 경우 주로 간병, 제조, 운송, 창고업, 건설 및 소매부분에 종사하는 이들이 다수임을 말해준다.
이들 집단(통계적으로 동일한 특색이나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에서는 다른 이들과의 통화조차 어려울 수 있다. 텔로피아(Telopea)의 한 식품창고에서 일하는 스티브 은조로지(Steve Njoroge)씨는 최근 직장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두 차례나 자가 격리를 해야 했다. 그 동안 그는 슈퍼마켓의 배달 음식에 의존해야 했으며, 음식물을 기다리는 동안 큰 허기를 경험하기도 했다.
은조로지씨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이들도 식탁에 음식물을 마련하기까지 추가 도움이 필요하다. ‘Foodbank NSW/ACT’는 현재 후루 1천500개 이상의 긴급 구호 음식 바구니를 처리하고 있다. 지난 달 중순 현재 1만 건의 구호식량 요청을 받은 상태이지만 이를 다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매릭빌(Marrickville)에 자리한 또 다른 음식물 자선단체로 ‘Addi Road Food Pantry’를 운영하는 ‘Addison Road Community Centre’의 로산나 바베로(Rosanna Barbero) CEO는 광역시드니 봉쇄 조치 이후 구호식량을 요청한 이들이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자녀 양육하는
한부모 여성들, 어려움 가중
일부 신규 이민자들 가운데는 주택 임대료나 담보대출(mortgage) 상환을 할 수 없는 이들도 늘어났다. ‘Addison Road Community Centre’는 음식물 배달 자원봉사자들인 동 센터의 ‘army of civilian drivers’를 통해 매일 800개의 식품 상자를 배달하고, 요청 수요를 채우고자 ‘Foodbank’에서 추가 음식물을 지원받고 있다.
바베로 CEO는 “음식물 배달 지역은 시드니 남서부 교외 지역에서 엘리나 버메이스터씨와 같이 자녀가 있는 한부모 가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면서 “우리가 알게 된 새로운 사실은, 이 목록의 80%가 여성이며 특히 두 명 이상의 학령기 자녀를 둔 여성이 대다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들 대다수는 (학령기 자녀를 위해) 홈스쿨링을 해야 하고(봉쇄 조치로 인해), 그러면서 대형 슈퍼마켓(Woolworths나 Coles)에서 음식물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엘레나 버메이스터씨는 지난 2018년 파트너였던 러시아 이민자와 헤어졌다. 자동차 운전을 하지 못하는 그녀는 다른 미혼모 네트워크에 의존해야 했다.
자선단체 ‘Addison Road Community Centre’ 운영의 ‘Addi Road Food Pantry’의 봉사자들. 이들은 하루 800상자 이상의 음식물을 각 지역에 배달하고 있다. 사진 : Addison Road Community Centre
그곳에서 다른 미혼모들을 만난 버메이스터시는 “장애가 있는 한 명은 운전을 하여 우리를 음식물 자선단체에 데려다주고, 나는 식료품을 들어주고, 다른 친구는 요리를 도와주고, 그러는 사이 나는 육아를 도와준다”고 말했다.
1개 침실 아파트를 임대해 거주하는 그녀는 일자리를 잃고 나서 생활비 절약을 위해 ‘Addi Road’의 구호식료품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버메이스터씨는 이미 센터링크의 수당을 받고 있었기에 소득상실에 대한 정부의 COVID-19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주 정부가 시드니 지역 봉쇄 조치에 따라 8시간 일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제공하는 200달러의 수당을 추가해 준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녀는 “이제는 슈퍼마켓에서 약간의 음식물을 더 구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메이스터씨는 “나는 여전히 몇백 달러가 부족하지만 누군가는 이를 더 필요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난지원금과 한부모 수당으로 그녀는 주 550달러를 받고 있다. 그녀가 매주 지불하는 1개 침실 주택 임대료는 410달러이다. 그녀가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면 그녀는 주 150달러 더 많은 수입이 있었을 것이다. 약간의 저축은 아이들의 치과치료 등을 위한 준비금으로 모아두고 있다.
버메이스터씨는 홈스쿨링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 또한 봉쇄 조치로 정신적 문제를 겪을 위험이 높다. 그녀는 “록다운이 없었다면 나는 자격을 갖춘 교사가 되고자 새로이 공부를 시작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광역시드니에 대한 봉쇄 조치가 시작되었을 때, 버메이스터씨는 운 좋게도 전 고용주로부터 랩톱 컴퓨터를 선물로 받았다. 집에서 인터넷 접속이 안 되자 그녀는 한 지원단체로부터 인터넷 데이터 스틱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운이 좋은 경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자므시드 미르자이(Jamshid Mirzae)씨 가족은 보다 나은 교육과 미래를 위해 20년 전 아프가니스탄을 떠났다. 가족 모두가 이란에서 난민으로 생활하던 중 지난 2016년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상태에서 호주로 왔다.
그는 현재 온라인으로 공부를 하며 호주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미래가 걱정된다”는 그는 “어떤 것도 실패하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
그는 호주로 왔을 때 자기 가족을 도와준 사회복지사들에게 깊은 인상을 갖게 됐고, 그에 보답하고자 사회복지사가 되고자 한다.
미르자이씨는 길포드(Guildford)에 있는 3개 침실 아파트에서 7명의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그의 세 형제는 두 개의 방을, 부모는 여동생과 한 방을 사용한다.
그의 가족은 영어를 공부하고 있다. 7명의 가족이 한 집에서 살기에 공부할 분위기는 아니다. 랩톱 컴퓨터는 단 두 개뿐 이다. 이를 돌아가며 사용하고 있다.
봉쇄 조치가 시행된 이후 시드니 각 지역에서 규정 위반을 단속하는 NSW 경찰청 기마경찰대(NSW Police Force Mounted Unit). 사진 : Facebook / NSW Police Force Mounted Unit
그는 NSW 주 정부가 시드니 서부 및 남서부 지역 거주민들에 대해 COVID-19를 전파했다고 여기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게다가 언어장벽이 있는 이민자 다수 거주 지역을 감염의 진원지로 여기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토로했다. 8월 초 ABC 방송은 60개 이상의 언어로 제공되는 연방정부의 COVID-19 온라인 정보 사이트가 8주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았음을 보도한 바 있다.
현재 미르자이씨는 주 4일간 창고에서 배송물을 포장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일을 하는 도중 무거운 상자를 들어 올리다가 허리를 다쳤지만 고용주는 그가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치료를 도와주었다. 그는 매주 4일간 일하며 약 1천200개의 물품을 포장하고 있다.
그의 두 형은 건설 및 소매업에서 일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자신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하이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마스크도 없이 본다이 해변을 즐기는 것을 보면, 불공평하게 느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 광역시드니 LGA의
감염자 / 소득수준
(지방정부 구역 : 감염자 수-명 / 중간소득)
-The Hills SHire : 76 / $2363
-Hornsby : 8 / $2121
-Blacktown : 936 / $1711
-Penruth : 477 / $1658
-Parramatta : 320 / $1759
-Cumberland : 1275 / $1379
-Fairfield : 1394 / $1222
-Liverpool : 711 / $1550
-Canterbury Bankstown : 1861 / $1298
-Camden : 94 / $2047
-Campbelltown : 353 / $1459
-Sutherland : 74 / $1979
-Georges River : 221 / $1654
-Randwick : 82 / $1916
-Inner West : 108 / $2048
-Canada Bay : 40 / $2061
-Ryde : 56 / $1786
-Hunters Hill : 2 / $2467
-Lane Cove : 11 / $2376
-Woollahra : 25 / $2687
-Sydney : 98 / $1926
-North SYdney : 5 / $2360
-Willoughby : 15 / $2271
-Ku-ring-gai : 18 / $2640
-Northern Beaches : 62 / $2178
*COVID-19 감염자는 6월 26일 이후 8월 20일까지 수치
*소득수준이 낮은 지역에서의 감염자 발생이 높음.
*Map data: PSMA Australia Limited
■ 광역시드니 LGA의
‘Foodbank’ 음식 배송
(지역 : 감염자 수-명 / Food deliveries-kg)
-The Hills SHire : 76 / 141253kg
-Hornsby : 8 / 74087kg
-Blacktown : 936 / 402331kg
-Penruth : 477 / 210326kg
-Parramatta : 320 / 105102kg
-Cumberland : 1275 / 247704kg
-Fairfield : 1394 / 390529kg
-Liverpool : 711 / 314855kg
-Canterbury Bankstown : 1861 / 525416kg
-Camden : 94 / 118291kg
-Campbelltown : 353 / 223611kg
-Sutherland : 74 / 104447kg
-Georges River : 221 / 101187kg
-Randwick : 82 / 104487kg
-Inner West : 108 / 250766kg
-Canada Bay : 40 / 46362kg
-Ryde : 58 / 65423kg
-Hunters Hill : 2 / 9922kg
-Lane Cove : 11 / 24694kg
-Woollahra : 25 / 18020kg
-Sydney : 98 / 208001kg
-North SYdney : 5 / 37225kg
-Willoughby : 15 / 12298kg
-Ku-ring-gai : 18 / 47501kg
-Northern Beaches : 61 / 12354kg
*COVID-19 감염자는 6월 26일 이후 8월 20일까지 수치
*감염자 발생이 높은 지역에서의 음식 배송이 많음.
*Source: Foodbank Map data: PSMA Australia Limited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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