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식민시대의 유산이 풍성하게 남아 있는 타스마니아(Tasmania) 북부 도시 론세스톤(Launceston)은 역사 도시일 뿐 아니라 주변 지역의 농산물이 기반이 된 음식 문화로 여행자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 도시가 최근 유네스코(UNESCO)의 ‘창조도시네트워크’(Creative Cities Network) 계획에 따라 음식문화를 선도하는 ‘City of Gastronomy’로 선정됐다. 사진 : Facebook / Launceston Gastronomy
전 세계 36개 'City of Gastronomy' 중 하나, 벤디고에 이어 두 번째
타스마니아(Tasmania) 주 제2의 도시인 론세스톤(Launceston)은 호주 식민 시대의 유산이 풍성하게 남아 있는 유서 깊은 도시이며 타스마니아 북부 관광의 중심이기도 하다.
다양한 문화유산뿐 아니라 근래 들어 빼어난 음식문화로 식도락가들의 발길을 잡고 있는 이 도시가 최근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sation. UNESCO)의 ‘창조도시 네트워크’(Creative Cities Network) 계획에 따라 식문화를 선도하는 ‘City of Gastronomy’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론세스톤이 네트워크 계획에 의해 미식가 도시로 선정된 것은 이 지역의 수백 여 농산물 생산지, 수십 개에 이르는 바인야드(vineyard)와 와이너이(winery), 오랜 제분소 역사를 가진 이 지역이 세계 최고의 식도락 목적지 중 하나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론세스톤에서 2개의 레스토랑 및 발효식품 회사 ‘Fermentation Tasmania’를 설립, 운영하는 킴 시그람(Kim Seagram) 회장은 “론세스톤이 유네스코로부터 큰 지지를 받았다”면서 “사람들이 더 자부심을 갖고 되고 이곳에서 일하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더 자랑스러워 할 수 있게 됐으며, 모든 이들이 우리 지역을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ity of Gastronomy’,
그 영예를 얻으려면
‘미식’이라는 말로 이해되는 ‘gastronomy’는 음식과 문화의 관계이며 또는 많은 론세스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음식과 사람의 관계이기도 하다.
‘City of Gastronomy’의 영예를 얻기 위해서는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창조도시 네트워크’는 유네스코가 문학 음악 민속공예 디자인 영화 미디어 음식 등 7개 분야에서 뛰어난 창의성으로 인류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전 세계 도시들 가운데 엄격한 심사를 통해 선정한 도시를 말한다.
이는 2004년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7개 분야에서 승인된 도시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 장려를 목표로 한다.
이 7개 분야 중 음식 부문에서는 현재까지 전 세계 36개 도시가 ‘City of Gastronomy’ 칭호를 얻었다. 호주에서는 지난 2019년 빅토리아 주 벤디고(Bendigo, Victoria)가 가장 먼저 ‘미식가 도시’의 영예를 얻었다.
‘City of Gastronomy’로 인정받으려면 ▲활기찬 미식 커뮤니티, ▲전통 요리에 들어가는 토종 식재료, ▲전통 식재료 마켓 및 식품 산업, ▲미식가 대상의 관련 페스티벌 및 음식 관련 경연대회 전통, ▲환경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지역 특산 식재료 홍보 등 유네스코가 선정한 여러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론세스톤이 내세우는 특별한 음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론세스톤에는 지역 목장과 농장에서 생산된 식재료가 식탁의 접시에 올려지는 식재료 생산-유통-요리로 이어지는 음식문화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사진은 매 주말 열리는 론세스톤 하베스트 마켓’(Launceston Harvest Market). 사진 : Caroline Williamson
이를 추진한 ‘Launceston Gastronomy board’의 앤드류 피트(Andrew Pitt)씨는 “근래 들어 크게 성장한 론세스톤의 음식문화를 기반으로 유네스코에 ‘City of Gastronomy’를 신청하기로 했다”면서 “론세스톤 규모의 도시에서 우리는 우리 지역의 강점을 부각시키기로 했으며, 그것은 바로 음식이었다”고 말했다.
론세스톤이 내세우는
요리는 딱히 없지만...
호주의 음식은 영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고유 음식을 꼽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피트씨도 이런 점은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론세스톤의 내놓을 만한 요리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은 미룬 채 “이 도시에는 지역 목장(또는 농장)에서 식탁의 접시에 음식이 올려지는 ‘음식’ 전반의 문화가 있다”고 말한다.
목장이나 농장에서 식재료가 생산되고 소매 판매를 거치는 론세스톤만의 식료품 시스템과 공급망 전체를 포괄하는 식문화가 ‘City of Gastronomy’의 영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식도락 도시로서의 영광에 간한) 가장 큰 측면은 식량불안이나 식량에 대한 어려운 접근성, 영양부족, 환경 지속성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창의적이고 협력적 방법으로 생각하는 다른 도시들과 연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론세스톤은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최대 3만 여 명을 불러들이는 북부 타스마니아 최대 음식 및 와인 축제 ‘Festivale’로 유명한 곳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상당 규모로 지역 농장들이 참여하는 ‘Harvest’라는 이름의 전통 농산물 시장이 열리고 있다. 또한 타스마니아대학교 론세스톤 캠퍼스 내 ‘인버레스크 사이트’(Inveresk site)에는 원주민 음식 정원이 개발될 계획이다.
‘City of Gastronomy’선정,
향후 기대되는 것은
킴 시그람 회장은 이번 미식가 도시 선정과 관련, “그 영예가 주는 브랜딩을 통해 더 많은 미식가를 끌어들이고, 이로 인해 지역 농축산물 생산자들이 새로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우리는 이제 전 세계 36개의 미식가 도시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농산물을 거래하면서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상호 필요 부분을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주말 이벤트에 수만 명의 방문자를 끌어들이는 론세스톤의 음식축제 'Festivale'은 이 도시의 식문화를 잘 보여준다. 사진 : Facebook / festivaletas
로렌 번(Lauren Byrne)과 마이클 레이필드(Michael Layfield)씨는 론세스톤에서 약 30km 거리에 있는 농장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농부이다. 주말이면 이들은 ‘론세스톤 하베스트 마켓’(Launceston Harvest Market)에 나가 직접 재배한 채소를 판매한다.
번씨는 론세스톤이 유네스코로부터 ‘City of Gastronomy’로 선정됐다는 소식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우리는 채소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기후를 찾아 북부 타스마니아로 이주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이 농장에서 차가운 날씨에서 좋은 식재료로 자라는 양배추, 브로콜리, 케일 등의 달콤한 야채류를 생산하고 있다. 번씨는 “또한 여름의 더운 날씨에는 멜론 등을 재배하면서 지속적으로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음식은 우리 모두를 하나 되게 한다’(food connects us all)는 아이디어로 더 많은 이들을 론세스톤으로 불러들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어 번씨는 “음식은 우리 모두의 공통 소재이며 타스마니아에서 이처럼 환상적인 농산물, 씨앗에서 접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열정적인 생산자가 있다는 것은 이 도시의 행운”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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