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들어 경매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이 증가하면서 낙찰률은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부동산 관계자들은 거래 비율이 낮아졌다고 하여 주택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사진은 시드니의 한 주택경매에서 낙찰됐음을 선언하는 경매사.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방송 화면 캡쳐
부동산 관계자들, “늘어난 매물로 낙찰률 낮아져... 가격 하락은 없을 듯”
올 한해 내내 뜨거웠던 주말 경매시장이 지난 달 들어 다소 주춤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을 원하는 예비 구매자들에게 있어, ‘괜찮은 주택’에는 여전히 상당한 입찰 경쟁이 있다는 것은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지난달까지 70% 대의 낙찰률을 보이던 시드니 주말 경매가 지난 주말(11일)에는 62.7%도 떨어졌다. 이는 지난 가을과 겨울 시즌 80% 이상의 거래 비율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하락이다. 멜번 또한 같은 주말, 경매 낙찰률은 65.2%를 보였다.
물론 이 수치는 경매 당일 저녁 보고된 것만을 집계한 것으로, 이후 추가로 보고된 것에 따라 몇 퍼센트포인트가 조정될 수도 있다. 이전 3주 동안 조정된 낙찰률은 전국적으로 68%, 66%, 68%였다.
이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것이다. 연말이 되면서 보다 많은 주택이 경매 시장에 나오는 반면 예비 구매자들은 크게 치솟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내집 마련’의 의지가 한풀 꺾인 게 사실이다.
70%의 경매 낙찰률은 일반적으로 약 10%의 가격 상승과 관계가 있는 반면 60%는 균형 잡힌 시장으로 간주된다. 그리고 그 이하로 하락하게 되면 주택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시드니를 기반으로 하는 독립 경매인 클레어런스 화이트(Clarence White) 경매사는 “현재 시장에 넘쳐나는 매물이 입찰 경쟁 수준을 조정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경매를 통해 주택을 판매하고자 더 많은 벤더(vendor)들이 잠정가격을 조정하고 있으며, 예비 구매자들의 입찰 경쟁도 덜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트 경매사는 “주택시장이 하향세로 돌아섰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봉쇄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판매자들의 공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부동산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내년도 주택시장에 대해 “완만한 가격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방송 화면 캡쳐
멜번(Melbourne) 기반의 부동산 중개회사 ‘Nelson Alexander’의 아치 스테이버(Arch Staver) 대표는 최근의 경매 시장에 대해 “특정 주택에 예비 구매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매물은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멜번의 또 다른 부동산 에이전시 ‘James Buy Sell’의 몰 제임스(Mal James) 에이전트는 구매자와 공급자 간의 기대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두드러지게 확인하고 있다.
그는 “현재 일부 부동산에는 10%의 격차가 있다”며 “벤더는 계속해서 판매금액 기대치를 5% 높이는 반면 예비 구매자는 예상 구매가격에서 5%를 내린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에이전트는 벨번 고가 주택지역 일부 주택의 가격이 지난 10월 약 5% 상승한 반면 11월에는 그 만큼 하락한 것을 보았다.
그에 따르면 대부분 구매자들이 평가하는 최고의 위치, 조용한 거리, 인기 지역(suburb)의 고품질 A등급 주택은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 반면 결함이나 평면도에 문제가 있고, 복잡한 도로 등 바람직하지 않은 위치의 C등급 주택은 6주 전과 비교해 ‘확실히 저렴’하다.
멜번 이너 베이사이드(inner bayside)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Belle Property’ 사의 데이빗 우드(David Wood) 에이전트도 넓은 부지를 가진 A등급 주택에 대해서는 예비 구매자들 간의 경쟁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우드 에이전트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예비 구매자들은 주택구입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본인의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다”며 “물론 기회를 엿보는 구매자가 있지만 A등급 부동산 중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매물은 없다”고 덧붙였다.
시드니 기반의 구매 에이전트이자 ‘Propertybuyer.com.au’ 사의 대표인 리치 하비(Rich Harvey)씨는 크리스마스 전 마지막 2주가 바이어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전했다.
그는 “이 ‘기회’라는 것은 시장 가치에 비해 15% 낮은 가격에 주택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면서 “만약 벤더가 300만 달러에서 330만 달러를 제시하면 구매자는 이를 310만 달러에 구매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처럼 부동산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내년도 주택시장에 대해 “완만한 가격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방송 화면 캡쳐
그에 따르면 기본 수준 이하의 주택과 달리 프리미엄 주택은 여전히 벤더가 책정한 잠정가격 이상의 금액에 낙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하비 에이전트는 예비 구매자들에게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말을 기해 더 많은 부동산이 시장에 나올 것이며, 새해에도 더 많은 선택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Mayfield Property Buyers’ 사의 존 커루(John Carew) 대표 또한 A등급의 주택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견이다. “좋은 부동산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그에 맞는 공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어 그는 “매매 관점에서, 구매자는 본인이 원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며 “매매가 잘 되는 부동산은 5년, 10년 후에도 예비 구매자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ay White NSW’의 알렉스 파타로(Alex Pattaro) 수석 경매사는 경매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증가함으로써 소유주도 마음 편하게 주택을 매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들 또한 구매자가 되어 다른 곳에서 보다 쉽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시드니 부동산 시장에 ‘바겐 세일’은 없다”는 파타로 경매사는 향후 주택시장에 대해 “급격한 가격 상승보다는 완만한 오름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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