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계의 반부패를 감시할 위원회 구성은 지난 2018년 현 모리슨 정부에서 약속한 내용이지만 아직 법안조차 상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이의 설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노동당이 이번 총선의 주요 공약 중 하나로 ‘국가청렴위원회’ 설립을 제시했다. 사진은 노동당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대표.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알바니스 대표, 총선 승리를 전제로 “올해 크리스마스 전까지 구성하겠다” 제시
연방 노동당이 올해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할 경우 올해 말까지 국가청렴위원회(national integrity commission)를 설립하겠다는 약속을 제시했다.
노동당은 오랫 동안 정부 내 반부패 기구 구성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해 왔으며, 이를 도입하지 않은 자유-국민 연립을 공격해 왔다.
지난 2018년, 자유당 내 당권 경쟁 과정에서 대표직에 올라 집권 여당 수장으로 총리가 된 스콧 모리슨(Scott Morrison) 정부는 그해 12월, 반부패위원회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지만 의회가 어떤 권한과 범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 차이로 이 계획은 의회 표결을 위한 법안조차 상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야당의 알바니스 대표는 지난 4월 16일(토) 성명을 통해 “호주 국민들은 국가청렴위원회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기까지 무려 1,200일 이상을 기다려 왔다”면서 “부패방지 역할을 하는 이 위원회가 노동당이 이끄는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임을 발표하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반부패위원회 설립은 2018년 모리슨 총리가 직접 언급한 것이었지만 현 정부는 법안조차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자유-국민 연립 여당 내에서도 지지를 얻으며 하원에서 과반수 찬성을 약속받았음에도 ‘노동당 지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이번 알바니스 대표의 발표에 대해 모리슨 총리는 “지난 선거(2019년 총선)에서 우리는 이를 시행하겠다고 말했었다”고 전제한 뒤 “이에 대한 세부 내용을 입안했지만 노동당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우리가 반부패위원회 설립 문제를 어떻게 진행하고 싶은지에 대해 우리는 매우 명확하고 상세한 정책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어진 유세 과정에서도 모리슨 총리는 ‘연립 여당이 하원에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음에도 노동당이 반대했기에 이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집권 여당의 모리슨(Scott Morrison. 사진) 총리는 반부패위원회 구성 법안이 노동당의 반대로 상정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연립 여당이 ‘초당적 지지’를 주장했지만 노동당은 집권에 성공할 경우 자유당이나 국민당이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 해도 청렴위원회 설립에 대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야당 내각 법무부를 담당하는 마크 드레퓌스(Mark Dreyfus) 위원은 근래 발생된 ‘스포츠 범죄’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이는 국가청렴위원회에 회부할 만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동당 선거본부의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 대변인은 알바니스 대표의 제안 직후 이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이날(16일) ABC 방송 아침 뉴스 프로그램인 ‘News Breakfas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야당)가 현 정부에서 본 1억 달러에 달하는 스포츠 범죄, 존재하지도 않는 기차역 주차장에 대한 자금 할당 등을 기억하라”고 지적하면서 “부패감시 기구에서 모든 정당의 잠재적 부패를 조사하고 처리할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클레어 대변인은 “이 청렴위원회 활동이 노동당인지 자유당인지, 어느 정부에서 최선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유권자들이) 판단해야 한다”며 “이제까지의 부패 스캔들을 본 이들은 호주 정계에 신뢰와 청렴이 있어야 함을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