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규모가 확대되는 가운데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분할 납부 서비스 ‘Buy now Pay later’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56억 달러였던 이 부분 지출은 지난 회계연도(2021-22년) 119억 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사진은 ‘After Pay’ 사의 서비스를 이용해 물품을 구입하는 고객. 사진 : eSeller365
3년 전 56억 달러 비해 두 배 이상... 노동당 정부, ‘무신용 확인’ 규제 방침
지난 수년 사이 크게 증가한 온라인 쇼핑은 기존 오프 매장을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다 비용 부담을 덜어주고자 제공되는 분할납부 신용 서비스 회사들의 등장으로 온라인 쇼핑 규모는 더욱 늘어나는 상황이다. ‘After Pay’, ‘Zip’과 같은 회사들의 ‘구매 후 비용 납부’(Buy now, Pay later. BNPL)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신용 제공 회사들은 특히 COVID-19에 따른 봉쇄 기간 및 이동 제한 시기를 기해 온라인 쇼핑객들을 유혹했으며, 이로써 호주 소비자들의 BNPL 서비스를 통한 지출은 3년 전 56억 달러에서 지난 회계연도(2021-22년도)에는 119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달 호주금융산업협회(Australian Finance Industry Association) 의뢰로 금융 컨설팅 사인 ‘RFI Global’이 수행한 조사 결과를 ABC 방송 뉴스 프로그램 ‘7.30’가 최근 사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1,746명 가운데 38%가 현재 제공되는 BNPL 서비스 중 하나를 이용했다.
이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디지털 레이바이(lay-by. 비용 지불 유예 계약을 통해 제품을 받고 몇 차례에 걸쳐 할부로 비용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쇼핑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칫 지나친 이용으로 부채에 짓눌리는 사례 또한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NSW 주 쉘하버(Shellharbour)에 거주하는 세 아이의 어머니 멜 테오발드(Mel Theobald)씨는 ‘After Pay’ 사와 ‘Zip’ 사를 이용해 가계예산을 조정하고 있다.
그녀가 맨 처음 이 서비스를 이용한 것은, ‘Zip’ 사를 통한 세탁기 구매였다. 이후 식료품, 자녀의 생일선물 등 비용 규모가 작은 품목에도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처음 이들 신용회사에 가입할 당시, 테오발드씨는 직업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After Pay’는 최대 신용을 500달러로 제안했고, ‘Zip’은 500달러에 추가로 500달러를 제안했다.
이어 이들 회사는 그녀에게 제공하는 신용 한도를 각 3천 달러, 2천 달러로 늘렸다. 테오발드씨는 “내가 직장을 갖고 있지 않음으로써 분할금을 상환하기 어려울 수 있음에도 이처럼 신용한도를 늘려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들 BNPL 서비스를 이용해 많은 물품을 구매했다. 대금 상환에 있어 심각한 부담은 없지만 부채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BNPL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이 서비스 제공 회사 중 하나인 ‘Zip’ 사의 피터 그레이(Peter Gray. 사진) CEO는 지나친 규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사진 :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 Bell Direct 동영상 캡쳐
ABC 방송이 전한 호주금융산업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매월 또는 격주로 상환해야 하는 기간을 지키지 못한 비율은 신용카드(credit card) 소지자가 17%인데 비해 BNPL 이용자는 18%였다. 또한 이번 조사 응답자 14명 중 1명은 할부금 상환을 위해 필수 품목 지출을 줄여야 했다고 답했다.
정부, 규제방안 도입 방침
ABC 방송이 BNPL 서비스를 확인하고자 ‘7.30’ 프로그램의 한 관계자를 통해 ‘After Pay’ 사의 온라인 가입에 접속하도록 하자 신용 확인 없이 600달러의 크레딧이 즉시 제공됐다. 이 소요시간은 약 2분이 소요됐을 뿐이다.
지난 5월 선거를 통해 집권한 노동당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에서 재정부를 맡은 스티븐 존스(Stephen Patrick Jones) 장관은 “바로 이런 것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7.30’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신용인지 아닌지, 또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기준이 있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며 “분명한 것은 이용자의 신용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BNPL은 신용카드와 같은 방식으로 규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존스 장관은 업계와의 강력한 협의를 통해 1년 내 관련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관은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 무엇을 하든 자금력을 가진 쪽의 목소리가 크다”고 말해 이에 대한 반발을 예상했다.
실제로 ‘Zip’ 사 공동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피터 그레이(Peter Gray)씨는 BNPL 서비스의 신용규제 완화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는 “우리의 서비스에 맞는 간단한 규제이어야 하며, 전반적으로 국가 신용코드와 유사하게 엄격한 규제로 경쟁을 억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우리는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나 비용 한도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NPL 시장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자 글로벌 기술 거물인 애플(Apple)도 ‘Apple Pay Later’로 미국 BNPL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며, 이 회사의 서비스가 호주에서 제공될 수도 있다.
이 같은 예상에 대해 존스 장관은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호주 기업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즉 애플 기기에서만 작동하는 방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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