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돼 현재 호주 이자율은 1.85%로 설정됐다. 이런 가운데 “2024년까지는 금리가 0에 가까울 것”이라는 RBA의 이전 발언이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19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발표하는 RBA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 사진 : Instargam / reservebankau
필립 로우 RBA 총재, “추가 상승 가능성 배제 못해”... 경기침체-불황 우려 ‘인정’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AB)이 이달에도 50베이시스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RBA는 매월 첫 주 화요일, 통화정책 회의를 갖고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2020년 10월 0.25%이던 것을 11월 0.1%로 인하, 사상 최저의 낮은 이자율을 이어오던 RBA는 19개월 만인 지난 5월 0.25%포인트를 인상한 데 이어 6월부터 이달까지 세 달 연속 각 0.5%포인트를 올려 현재 기준금리를 1.85%로 설정했다.
하지만 이달까지 네 번째 이자율 상승이 올해 마지막 인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우려는 더욱 크다. RBA의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 회의 후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사회는 앞으로 몇 개월 동안 통화 상황을 정상화 하는 과정에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재 사전 설정된 경로에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어 총재는 “향후 금리 인상 규모나 시기는 우리(RBA)가 확보하는 데이터와 인플레이션 수치 및 노동시장 전망에 대한 이사회의 평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우리는 호주의 인플레이션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표치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로우 총재는 물가상승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경제 침체 또는 불황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이사회는 안정적인 경제 상태를 유지하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목표치인 2~3% 범위로 되돌리는 것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금리 임상으로 인한 호주 경제의 많은 위험이 부분적으로는 RBA 스스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기준금리가 적어도 2024년까지 ‘0’에 가깝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RBA의 이전 발표 때문이다.
경제 컨설팅사인 ‘EQ Economics’의 워렌 호건(Warren Hogan) 대표는 “아마도 첫 주택구입자들이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주택시장에 처음 진입한 이들의 경우 높아지는 금리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 타격,
소비자 신뢰 하락 불가피
금융상품 비교 사이트인 ‘RateCity’ 자료에 따르면 이번 금리 인상이 은행의 대출 상품에 적용된다면, 50만 달러의 주택대출금을 안고 있는 경우 월 상환액은 140달러가 더 늘어난다.
RBA가 8월에도 0.5%포인트 인상, 이자율을 1.85%로 설정함에 따라 특히 첫 주택구입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방송 화면 캡쳐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4차례의 금리 인상에 따라 50만 달러 대출금을 갖고 있는 소비자는 월 472달러를 더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RBA의 움직임을 촉발시킨 것은 근래 급격히 높아진 인플레이션이었다. 이로 인한 빠른 이자율 상승으로 소비자 신뢰 수준은 일반적으로 경지 침체기에 볼 수 있는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각 대도시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으며 지방 지역 또한 마찬가지이다.
금융비교 사이트 ‘Canstar’의 금융 전문가 스티브 미켄베커(Steve Mickenbecker)씨는 “최근 호주 통계청(ABS)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6월 신규 주택대출은 전원에 비해 4.4% 하락했다”면서 “주택담보 대출을 둔화시킬 만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인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짐 찰머스(Jim Chalmers) 연방 재무장관은 호주 각 가정은 이자율 추가 인상을 대비하고 있을 터이지만 최근의 RBA 결정은 상당한 충격일 수 있다고 전했다. RBA의 결정이 발표된 직후 장관은 캔버라 의회에서 “각 가정은 식료품, 전기, 기타 필수품 비용 상승 압력에 직면, 가계 재정을 맞추는 데 있어 힘겨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이미 지난 5월 연방 총선 이전, 금리 인상 경고가 분명했으며, 결과적으로 새 정부의 예산도 타격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 호주 기준금리 변화
2018년 2월 : 1.50%
2019년 7월 : 1.00%
2019년 10월 : 0.75%
2020년 3월 4일 : 0.50%
2020년 3월 20일 : 0.25%
2020년 11월 : 0.10%
2022년 5월 : 0.35%
2022년 6월 : 0.85%
2022년 7월 : 1.35%
2022년 8월 : 1.85%
Source : RBA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