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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말 출간된 어린이 챕터북 ‘Wylah the Koorie Warrior’가 호주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르는 등 어린이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으며 주인공인 원주민 소녀 전사 '와일라'(Wylah)는 어린이들의 새로운 영웅으로 부상했다. 그림은 이 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전사 와일라와 그녀의 친구 포(Po). 그림 : Richard Pritchard의 삽화, Allen & Unwin 제공

 

삽화가 들어간 판타지 소설 ‘Wylah the Koorie Warrior’, 아동도서 베스트셀러로

작가 Richard Pritchard-Jordan Gould, “강해야 했던 홀어머니에게서 영감 받았다”

 

최근 호주 어린이들에게 새로이 부상한 영웅이 있다. 헐리우드에서 만들어낸 ‘마블’ 시리즈의 영웅이 아니다. 호주 태생의 소녀이자 ‘쿠리’(Koorie. 일반적으로 호주 원주민을 일컫는 용어) 전사이다.

이 영웅은 ‘Wylah the Koorie Warrior’라는 제목의 어린이 챕터북(chapter book. 삽화를 담은 이야기 책)을 통해 만들어진 인물로, 이 삽화소설은 ‘와일라’라는 이름의 소녀 전사가 지금의 빅토리아(Victoria) 주 남서부 피크우롱(Peek Whurrong) 부족의 땅에서 펼치는 판타지 모험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지난 5월 31일을 기해 출간되었으며, 곧바로 호주 어린이 독자들을 사로잡아 불과 2개월이 안 되는 지난 7월 중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아동도서’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으며, 호주 대형서점인 ‘Booktopia’와 ‘Readings’의 베스트셀러 차트 상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시리즈 1을 통해 와일라 전사의 모험에 빠져 있던 어린이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있다. 이 책의 작가인 라차드 프리차드(Richard Pritchard)와 조던 굴드(Jordan Gould)씨가 앞으로 수년에 걸쳐 새로운 캐릭터와 그에 맞는 새 모험의 전체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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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lah the Koorie Warrior’ 공동 작가인 조던 굴드(Jordan Gould. 사진 왼쪽)와 리차드 프리차드(Richard Pritchard. 사진 오른쪽)씨. 빅토리아(Victoria) 주 남서부, 워남불(Warrnambool)에 거주하는 이들은 어린 시절, 싱글맘과 함께 자랐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또한 그 어머니들의 강한 모습에 대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소녀 전사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두 작가의 어머니가 큰 영감을 주었던 셈이다. 사진 : Allen & Unwin 제공​ 

 

두 공동 저자,

싱글맘에게서 영감 얻어

 

빅토리아 주 남서부, 멜번(Melbourne)에서 약 260km 거리의 해안도시 워남불(Warrnambool. 이 소설에 등장하는 ‘Peek Whurrong’ 부족의 활동 지역에 포함된다)에 거주하는 두 공동 작가 프라차드와 굴드씨는 최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를 키워 준 여성들을 통해, 친절 그리고 용기를 가진 원주민 소녀 와일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리차드씨는 뉴질랜드에서 3명의 형제와 함께 홀어머니와 함께 자랐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싱글맘인 어머니가 자녀들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경외심이 들었고, 모든 여성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으며, 지금은 모성애가 강한 아내와 딸이 있다”고 소개했다.

굴드씨 또한 워남불에서 젊은 싱글맘과 함께 자란 원주민 피크우롱 부족 출신이다. 그는 작가로서 이름을 얻은 배경을 어머니의 힘으로 돌리면서 “나의 어머니는 16살 나이에 나를 낳았고, 자폐아(autistic child)인 나를 키우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그가 갖고 있던 자폐증이 그리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는 항상 내 곁에 있었고,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자 했다”는 굴드씨는 “그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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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 굴드씨의 어머니 시몬느 굴드(Simone Gould)씨와 어린 시절의 조던. 그의 어머니는 워남불 지역을 기반으로 살아온 원주민 ‘피크우롱’(Peek Whurrong) 부족 혈통이다. 사진 : Jordan Gould 제공

   

프라차드씨는 굴드씨와 비슷하게 어린 시절의 여러 경험이 창작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털어놓았다. “조던을 키워낸 여성은 매우 강한 성격이었고, 내 어머니 또한 마찬가지”라는 그는 “남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여성들이 직접 해결한다는 것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진정한 호주의 영웅

 

프리차드와 굴드씨가 만들어낸 ‘Wylah the Koorie Warrior’는 금을 찾으려는 탐욕스런 인간의 지휘 하에 용의 군대의 침략을 받은 한 부족의 어린 소녀가 용기를 얻고 이에 대항해가는 과정이 빠르게 전개되는 액션 어드벤처이다.

‘와일라’라는 이름의 이 전사는 피크우롱 부족을 위해 싸울 힘과 용기를 얻어야 했고, 그래서 자신의 모계 조상이 가진 지식, 힘과 연결한다. 워남불 주변을 흐르는 홉킨스 강(Hopkins River)과 원주민 유산 지역인 모이질(Moyjil. 일명 Point Ritchie) 등 워남불의 랜드마크와도 같은 자연 풍경은 이 이야기의 주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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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프리차드 작가가 형상화 한 소녀 전사 와일라(Wylah). 이 동화책 제목의 ‘쿠리’(Koorie)는 호주 원주민을 일컫는 용어이다. 삽화 : Ritchard Pritchard 제공

   

프리차드씨는 “굴드씨와 함께 ‘와일라’라는 소녀 전사를 등장시킨 판타지 모험 이야기를 구상했을 때부터 어린이들에게 흥미를 주는 것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 책의 서문에서 “호주의 모든 원주민과 비원주민에게 ‘와일라’가 사랑, 포용, 화합, 공감의 대화가 시작되는 그릇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그는 원주민 문화를 드러내는 부분에서 뉴질랜드 문화와 일치시키고 싶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뉴질랜드의 원주민 문화도) 어디에나 있고 높이 평가되며 학교와 정치에 뿌리내리고 있음은 물론 모두가 그 언어를 사용하고 포용된다”는 게 그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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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lah the Koorie Warrior’에서 묘사된 와일라 부족 마을인 ‘Peek Whurrong Village’. 이 책에 등장하는 배경은 워남불 지역의 자연 풍경을 모티브로 했다. 그림 : Ritchard Pritchard 제공

   

호주의 유명 영화 연출가인 조지 밀러(George Miller) 감독을 비롯해 헐리우드 영화인들과도 함께 작업한 바 있는 애니메이터 프리차드씨는 자신과 굴드씨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또한 호주인 모두가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와일라’는 실제 피크우롱 부족 여성들, 그리고 뉴질랜드에서 성장한 프리차드씨가 사모아(Samoa)계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자라면서 받은 영감에 기반하여 탄생된 캐릭터이다.

 

4만 년의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영웅

 

굴드씨는 하이스쿨에 등록했을 때, 어머니가 입학신청 서류에 ‘원주민 혈통’으로 표기하는 것을 보고서야 자신이 원주민 후손이라는 것을 알았다. 워남불에 있는 공립 브라우어 칼리지(Brauer College)에 입학한 후 그는 학교의 한 문화 프로그램에 참석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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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번(Melbourne)과 질롱(Geelong)을 연결하는 하이웨이 상의 대형 광고판에 게재된 ‘Wylah the Koorie Warrior’ 광고. 지난 5월 31일 출간된 이 책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사진 : Allen & Unwin 제공

   

그는 “‘클론타프’(Clontarf)라는 이 그룹은 원주민 출신 소년들을 위한 것으로, 그들은 제가 하이스쿨 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12학년까지 마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하이스쿨을 마친 후에는 워남불의 피크우롱 원주민 부족 장로인 로버트 로우(Robert Lowe), 록키 에클스(Locky Eccles) 삼촌으로부터 피크우롱 부족의 언어와 문화를 배웠다.

이 어린이 소설의 이야기에 묻어 있는 원주민 이야기는 문화적으로 상당히 구체적이며 수만 년 동안 빅토리아 주 남서부를 기반으로 살아온 피크우롱 부족의 언어가 상당 부분 차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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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전사가 된 이 책의 주인공 와일라(Wylah)는, 탐욕스런 인간들이 이곳을 침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족 마을(Peek Whurrong Village)의 천진난만한 소녀였다. 삽화 제공 : Allen & Unwin

   

프리차드씨는 이번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이전의 실수를 되새겼다. “여러 문화를 의미 없이 섞어냄으로써 독자들을 불쾌하게 하는 이름 없는 문화를 만들어낼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지역 원주민 이야기를 차용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와일라를 ‘여기 모든 이들을 위한 공주가 있습니다’라고 말하고자 여러 문화를 혼합하기보다는 모든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제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캐릭터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공동 작가는 지역 원주민 원로들의 지식, 그리고 1880년대 쓰여진 제임스 도슨(James Dawson)과 그의 딸 이사벨라(Isabella)가 남긴 원주민 관련 기록에 크게 의존했다는 것도 털어놓았다. 제임스 도슨은 1840년 호주로 건너와 지금의 빅토리아 주 야라(Yarra) 지역에 정착한 뒤 목축업에 종사했던 인물이다. 그는 또한 아마추어 민속학자로 이 지역 원주민 문화를 공부했으며, 이들의 친구가 되어 원주민 권익을 위해 많은 활동을 펼쳤던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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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공동 작가는 이 책에 등장하는 자연뿐 아니라 호주 고대 동물들을 인용해 묘사했다. 사진은 남부호주(SA) Naracoorte Caves National Park에 만들어져 있는 디프로토돈(Diprotodon. 지질 시대 호주 지역에 살던 거대한 유대목 동물) 모형. 두 어린이는 프리차드씨의 자녀인 맥스와 시에라 프리차드(Max and Sierra Pritchard)이다. 사진 : Richard Pritchard 제공

   

자신들이 만들어 낸 ‘와일라’의 성공에 대해 프리차드씨는 “인종 정치(race politics)의 세계적 변화가 그 배경일 듯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 사이 전 세계에서 많은 사회적 변화가 있었다”는 그는 “여성 인권운동이기도 한 ‘Me Too’, 인종차별 반대 움직임인 ‘Black Lives Matter’, 호주에서 일고 있는 ‘Change the Date’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날에도 원주민과 비원주민 사이에는 많은 논쟁과 갈등이 있다”고 덧붙였다.

‘Change the Date’는 호주가 국가 건국으로 기념하는 ‘Australia Day’를 변경해야 한다는 움직임이다. 매년 1월 26일을 기리는 이 날은 영국의 첫 죄수선 ‘제1함대’(First Fleet)가 지금의 록스(Rocks) 지역인 시드니 코브(Sydney Cove)에 도착한 날이며, 호주에서 6만 년 이상 살아온 원주민 커뮤니티에서는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은 ‘침략의 날’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프리차드씨는 “와일라는 원주민 문화와 다시 연결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열망의 결과”라면서 “실제로 와일라의 강점은 바로 그 이야기는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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