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인구직 사이트 'Seek'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이 회사를 통해 직원을 구하는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제시한 급여는 전년대비 4.1%가 상승했다. 이는 호주 통계청(ABS)이 내놓은 6월까지의 공식 임금물가지수(Wage Price Index)보다 크게 높은 수치이다. 사진은 올해 상반기, 급여 인상을 촉구하는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주 보건 및 교육 부문 종사자들의 시위.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호주 최대 인적 자원 컨설팅 사 ‘Seek’ 데이터... 통계청 임금물가지수보다 높아
노동시장 회복... 광고된 급여 증가율, ABS 측정 전체 급여에 비해 빠르게 증가
‘더 나은 급여를 받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새로운 직업을 찾는 것’이라는, 오래된 격언을 확인시키는 새로운 데이터가 나왔다.
인적 자원 컨설팅 회사이자 매월 20만 개 이상의 구인광고를 호스팅하는 호주 최대 구인 구직 사이트 ‘Seek’가 최근 내놓은 수치에 따르면 이 회사를 통해 구인광고를 낸 기업들의 제시 급여는 지난 7월까지 전년대비 4.1%가 상승했다.
지난 7월, 이 회사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구인 기업들의 급여율은 전월에 비해 0.4% 올랐다. 이는 이전 2개월 기간과 유사한 비율로, 연간 임금 증가율은 5%에 약간 못 미쳤다.
이는 올해 6월까지 연간 임금상승률이 2.6%라는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ABS)의 공식 임금물가지수(Wage Price Index)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Seek’의 선임 경제학자인 매트 코길(Matt Cowgill) 연구원은 “직원을 구하는 기업들이 제시한 급여율이 현재 같은 직종에 근무 중인 이들의 임금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공개한 데이터와 관련,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광고에서 제시된 급여가 호주 경제상황은 물론 노동시장의 광범위한 변화에 점점 더 빠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경제상황이 악화됐던 2020년에도 그랬듯이 (고용주는) 기존 직원의 급여를 삭감하지는 않겠지만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거나 억제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이번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시장이 회복되고 2021년 이후 경제가 호황을 누리기 시작하면서 구인광고에 제시된 급여증가율은 ABS가 측정한 전체 임금보다 더욱 빠르게 상승했다”며 “광고된 급여 증가가 결국 모든 근로자의 임금상승과 일치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긍정적 신호”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다른 한 경제 연구보고서는 직업을 바꾸려는 이들에게 제시되는, 인상된 급여가 전반적으로 호주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을 얼마나 증가시킬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근래 설립된 경제 싱크탱크 ‘e61 Institute’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부문에서의 이직률은 매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호주 평균 근로자가 직업을 바꿀 확률(또는 직종 전환 비율)은 2000년대 중반 11.3%에서 최근에는 8.5%로 떨어졌다”면서 “최근의 노동시장 회복 기간 동안 직종 전환 비율(job-to-job transition rate)은 증가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나타난 평균 비율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자의 임금이 차지하는 몫은 높지 않은 편으로, 특히 젊은 근로자들에게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그래프 : e61
보고서는 이어 “이 같은 감소는 임금상승을 직접적으로 저해할 뿐 아니라 직업을 바꾸는 이들이 더 높은 임금인상을 받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임금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증가마저 저해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61’의 연구원들은 “노동력이 보다 생산적인 기업에 재할당되는 경향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젊은층에게는
더 악화된 상황
특히 이직 비율 감소는 젊은 근로자들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e61’은 직장을 바꾸면서 얻게 되는 급여 인상은 경력을 형성해가는 시기의 젊은이들에게 있어, 또한 본인에게 잘 맞는 일자리를 분류할 필요가 크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싱크탱크는 일자리 감소의 원인은 대부분 호주 기업의 경쟁력 및 활력 저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61’ 보고서는 “기업 진입률이 2000년대 중반 13%에서 2010년대 중반 11%로 감소한 가운데 젊은 기업의 고용 점유율 또한 11%에서 8%로 줄었다”며 “이는 산업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진입률(entry rate) 및 퇴출률(exit rate)은 각각 해당 연도에 새로 생성된 기업 수와 존재하지 않는 수로 정의되며 각 연초에 활성 기업의 수로 측정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신생 기업이 종종 더 혁신적이고 기존 기업에 개선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게다가 젊은 기업은 더 젊은 근로자들이 집중되어 있기에 이들은 기업 진입률 감소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문제로 인해 호주의 젊은 근로자들은 임금으로 나타나는 국민소득 부분의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 20년 동안 노동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감소는 거의 전적으로 젊은 근로자들에게 집중됐다”고 밝혔다.
‘수익분배 성장’ 관련 논쟁
호주 비즈니스 그룹은 임금보다 기업 이윤이 증가했다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 왔다. 호주 각 산업계를 대변하는 ‘Australian Industry Group’(Ai Group)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여 년간 국민소득에서 근로자 몫이 감소한 것은 거의 대부분 광업과 금융 두 산업 부문에 기인한다.
이 단체의 피터 번(Peter Burn) 선임 정책자문 위원은 “우리 경제의 82% 분야는 소득에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시장 부문 소득의 노동자 몫 하락은 일반적으로 기업이 더 높은 급여를 지불할 수 있는 산업 소득의 더 큰 몫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제안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기업의 생산성과 실질임금 성장을 보여주는 그래프. 노동조합 측은 임금상승이 생산성 향상에 뒤쳐져 기업 이득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프 : ABS
AI Group은 또한 기업들이 생산성 향상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는 ‘호주 노동조합협의회’(Australian Council of Trade Unions. ACTU)의 주장을 반박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번 자문위원은 “이 주장은 노동 생산성에 근거한 것이며 따라서 최근 생산성 증가의 상당 부분을 견인한 새로운 기계 및 기술에 대한 기업 투자의 기여도를 설명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계의)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노동 생산성은 광산 투자 증가에 의해 압도적으로 주도되었다”며 “그와 반대로 생산에 활용된 자본의 양을 늘리는 다요소 생산성(multifactor productivity) 측정은 훨씬 더 엄격한 결과를 초래하고, 이 경우 생산성 향상은 더욱 낮은 측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e61’ 보고서에 따르면 생산성 향상이 근로자의 급여보다 기업 이익에 더 많이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산업 부문은 광산업 분야만이 아니다.
보고서는 “생산성에서 임금으로의 추정 몫이 지난 15년 동안 거의 25% 감소했다”고 분석하면서 “예를 들어 2000년대 중반 근로자 1인당 이직률이 1% 늘어나면 평균 임금이 0.19% 증가했지만 2020년까지 임금으로 전가되는 비율은 0.14%로 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광고 제시 임금인상폭
가장 높은 업종은
‘Seek’의 구인광고에 제시된 임금이 지난 1년 사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는 건축설계, 정보통신 기술, 무역 및 서비스였다. 이 부문의 제기된 임금 상승폭은 지난 6월 분기 기준으로 6.1%의 인플레이션 상승률과 일치하거나 개선된, 유일한 3개 업종이었다.
과학 및 기술은 가장 저조한 부문으로, 광고된 일자리의 급여는 0.6% 증가에 그쳤으며 정부 업무(공무원), 교육 및 훈련, 커뮤니티 서비스, 법률 분야도 2% 미만에 머물렀다.
‘Seek’ 데이터에 따르면 이 회사의 광고를 통해 제시된 급여는 IT, 광업, 컨설팅 분야가 가장 높았으며 소매 및 접객 서비스 부문의 임금이 가장 낮았다. 그래프 : Seek
코길 연구원은 “공공부문 임금은 (다른 산업에 비해) 훨씬 더 약하다”며 “이는 성장률을 덜 따르며 (임금 성장이) 더디게 진행되는 경향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급여 인상은, 일반적으로 몇 년마다 재협상되는 기업 계약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가장 높은 급여를 받는 부문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임금인상률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상승 수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조금이라도 높은 급여를 위해 직장을 옮기는 근로자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Seek’의 수치는 고용시장 성장이 연간 5% 미만이기는 하지만 임금상승률이 점차 낮아지면서 (고용 성장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코길 연구원은 “최근 몇 달 동안 우리는 월별 성장률에서 일종의 정체기를 볼 수 있었다”면서 “6월과 7월, 우리(‘Seek’)의 구인광고 양은 아주 약간 감소했지만 높은 수준에서 정체된 현상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구인광고에 제시된 각 산업별 임금 상승률
(전년 또는 올해 3월 분기 대비. 산업 부문 : 2021년 7월에서 2022년 7월 / 2022년 6월 분기)
-Design & Architecture : 7.3% / 1.8%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y : 6.2% / 1.8%
-Trades & Services : 6.1% / 2.0%
-Administration & Office Support : 5.8% / 1.8%
-Mining, Resources & Energy : 5.7% / 1.1%
-Real Estate & Property : 5.7% / 1.9%
-Sport & Recreation : 5.2% / 1.5%
-Manifacturing, Transport & Logistics : 5.2% / 1.5%
-Accounting : 4.9% / 1.8%
-Marketing & Communications : 4.7% / 0.3%
-Call Centre & Customer Service : 4.7% / 1.1%
-Engineering : 4.6% / 1.6%
-Advertising, Arts & Media : 4.2% / -0.5%
-Sales : 3.9% / 0.9%
-Banking & Financial Services : 3.7% / 1.7%
-Consulting & Strategy : 3.5% / 1.7%
-Hospitality & Tourism : 3.4% / 1.0%
-Retail & Consumer Products : 3.3% / 0.7%
-Construction : 3.2% / 0.7%
-Human Resources & Recruitment : 3.2% / 0.5%
-Insurance & Superannuation : 2.8% / -0.3%
-Healthcare & Medical : 2.4% / 1.1%
-Legal : 1.7% / 0.5%
-Community Services & Development : 1.6% / -0.1%
-Education & Training : 1.6% / 0.9%
-Government : 1.4% / 0.3%
-Science & Technology : 0.6% / 0.5%
Source : Seek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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