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각 산업계에서 기술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가운데 현재 임시비자로 호주에 거주하면서 영주비자를 신청한 기술 인력들은 정부의 비자 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때로는 너무 자의적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사진은 '교사' 직종으로 189 비자를 신청했던 마리나 샤탈로바(Marina Shatalova)씨. 사진은 샤탈로바씨가 ABC 방송에 제공한 것을 발췌한 것임.
정부 의지는 ‘인력 확보 위해 승인 절차 간소화’라지만... 기존 신청인들, “여전히 어렵다”
마리나 샤탈로바(Marina Shatalova)씨는 호주에서 영구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비자 취득을 목표로, 이에 필요한 점수를 얻고자 지난 수년 동안 노력해 왔다.
러시아에서 온 그녀는 자국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귀국할 수 없는 처지이다. 최근 ABC 방송의 비자 시스템 관련 문제를 지적하는 프로그램에서 샤탈로바씨는 “매우 감정적이고 힘든 여정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호주 숙련 기술인력 부족이 호주 경제의 가장 시급한 문제로 부상하고,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정부는 해외 인력 유치를 우선하여 영주비자 취득의 길을 보다 쉽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 반면 정작 수년씩 호주에 거주하면서 자격을 갖춘 영주비자 신청인들은 학력, 직장 경험, 언어 능력(영어 구사), 연령 및 기타 특성에 따라 점수가 부여되는 복잡한 비자 시스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제도 하에서는 각 부문(학력, 보유 기술, 영어 능력 등)의 점수 합계가 높은 신청인에게 우선순위가 주어져 비자가 더 빨리 승인된다. 이런 가운데 신청인들은 이 시스템이 혼란스럽고 때로는 임의적이며 사전 예고 없이 규정이 바뀌기도 한다고 말한다.
러시아에서 교사로 일했던 샤탈로바씨는 같은 직종(교사)으로 189 독립 기술 영주비자(PR)를 받으려 했다. PR을 취득하려는 이들은 먼저 이 카테고리의 비자 신청 의사를 밝히고(expression of interest), 비자가 승인될 수 있는 점수에 도달하면 정부에서 통지를 하게 된다.
189 비자 소지자는 지방 지역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것에 제한이 없으며 스폰서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45세 미만이어야 하고 호주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12년 전 호주로 건너와 10 살 아들을 둔 샤탈로바씨는 호주 교사학위를 취득했고 교사 능력평가 및 영어 시험을 통과했다. 특히 그녀는 ‘언어 능력’ 부문에서 우수한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11차례의 시험을 치르고 총 80점을 부여받았다.
‘교사’ 직종에서 독립 기술 비자를 신청했다가 너무 오랜 기간 정부로부터 신청 통보를 받지 못한 마리나 샤탈로바(Marina Shatalova. 사진)씨는 다른 계획을 갖고 지방 지역으로 이주, 현재 5년 기한의 임시비자를 받아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하고 있다. 사진은 샤탈로바씨가 ABC 방송에 제공한 것을 발췌한 것임.
하지만 PR 신청 의사를 밝힌 2년 후 교사기능 평가 자격이 만료될 때까지 샤탈로바씨는 정부로부터 비자를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 그녀는 “나는 이미 관련 교육을 받았고 건강하며 세금을 내고 있지만 교사 인력이 부족했음에도 (정부로부터) 영주비자를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멜번(Melbourne)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민 에이전트 션 동(Sean Dong)씨는 “최근 몇 년 사이 189 비자를 취득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동씨는 “호주의 비자 시스템은 매우 복잡하다”면서 “PR 초청 기준은 65점이지만 최근 2~3년 사이 189 비자 신청을 하려는 이들이 95~100점을 받을 수 있음에도 정부의 신청 통보는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기술인력을 유치하려는 호주의 이민 정책이 국제교육 부문의 요구에 부응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인력 부족) 문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지적하며 “숙련 기술 이민의 경우 고용주 스폰서십 비자를 활용하여 공급 중심이 아닌 수요 중심 모델을 채택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기술 관련 교육, 언어 능력에 대한 높은 기준, 불확실한 대기시간, 엄격한 업무경험 요구 사항은 PR 지원자들이 직면한 문제만은 아니다.
인도에서 온 수니 파텔(Sunny Patel)씨는 지난해 빅토리아 주, 질롱(Geelong, Victoria)에 있는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에서 기계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시드니로 이주했다.
올해 25세인 그는 ‘190 비자’를 신청할 계획이었다. 이는 거주하는 주(State)에서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된 기술을 가진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영주비자 카테고리이다.
멜번에서 이민 대행업을 하는 션 동(Sean Dong. 사진)씨는 정부가 각 업계의 인력 수요에 맞추어 이민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동씨가 ABC 방송에 제공한 것을 발췌한 것임.
하지만 지난 9월 7일, NSW 주 정부는 기술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해당 직종 항목을 업데이트하면서 정부가 초청하는 점수 기준 및 업무 경력 기간을 대폭 높였다. 파텔씨의 전공인 기계 엔지니어는 불행하게도 NSW 주의 기술 이민을 위한 직종 항목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190 비자 취득을 시도하지 못하게 된 그는 현재 1년 미만의 임시 대학원 비자를 갖고 체류하는 실정이다.
기술 인력들이 영주비자를
취득하려는 또 다른 이유는
영주비자는 호주에 영구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의미한다. 현재 장기 취업비자나 학생비자를 가진 이들이 PR을 취득하고자 하는 것은 이뿐 만이 아니라 ‘직업’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영주비자를 취득하게 되면 안정적인 거주는 물론 정부의 제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부 고용주는 임시 거주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도 출신의 스라반 레디 팔바이(Sravan Reddy Palvai)씨는 영주비자가 없기에 IT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우버’(Uber) 드라이버로 일하게 되었다고 털어놓았다.
팔바이씨는 지난 2019년 멜번 소재 찰스스터트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ty)에서 정보기술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분야는 호주에서 수요가 높은 기술 직종으로 간주된다.
호주로 오기 전, 같은 분야에서 5년 반의 업무 경험이 있는 32세의 그는 대학원 졸업 후 숙련 기술 독립 PR 비자 의사를 표명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부에서 비자신청 통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 그는 멜번에 있는 여러 IT 회사에 지원을 했지만 ‘임시비자 소지’라는 이유로 매번 입사가 거절됐다. 그는 “인터뷰 때 (자신의) 현재 비자 상태를 말하면 한결 같이 ‘미안하지만 우리는 영주비자 소지자를 구한다’는 반응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인도 출신의 스라반 레디 팔바이(Sravan Reddy Palvai)씨. 호주의 한 대학에서 IT 부문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영주비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사가 거부됐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팔바이씨가 ABC 방송에 제공한 것을 발췌한 것임.
“IT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것이 호주로 온 주된 이유”라는 팔바이씨는 ‘우버’ 차량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 하면서 혹시나 IT 분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일자리를 찾는 것이 절박한 상황이다.
ABC 방송에 따르면 이민 업무를 주관하는 연방 내무부 대변인은 동 방송의 관련 질의와 관련, 성명을 통해 “정부는 호주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데 있어 이민자 유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언급하면서 “이것이 우리(노동당 정부)가 비자처리 시간을 단축하고자 자원을 투자하는 이유”라는 이전의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 했다. 아울러 비자 시스템 수정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주비자 취득 시도,
“너무 힘이 든다”
교사 직종에서 PR을 받으려다 포기한 샤탈로바씨는 ‘플랜 B’를 고려, 5년 기한의 임시비자를 받고자 지방으로 이주했다. 거기서 그녀는 부동산 중개인 자격을 얻었고, 2019년 자신의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비자신청은, 내무부로부터 부동산 중개인으로 일한 첫 해가 ‘적격 기간’이고 그 외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3년 이상의 경력은 10점 이상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던 샤탈로바씨는 이를 행정재판소에 제기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교사 직종으로 다시 189 비자 신청 의사를 표명했으며, 마침내 65점을 넘겨 내무부로부터 신청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비자 신청 건으로 항소 상태에 있기에 현재 호주에 있는 동안에는 비자를 신청할 수 없는 처지이다. “아이를 두고 호주를 떠날 수는 없다”는 그녀는 “비자신청을 위해 떨어져 있어야 하는 상황에 대해 가족 모두가 걱정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샤탈로바씨는 “지난 12년간 호주에서 살았고 10살 아들에게는 이곳이 집이기에 다시금 비자를 얻기 위한 힘겨운 과정을 견뎌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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