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기간 중 호주 전역에서 1천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 호화 주택이 이전 기간의 두 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럭셔리 맨션들이 이어진 시드니 로워노스쇼어(Lower North Shore region) 교외지역인 모스만(Mosman)의 해안 주택가. 사진 : Orosi
‘Ray White’의 ‘전국 매매 분석’ 보고서, 부동산 시장 침체 상황에서 매물도 ‘뚝’
팬데믹 기간 동안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구가하면서 럭셔리 주택 매매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올 들어 시작된 침체로 호화 주택 시장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한 시장 분석을 보면 지난 2년 사이 1천만 달러 이상의 호화주택 거래는 1천 채 이상에 달했다. 이는 이전 2년의 기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또 300만 달러 이상 가격의 럭셔리 아파트 거래도 거의 2,550채를 기록했다.
고가의 호화주택이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거의 없는 상황으로, 이는 ‘호화주택’이라는 명성과 달리 가격 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전국 체인 부동산 중개회사 ‘레이 화이트그룹’(Ray White Group)의 수석 경제학자 네리다 코니스비(Nerida Conisbee) 연구원은 최근 수년 사이의 급격한 가격 상승, 높은 수준의 주택 거래량, 다운사이저 확산으로 고가 주택의 매물이 늘어났고 거래 수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레이 화이트의 전국 부동산 판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회계연도(2021-22년), 호주 전역에서 1천만 달러 이상에 거래된 고가 주택은 561채에 이른다. 이는 전년도 449채, 2019-20년 회계연도 193채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이다.
고가의 유닛 시장 또한 호황을 구가했다. 지난 회계연도 말인 올해 6월 30일까지 이전 12개월 사이, 호주 전역에서 매매된 300만 달러 이상의 고급 아파트 수는 1,408채였다.
호주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상위 1%에 이르는 주택의 중간 가격은 지난 6월까지 12개월 사이, 전년대비 9.9%가 증가한 44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전년도의 연간 상승폭은 이보다 훨씬 높은 17.5%였다. 모두 팬데믹 기간에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코니스비 연구원은 “이 같은 호화주택 거래는 시드니 지역이 주도했지만 시드니 남부 서던 하일랜드 지역(Southern Highlands region), 빅토리아 주의 모닝턴 페닌슐라(Mornington Peninsula, Victoria), 퀸즐랜드의 선샤인코스트(Sunshine Coast, Queensland) 등 지방 지역 또한 럭셔리 부동산 시장의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멜번의 경우 가격 변동이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며, 또한 팬데믹 기간 중 수차례에 걸친 도시 봉쇄로 가격 상승이 낮았지만 이제는 점차 고급 주택의 가격 성장이 두드러진다”고 덧붙였다.
멜번의 고급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투락(Toorak)에서도 500만 달러 이상 호화주택 거래가 크게 증가했다. 사진은 투락에 있는 한 럭셔리 맨션. 매매가는 8천만 달러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RT Edgar Toorak
실제로 빅토리아 주의 주택가격 기록은 지난 달 두 차례나 갱신됐다. 멜번(Melbourne)의 고급 주거지역으로 꼽히는 투락(Toorak) 소재 재건축 맨션은 8,000만 달러 이상에, 또 다른 럭셔리 주택은 7,500만 달러 매매됐다.
코니스비 연구원은 럭셔리 주택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호화 맨션을 찾는 이들의 수는 공급을 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회계연도, 광역시드니에서 1천만 달러 이상의 고급 주택이 거래된 지역을 보면, 모스만(Mosman)이 38채로 가장 많았으며 버클루즈(Vaucluse, 36채), 벨뷰힐(Bellevue Hill, 25채), 울라라(Woollahra, 17채) 순이었다.
올해 들어 시드니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맨션은 기업변호사 존 랜더러(John Landerer)씨와 부인인 미셸(Michelle)씨가 소유하고 있던 버클루즈 소재 호화 주택으로, 매매가는 6,2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또 다른 럭셔리 주택 거래는 의료 기업인 글렌 하이퍼(Glenn Haifer) 박사가 구매한 달링포인트(Darling Point) 주택으로, 그는 6천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주택은 요트 사업가 매트 알렌(Matt Allen)의 전 부인 리사 알렌(Lisa Allen)씨가 소유하고 있던 주택이다.
호화주택 매매 전문 에이전트인 벤 콜리어(Ben Collier)씨는 고급 주택에 대한 강한 수요, 낮은 수준의 공급, 장기간 이어진 사상 최저의 기준금리, 게다가 팬데믹이 시작되고 첫 봉쇄 조치가 내려지면서 호화주택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적은 공급에 이자률 상승이 예상됨에 따라 럭셔리 주택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콜리어 에이전트는 “지난 5월, 첫 금리 인상 후에는 500만 달러 주택 시장이 즉각적인 영향을 받았고, 이자율 상승이 연속되면서 1천만 달러 및 그 이상의 고가 주택시장으로 파급되고 있다”면서 “가장 먼저, 매물로 나오는 주택이 거의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에 부동산을 내놓기보다 계속 보유하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 그는 “500만 달러 이하 가격대의 주택 공급은 여전히 이어지는 반면, 1천만 달러의 고가 주택은 공급이 줄어들었고 가격도 안정되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동산 에이전시 ‘Pillinger’ 사의 브래드 필링어(Brad Pillinger)씨는 고가의 주택구입자들은 시장 상황에 따른 영향을 덜 받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상과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럭셔리 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가의 주택뿐 아니라 300만 달러 이상의 럭셔리 아파트 거래도 크게 증가해 2020년 650채였던 이 가격대 유닛 거래는 2021년 1,134채, 2022년에는 1,408채에 달했다. 사진은 시드니 달링포인트(Darling Point)에 자리한 한 고급 아파트. 잠정가격은 400만 달러이다. 사진 : Richardson & Wrench Double Bay
이번 판매 분석에서 500만 달러 이상 가격대를 ‘럭셔리 주택 거래’로 기준하여 조사한 멜번에서는 브라이튼(Brighton) 소재 호화주택 67채가 매매돼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투락(Toorak, 62채), 호손(Hawthorn, 29채)이 뒤를 이었다.
멜번 기반의 부동산 에이전시 ‘Jellis Craig Stonnington’ 사의 마이클 암스트롱(Michael Armstrong)씨는 “지난해의 경우 대부분의 에이전트들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가장 강력한 시장이었다”며 “주식과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 여기에 낮은 이자율이 이어지면서 고가 주택시장도 큰 성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이 바뀌었지만 고급 주택시장은 이자율이나 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영향이 덜한 편”이라는 그는 “대개의 고가 주택 소유자들은 시장에 매물로 내놓지 않으며, 이 때문에 판매할 주택이 부족해 높은 가격대가 유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각 회계연도별 고가주택 거래 수
▲1천만 달러 이상의 단독주택
2013년 : 65채
2014년 : 89채
2015년 : 111채
2016년 : 204채
2017년 : 218채
2018년 : 251채
2019년 : 220채
2020년 : 193채
2021년 : 449채
2022년 : 561채
▲300만 달러 이상의 유닛
2013년 : 185채
2014년 : 302채
2015년 : 451채
2016년 : 491채
2017년 : 618채
2018년 : 624채
2019년 : 474채
2020년 : 650채
2021년 : 1,134채
2022년 : 1,408채
*호주 전역에서의 거래
Source : Ray White Group
■ 호주 전역, 상위 1%
고가 주택의 중간 가격
2013년 : $2.19M
2014년 : $2.45M
2015년 : $2.85M
2016년 : $3.13M
2017년 : $3.33M
2018년 : $3.4M
2019년 : $3.25M
2020년 : $3.41M
2021년 : $4.01M
2022년 : $4.4M
Source: Ray White Group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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