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거의 정체 상태에 있던 임금이 10여년 만에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각 가계재정은 앞으로도 몇 달간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사진 : Nine Network 뉴스 화면 캡쳐
RBA 분기별 경제 보고서에서 진단, 6월까지 4.1%-12월까지 4.2% 임금상승 예상
물가상승지수는 6월까지 6.7% 하락 전망... 실질가계소득-가계지출 부담 이어질 듯
지난 수년간 거의 정체 상태에 있던 임금이 10여년 만에 빠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각 가계재정은 앞으로도 몇 달간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는 잠재적 물가 급등락에 대한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전망이다.
이달 첫주 화요일(7일) 2.5%포인트의 이자율 인상을 결정한 RBA는 그 며칠 후인 지난 10일(금) 내놓은 통화정책 관련, 분기별 경제 보고서에서 올해 호주인 임금은 6월까지 4.1%, 12월까지 4.2%가 증가한 후 2025년 중반까지는 3.8% 성장으로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09년 이래 호주 임금은 4% 이상 증가한 적이 없다. RBA는 이전 전망에서 ‘올 12월까지 최고 3.9% 상승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번 보고서에서 RBA는 인플레이션 전망도 수정했다. 이를 보면 올 6월까지 6.7%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전망한 6.3%보다 높은 수치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몇 개월간, 높은 인플레이션이 실질가계소득 및 소비 증가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기준금리 상승은 일부 가구의 실질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킴으로써 이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일과 야채를 제외한 식료품 가격은 지난 12개월 사이 11%가 높아졌다. 이는 40년 만의 가장 큰 상승폭이다. 게다가 식료품 가격은 앞으로도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품목별 물가상승을 보여주는 그래프.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이유의 약 절반은 공급망 문제라는 분석이다. Source : RBA
전기 및 가스 사용료 또한 향후 몇 개월 동안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RBA는 정부의 가격 상한제에 의해 도매비용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RBA는 지난해 5월부터 높은 인플레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시까지 0.1%의 사상 최저 수준을 이어오던 공식 이자율 인상을 단행했으며, 이달까지 9개월 연속 이어가 현재 기준금리는 3.35%에 달한다.
이달 첫 주 화요일, 통화정책 후 필립 로우(Philip Lowe) RBA 총재는 “향후 몇 개월 동안 추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RBA는 호주 물가상승지수가 2~3%의 목표 범위로 자리잡기를 원하며, 현재 예상으로는 2025년 6월에야 그 범위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경제는 6월까지 2.3%의 성장률을 보인 후 2024년 6월에는 약 1.4%로 떨어지고 2025년 6월까지는 다소 높은 1.7%에 도달하는 등, 향후 부진한 상황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연착륙을 달성하는 길은 여전히 좁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경제 전망과 RBA 이사회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준금리를 두고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기별 임금물가지수를 보여주는 그래프. Source: 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 Reserve Bank of Australia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연말 이전까지 호주 공식 기준금리가 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일부 경제학자들은 연말 이전 경기침체에 빠질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이자율을 ‘상당히 조정’한 상태에서 RBA는 금리인상이 그 효과(인플레이션 하락)를 발휘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물가와 임금상승에 대한 장기적 기대치가 RBA의 인플레이션 목표와 일치하며,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보고서는 “인플레이션과 임금이 모두 상승하고 있다”며 “가격과 임금이 상승하는 악순환을 피하는 것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RBA 이사회는 기업의 가격결정 행동과 인건비 상승을 지속적으로, 또 상세히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호주 가정의 생활비 압박은 정부의 가장 큰 경제 초점으로 남아 있다”며 “에너지 가격 인하 계획이 경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관은 “높은 물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세 가지 계획은 △책임 있는 생활비 경감을 제공하고,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며,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책임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 내각 재무부를 담당하는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의원도 “정부가 금리 상승과 생활비 압박을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테일러 의원은 “노동당은 연방선거 전, 전기사용료를 낮추고 보다 저렴한 모기지(mortgage)을 약속했지만 이중 어느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번 보고서는 그것을 정확히 확인시켜 준다”고 비난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이달 첫 주 화요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데 이어 내놓은 분기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향후 몇 년간 호주 경제는 부진한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은 시드니 도심 마티 플레이스(Martin Place)에 자리한 Reserve Bank of Australia. 사진 : ABC 방송 ‘The Business’ 프로그램 화면 캡쳐
이런 가운데 경제학자들은, 이번 보고서와 함께 이달 첫주 화요일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성명에서 나타난 RBA의 발언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이 고착될 수 있는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커먼웰스 은행(Commonwealth Bank) 경제학자들은 RBA가 다음 두 회의(3월 및 4월 첫 주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이자율을 인상, 오는 4월까지 공식 금리를 3.85%까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은행의 수석 경제학자 가레스 에어드(Gareth Aird) 연구원은 “RBA는 분명 인플레이션이 고착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임금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에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향후 6개월 동안 경직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주식거래 펀드 제공회사인 ‘Betashares’의 데이빗 바사니스(David Bassanese) 선임연구원은 “기업이 공급 관련 비용을 구매자에게 전가할 수 있게 한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지출은 지난 한 해, 상당히 탄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그 배경으로 “이자율 인상이 모기지 부채가 없는 3분의 2 가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이 적다는 것”을 언급한 그는 “경제성장 둔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실행되지 않았던 재정 정책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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