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현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한 RBA의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금리 인상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진은 ABC 방송 시사 뉴스 프로그램 '7.30'와 인터뷰를 하는 필립 로우 총재. 사진 : ABC 방송 '7.30' 프로그램 화면 캡쳐
RBA 로우 총재,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강조... ‘추가긴축 필요 예상’ 언급
이달 첫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지난 달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RBA의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금리 인상이 끝났음을 의미하는 게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히 로우 총재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물품 가격을 올리거나 근로자들의 임금이 지나치게 인상되는 경우 더 많은 이자율 고통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기준금리 인상 보류를 결정한 다음 날(수) 시드니 내셔널 프레스클럽 연설에서 “10차례 연속 이자율 인상을 단행한 후 처음으로 이전 달 수준을 유지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금리 상승의 정점’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힌 로우 총재는 “실제로 RBA 이사회는 합리적 기간 내에 인플레이션 수치를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해 통화정책의 추가 긴축이 필요한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공식 연설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로우 총재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금리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단기적으로는 인하될 가능성보다 훨씬 높지만 이 결정은 ‘월 단위’로 이루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RBA는 매월 첫주 화요일 통화정책 회의를 갖고 공식 금리를 결정한다.
로우 총재는 “우리(호주)는 3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지수를 기록했고 50년 만에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약 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 많은 금이 인상을 시행하기 전, RBA 이사회는 이미 단행된 대규모 이자율 상승의 영향을 평가할 시간을 신중하게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BA의 이 평가는 시간이 짧을 수도 있다. 호주 통계청(ABS)으로부터 나올 3월 분기 인플레이션 통계 자료를 기다려야 하고, 다음 회의(5월 첫주 화요일) 전, 내부적으로 경제 전망을 업데이트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 전문가 및 경제학자들은 다음 달(5월)에도 이자율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을 87%로 전망하고 있다. RBA가 인상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데 회의적인 시각인 셈이다.
호주 메이저 은행 중 하나인 NAB는 올해 들어 세 번째 예측 업데이트에서 5월 또는 6월경 한 차례 더 금리가 인상될 ‘실질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공식 이자율이 현재의 3.6%로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2년 6, 9, 12월 분기 및 올해 3월 분기 가계 지출을 보여주는 그래프. RBA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는 소비자 지출 하락이 드러나면서 이전의 금리 인상에 대한 영향을 평가하고자 4월 금리 인상을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 3월 분기는 현재까지 통계청(ABS)로부터 접수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이다. Source : ABS, RBA
NAB 은행 경제학자들은 “우리의 전망에서, 몇 달이 지나면 소비지표 둔화와 노동시장 전망 악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 수치가 완화되면서 RBA는 현 기준금리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호주, 전면적인
경기 침체 피할 수 있을 것...”
그런 한편 RBA는 소비자 지출이 팬데믹 사태 이후 최고치에서 상당히 극적으로 완화되는 징후에 주목했다. RBA는 이미 시행된 금리 인상의 완전한 효과가 가계 재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계지출 감소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로우 총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소비자 수요 약화에 기여하면서 ‘금리 인상’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고 있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생활비 압박도 만만치 않은데, 실질 소득이 거꾸로 가고 있음을 많은 이들이 알게 되고 이것이 그들의 지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현재 우리(RBA)가 금리 인상과 생활비 압박에 대한 분명한 증거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이달에 이자율을 유지하면서 경제의 맥을 짚어보고 재평가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의 예측에도 불구하고 호주인들은 올해 1인당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일반적인 생활수준이 하락하는 ‘per capita recession’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지만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호주가 전면적인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EY의 셰렐 머피(Cherelle Murphy) 경제 연구원은 지금의 호주 경제에 대해 “불황에 빠질 것 같은 상황은 아니다”며 “로우 총재가 언급했듯이 호주는 수출품에 대한 강한 가격을 갖고 있고 노동시장도 여전히 강세이며 사업 부문은 투자와 성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이어 머피 연구원은 “현재 가계 부문은 후퇴하고 있지만 나머지 경제는 잘 진행되고 있으며 올해가 지나면 경기 침체에서 분명하게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 모든 가계에
더 큰 타격 ‘인정’
로우 총재는 호주인들이 비교 가능한 대부분 국가의 주택담보대출자들에 비해 훨씬 빠르고 강한 금리 인상을 접하면서 각 가계의 소득 증가분이 이로 흡수될 것이라는 RBA의 전망을 확인시켰다고 인정했다.
그는 “모기지(mortgage) 금리 상승은 가계 예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으며 내년 말까지 필요한 담보대출 상환액이 가계 가처분 소득의 거의 10%로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상환 모기지 금리(Outstanding Mortgage Rates) 변동을 보여주는 그래프. 호주는 노르웨이, 영국, 캐나다 및 뉴질랜드와 비교해 미상환 모기지 금리가 가장 빠르게 상승했다. 그래프 : RBA
이어 로우 총재는 “많은 가구가 주택담보대출 상쇄 계정(mortgage offset accounts)에 큰 완충액을 구축해 놓았지만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의 약 30%는 3개월 미만의 상환액을 상쇄하는 수준이거나 재인출을 하고 있다”며 “또한 더 높은 변동금리로 전환해야 하는 고정금리 대출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로우 총재는 현재 호주의 은행 시스템은 대부분 문제가 없는 상태이지만 해외 일부 은행 구조가 글로벌(또는 지역)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달 말 들어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됐지만 은행들은 스스로 위험을 재평가하고 대출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을 포함해 예금자들에게 금융자산이 안전하다고 안심시키고자 노력함에 따라 해외에서의 은행 파산 등의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보다 엄격한 금융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우 총재는 “이것이 글로벌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는지 아직은 불분명하지만 또 다른 역풍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정적 수익,
느린 임금 상승 필요
로우 총재는 높은 상품가격, 인금 인상이 RBA의 ‘더 결정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대응’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다시금 경고하면서 “향후 임금인상이 인플레이션 목표와 광범위하게 일치하고 기업의 이익 확대 또한 물가상승 압력의 지속적인 원인이 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런 요인들이 잘 통제되고 있다면 RBA가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인 2~3%로 되돌리기까지 일부 국가의 중앙은행보다 더 인내심을 가질 용의가 있다”는 말로 금리를 통해 높은 물가를 잡는 데 초점을 둘 것임을 재차 확인했다.
이어 로우 총재는 “지난해 RBA 이사회에서 인플레이션을 3%로 낮추는 것이 호주 경제에 이익인지에 대해 논의했지만 이는 일자리 감소를 의미할 것”이라며 “현재 RBA의 판단은 2025년 중반까지 물가상승률을 3%로 되돌리고 또 지난 몇 년 동안 이루어진 많은 일자리 증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는 ‘(1년 전 논의한) 인플레이션 수치를 3%로 되돌리는 대신 더 많은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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