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 등 여러 경제 지표들을 감안할 때 중앙은행(RBA)은 이자율 인상을 중단하고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밖에 없다. 현재 RBA가 예측하는 인플레이션 수치를 감안할 때 내년 초에는 이자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사진은 통화정책을 밝히는 RBA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경제성장 둔화-실업률 증가-생산성 저하 등...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플레이션 수치
높은 물가로 인해 가계 재정의 압박 수위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다 호주 중앙은행(RBA)이 인플레이션 수치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각 가구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담보대출(mortgage)을 안고 있는 가구의 생활비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RBA는 이자율 인상을 중단하고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밖에 없다. 필요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도 있다. 가령 0.25%포인트 상승을 가정할 때 50만 달러의 모기지를 갖고 있는 가구의 경우 월 76달러를 줄일 수 있으며 100만 달러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는 가구는 매월 수백 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될까. 이를 알려주는 여러 지표들이 있지만 이중 중요한 다섯 가지 요인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경제성장 둔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기본은 이자율 레버를 활용해 경제 총 수요를 늘이거나 줄이는 것이다. 이 총 수요를 물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열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공식 금리를 인상하면 차용인에게 매월 더 많은 금액을 상환하게 만들며, 이는 각 가구가 경제에 지출할 현금을 적게 남기게 한다. 만약 소비자가 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감지하면 기업은 제품 가격을 할인하여 소비자를 유혹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디플레이션(deflation 또는 disinflation. 더딘 물가상승)이 있다.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으로 측정한 가장 최근의 공식 경제성장률은 올해 1분기 0.2%가 성장한 상태이다. 이 중 가계지출은 GDP에 0.1%포인트를 기여했다. 따라서 소비자 지출은 분명 GDP 성장에 상당한 타격을 가한 셈이다.
■ 실업률 증가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소비자 지출은 크게 역전되지 않았다. 이 주된 요인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타이트한 노동시장 때문이다.
이달 셋째 주 통계청(ABS)이 내놓은 지표를 보면 지난달(5월) 호주 실업률은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한 3.6%였다. 풀타임 및 파트타임을 포함해 약 7만6,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됐다.
RBA 필립 로우(Philip Low) 총재는 올해 초,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의 경우 추가의 일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채용정보 회사 관계자들은 임시직 또는 계약직 인력 수요가 증가하기에 실제로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고 있다.
연간 고용률과 실업률을 보여주는 그림. 그래프 : NAB
하지만 더 불안정한 일자리에 대한 이런 추세는 앞으로 닥칠 경제 문제에 대한 고전적 신호이기도 하다. 구직정보회사 ‘people2people’의 에린 데블린(Erin Devlin) 대표는 “하반기로 갈수록 실업률이 상승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실제로 경제 상황에 따라 정규직보다는 임시 또는 계약직 직원을 구하는 고용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일을 하지 않는 이들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필수품목 구매까지 줄인다는 것이다.
RBA는 (인플레이션 수치를 낮추기 위해) 기업들로 하여금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할인할 정도로 경제의 수요를 줄이고자 하고 있다.
이에 영향 받는 호주인 그룹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이 경제 수요와 무관한 다른 요인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완고하게 높거나 끈적이게 만들 정도로 충분한 물가상승이 발생하고 있다.
RBA 필립 로우 총재는 이달 초 “상품가격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지만 서비스 가격은 여전히 매우 높으며 해외에서 매우 지속적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실업률은 경제의 물가압박이 곧 완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RBA에 제공할 만큼 충분히 높은 편이 아니다. NAB 은행은 내년 말 실업률이 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수준의 실업률이 몇 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정당화하는, 경제 환경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의한다.
■ 임금인상 및 생산성 향상
임금 패킷의 규모는 기준금리의 방향에 대한 중앙은행의 결정에 아주 중요하다. 최근 Fiar Work Commission이 최저임금 및 일반급여 인상을 결정하기 전 수년 동안 RBA는 보다 엄격한 통화정책을 위해 임금인상을 크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RBA의 견해는 현재 4% 미만(ABS의 임금가격 지수 측정) 임금인상률의 경우 ‘생산성이 회복된다면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현재 호주의 생산성은 정체되었고, 일부 측정을 보면 팬데믹을 벗어난 상황에서 감소한 상태이다. 이는 기업이 각 노동 단위에서 더 적은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든 근로자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이로 인해 더 높은 가격 형태로 구매자에게 추가비용을 전가한다는 것이다.
필립 로우 총재는 근로자가 업무를 더 잘 수행한다면 임금인상이 현재 수준 또는 이와 유사한 수치에서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RBA의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 신뢰도 구간(confidence intervals)은 1993년 이래 RBA의 예측 오류를 반영한다. Source : ABS, RBA
하지만 고용주는 생산수단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더 많은 책임을 지고 있다. 임금-가격 스파이럴에 대한 증거는 없지만 더 큰 임금인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RBA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 기업 이익
이 부분은 특히 까다롭다. 호주나 전 세계 대형 기업은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어느 정도 가격 결정력을 갖고 있다. 고용성장이 견고하고 근로자가 이 사업에서 제공하는 더 높은 가격을 충족시키기 위해 충분한 임금을 받는 한 인플레이션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호주 주식펀드사인 ‘BetaShares’의 선임 경제학자 데이빗 바사니스(David Bassanese) 연구원은 “경제가 더 약해질 때까지 이는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경제가 약화되면 노동시장 경색으로 인한 임금상승 위험이 줄어들 뿐 아니라 강력한 수요와 일부 지역에서의 제한적 경쟁으로 인해 호주 기업이 누리는 가격 결정력도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핵심은 인플레이션
RBA는 가장 중요한 인플레이션 척도인 소비자 물가지수(consumer price index)가 목표범위인 2~3%로 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현재 호주의 인플레이션 수치는 7%로 RBA의 목표치와는 상당히 먼 거리에 있다.
현재 경제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 임금인상 및 생산성 향상, 기업 이익 등 주요 부문 지표가 혼합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수치는 과연 목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RBA는 부분적으로 임금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목표 범위에서 다시 멀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RBA가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심지어 통화정책 완화를 고려하려면 정확히 무엇이 필요할까.
이에 대해 RBA는 이전의 성명과 발언을 다시 한 번 언급했다. 현재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예측에 따르면 내년 초에는 이자율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RBA뿐 아니라 시중은행 경제학자들의 견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많은 가정은 그 시점에 도달할 때까지 더 많은 재정적 스트레스를 견뎌야 한다. ‘BetaShares’의 바사니스 연구원은 “더 이상 ‘미스터 나이스 가이’가 아닌 경우”라고 말한다. “RBA는 계속되는 임금과 물가 압박에 대한 안주의 거품을 거둬내고자 경제에 약간의 고통을 안기고자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기반의 글로벌 금융 서비스사 ‘JP모건’(JPMorgan)의 잭 스팅슨(Jack Stinson) 경제연구원은 “거품이 터지면서 앞으로 몇 달 내 더 많은 호주인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제상황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기침체를 생각할 때 우리와 대부분 전문가들이 한 동안 예상해 온 의미 있는 실업률 상승을 고려한다”고 썼다.
지금은 호주의 대부분 가정이 재정적으로 악몽 상태이지만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의 경제 상황에도 아침 태양이 떠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그 시점에 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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