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부족 및 높은 가격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시드니가 다른 도시로 인구를 잃게 되는 인력 손실, 기업 인건비 증가로 인한 생산성 손실, 혁신 감소에서 오는 비용 등 경제적으로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 : Unsplash / Joel Henry
‘Committee for Sydney’ 보고서... 수천 명의 근로자, 멜번 등 다른 도시로 이주
주택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호주에서 가장 심각한 도시는 시드니이다. 특히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시드니의 주택가격은 매년 수천 명의 거주민을 멜번(Melbourne), 브리즈번(Brisbane, Queensland) 등 다른 도시에 빼앗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드니에서는 연간 100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시드니 도시 발전 싱크탱크 ‘Committee for Sydney’는 최근 연구에서 이에 대한 심각한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하고자 ‘만성적 주택구입 능력 부족이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비용으로 산정했다.
이 연구원의 정책 책임자인 에스텔 그레치(Estelle Grech) 연구원은 광역시드니가 이 위기 속에서 ‘몽유병’과 같은 상태를 보였으며, 그 규모를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주택을 임대하거나 구입할 여유가 없다면 이것이 각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많은 초점을 맞춰왔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이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이 있다”고 말했다.
Committee for Sydney의 관련 분석 보고서는 100억 달러의 경제적 비용에 대해 인력손실 15억 달러, 출퇴근 및 인건비 증가로 인한 생산성 손실 68억 달러, 특허와 스타트업(start-up) 등 혁신 감소로 인한 29억 달러가 포함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레치 연구원은 “우리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주택구입 대출(mortgage)을 모두 상환했다 하더라도 사업 운영 또는 인재 유치에 계속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주거비용 못 견디고
멜번으로 ‘도피’
보고서는 시드니가 지금과 같은 궤도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 도시의 인재기반에서 1만 명의 추가 인력이 손실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레치 연구원은 “이미 다수 기업들은 멜번이나 브리즈번 출신의 근로자를 고용하기 위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많은 이들이 같은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멜번의 경우 시드니에 비해 임대료가 60%가량 저렴하고 이에 따른 더 많은 소득이 기능해지기에 근로자들이 멜번 등 다른 도시로 이주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어 시드니의 기업들이 (근로자들로부터) 높은 주거비용을 보상하는 ‘임금 프리미엄’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컨설팅 회사 ‘AECOM’의 NSW-ACT 최고 책임자인 제임스 로젠왁스(James Rosenwax)씨는 호주 전역은 물론 전 세계 엔지니어링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늘 있어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보상과 혜택을 제공하고자 노력했지만 시드니의 높은 주거비용이 인재를 확보하는 데 있어 방해 요인이었다고 덧붙였다.
시드니는 어떻게 비교되나
Elo 알고리즘(Elo algorithm)은 주택소유 및 임대 데이터를 고려할 때 시드니를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구입(또는 임대) 가능성이 적은 도시로 평가한다. 홍콩,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가 최상위권이며 시드니는 런던, 밴쿠버와 비슷한 수준으로 주택구입이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Committee for Sydney 보고서는 구입(또는 임대) 가능성이 적은 전 세계 다른 도시들도 주택시장 상황에 의해 정해지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소프트웨어 기술 및 혁신의 글로벌 중심지가 된 이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San Francisco Bay Area)은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이로 인해 2010년대 중반 이후 샌프란스시코에서는 미국의 다른 기술 허브 도시에 비해 연간 1만5,000명에서 2만 명 더 많은 인력손실이 발생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시드니는 전 세계 도시 가운데 주택구입 경제성이 여섯 번째로 낮은 도시이다. 그 만큼 높은 가격으로 ‘내집 마련’이 힘들다는 의미이다. 사진은 시드니 도심 인근, 서리힐(Surry Hills)의 한 주거 거리. 사진 : 김지환 기자 / The Korean Herald
2015년 이후 런던 또한 대부분 주택 문제로 광범위한 도시 경제의 성장 추세에 비해 연간 1만5,000명 이상의 25-29세 젊은 인구를 잃었다.
이들 도시와 마찬가지로 시드니의 문제 또한 주택 공급 및 부동산 투자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추측이다. 보고서는 이 도시(시드니)가 거주민들에게 ‘내집 마련’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대중교통의 열악한 분배를 포함해 추가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범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번 보고서는 또한 전 세계 다른 도시들이 주택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조사했다.
밴쿠버는 소규모 다세대 주택에 초점을 두고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건설을 목표로 향후 3년간 약 70억 달러 자금을 확보했다. 광역 암스테르담(Greater Amsterdam)은 대규모 복합용도 프로젝트를 감독하고자 ‘건축 대사’(construction ambassador)를 임명하고 주택부족을 완화하고자 민간 개발회사들과 협력하고 있다.
그레치 연구원은 또한 간호사, 소방관, 교사 등 필수 인력 및 그 가족을 위한 미국 마이애미 시의 접근방식을 언급했다. 새로이 공급되는 저렴한 주택의 위치, 공급 진행상황을 보여주는 온라인 추적 시스템이 있어 프로세스를 더욱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다.
Committee for Sydney는 지난 15년 동안 시장가격보다 20~25% 저렴한 사회주택을 위해 개발 주택의 일정 비율을 별도로 할당하는, ‘의무적 포함 구역’(mandatory inclusive zoning) 설정을 통한 개발을 촉구해 왔다. 또한 사회주택에 대해 빅토리아(Victoria) 주의 50억 달러 지출과 유사한 대규모 투자를 권장하고 있다.
NSW 주 정부는 개발회사들이 최소 15% 저렴한 주택을 포함한다면 더 높은 밀도의 주거지를 개발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는 일부 지방의회가 반발하는 상황이다.
그레치 연구원은 “지금이 행동할 때”임을 강조했다. “주택부족 문제는 하룻밤 사이에, 심지어 다음 주 선거 이전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므로 장기적 안목을 갖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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