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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도입, 약 10년이 지난 ‘Business Innovation and Investment Visa’(또는 Significant Investor Visa), 일명 ‘골든 비자’(Golden Visa) 시스템이 전 세계 부정자금을 호주로 끌어들인다는 지적이지만 연방정부는 여전히 이 제도를 폐기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연방 내무부 현판. 사진 : Consultancy.com.au

 

연방정부, 여전히 해당 비자 서비스 유지... 정부 관계자, ‘부패 연루’ 의혹 받기도

 

호주에 일정 자금을 투자하는 경우 체류 자격을 주고 이어 영주비자를 제공하는 일명 ‘골든 비자’(golden visa) 제도가 있다. ‘Business Innovation and Investment Visa’(또는 Significant Investor Visa. SIV)라는 이 시스템은 특정 요건을 충족하고 호주에서 투자 활동을 유지하고자 호주화 5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를 투자하는 이들에게 발급하는 비자이다.

하지만 이 비자 제도가 전 세계 부정, 불법자금(dirty money)을 끌어들인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럼에도 연방정부는 이 비자 시스템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사실 호주 국경을 수호하고 사회적 결속과 조화를 지켜야 하는 연방 정부부처에게 있어 이 같은 지적은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연방 내무부(Department of Home Affairs)가 큰 위기에 직면한 상태이다.

지난 수개월 사이, 이의 부정 의혹에 대한 호주 주요 언론들의 끈질긴 보도와 이어진 조사 결과 마이크 페줄로(Mike Pezzullo) 내무부 사무처장이 정직 처분을 받았으며 호주 국가정보 당국인 ASIO(Australian Security Intelligence Organisation)의 데니스 라차드슨(Dennis Richardson) 전 국장이 그의 행위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빅토리아 경찰청(Victoria Police) 크리스틴 닉슨(Christine Nixon) 전 청장은 연방 내무부 비자 시스템이 “다양하고 심각한 범법 행위 및 이익을 위한 활동에 연루된 범죄 조직에 의해 악용되고 있음”을 제기했다.

최근 클레어 오닐(Clare O'Neil) 내부장관은 ‘골든 비자 시스템을 괴롭히는 부패와 허점’에 대해 열정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어느 정도 정치적 동기도 있겠지만 진실도 많다”고 보았다.

 

상위 부자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

 

하지만 이 비자 제도를 악용한 내무부 내부의 부패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 가지 간과된 게 있다는 지적이다. 10년 전부터 상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이 기괴하고 비생산적인 비자 프로그램의 개념이 그것이다.

현재까지 이 비자 시스템을 통해 호주로 입국한 이들은 무려 2만6,000명에 달한다. 이들은 단지 ‘돈을 지불하고’ 호주에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이다. 이들이 호주 내 각 지역사회에 잘 적응해서도 아니고, 국가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기술이나 수준 높은 문화를 호주로 가져왔기 때문도 아니다. 단지 ‘돈’이 많기에 이 소중한 선물(영주비자)을 받은 셈이다.

지난 2012년, 당시 노동당 줄리아 길라드(Julia Gillard) 정부에서 이민부(Minister for Immigration and Citizenship)를 맡았던 크리스 보웬(Chris Bowen) 장관이 도입한 ‘Business Innovation and Investment Visa’는 호주에 새로운 비즈니스 자본을 유치할 것으로 기대됐다. 투자 또는 사업비자의 하나인 이 프로그램에는 500만~1,500만 달러의 투자 또는 훌륭한 기업가 정신 및 사업 활동에 대한 약속이 필요했으며 ‘888 Visa’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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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비자’와 관련된 부패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은 마이크 페줄로(Mike Pezzullo. 사진) 내무부 사무처장. 연방 내무부의 이 비자 시스템은 전 세계 “다양하고 심각한 범법 행위 및 이익을 위한 활동에 연루된 범죄 조직에 의해 악용되어 왔다”는 지적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사진 : ABC 방송

   

하지만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는 888 Visa가 ‘중국의 숫자 점술(numerology)에서 3배의 행운(888)을 가져다준다’는 미신과 달리 호주에 비참한 수익을 제공할 것이라는 사실을 빠르게 폭로했다.

2016년으로 돌아가보면, 생산성위원회는 ‘Business Innovation and Investment Visa’라는 중요한 투자자 비자가 실제로는 다른 벤처 캐피털 제공업체를 몰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SIV와 다른 방식으로 호주에 유입된 이들에 비해 ‘미흡한 비즈니스 감각을 가진 사람들’을 호주로 유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반적으로 전체 외국인 투자의 5분의 1을 차지하면서 ‘실질적인 투자’에는 ‘사소한’ 영향을 미쳤다. 보웬 장관이 약속한 투자 부문의 ‘부스트’(boost)는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생산성위원회가 확인한 것 가운데 아마도 가장 당혹스러운 부분은 ‘이들에 대한 세금감면 정책에 따라 이들 소수의 사람들이 호주에 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호주 국민들의 비용이 지불(세금을 통해)될 수 있다는 점’, 다시 말해 ‘호주 납세자들이 SIV 신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골든비자’ 제도, 대부분

국가에서는 이미 ‘폐기’

 

SIV 도입 당시 정부는 “신중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다른 경쟁 국가들도 호주와 유사한 계획으로 전 세계 ‘돈 많은 부자’들을 유치하고자 노력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호주는 이 골든 비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몇 안 되는 서구 국가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를 시행했던 대부분의 국가가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부정자금을 유치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폐기한 것과 달리 이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골든 비자’는 ‘불법 금융 및 사기 단속’의 일환으로 지난해 폐기됐다. 부분적으로는 ‘각국의 부패한 엘리트들에게 영국 입국을 허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판단에서이다. 실제로 영국의 골든 비자를 취득한 10명의 러시아인들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를 지원한 이유로) 국제 제재명단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포르투갈의 경우에는 골든 비자 시스템을 통해 포르투갈에 입국한 이들의 절반이 돈 세탁으로 악명 높은 30개국 출신이었다. 포르투갈이 이 비자를 통해 유치한 58억 유로(호주화 약 97억 달러)의 투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부정 자금이 차지했다는 이유로 조만간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 그리스의 경우, 이 비자 제도를 통해 30억 유로의 역외 자금이 자국 부동산에 유입(대부분 중국으로부터)돼 아테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기도 했다. 그리스 정부 내각의 한 장관은 “이 자금의 많은 부분이 무기거래, 밀수, 인신매매 등 불법 범죄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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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골든 비자는 현재까지 2만6,000명에게 발급되었으며 80% 이상이 중국계이다. 지난 6월, 대부분 중국인인 ‘Business Innovation and Investment Visa’ 신청자들이 빠른 비자 처리를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사진 : ABC 방송 뉴스 화면 캡쳐

   

골든 비자와 유사한 ‘특별 투자자 비자’를 통해 중국 자금이 아일랜드에 넘쳐났지만 이 나라 역시 이 시스템을 없앴다. 올해 초 아일랜드 경찰은 다수의 중국 투자자들이 비자 프로그램을 조작하고자 동일한 자금을 사용했다는 정보를 입수,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888 visa’의 위험은

 

골든 비자로 인한 각 국의 위험이 호주 의사 결정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생산성위원회 조사 보고서에는 일명 ‘888 visa’가 ‘부정 자금세탁 및 사악한 범죄활동 가능성을 수반한다’는 경고가 포함되어 있다. 동 위원회의 조사 이후에도 수년에 걸쳐 유사한 조언이 정부에 제공됐다.

하지만 호주 정부는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듯하다. 도입 이후 SIV의 효율성에 대한 내무부 공개 책임은 거의 없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비자가 누구에게 발급되었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된 바 없다.

다만 정보공개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FOI)에 의해 확인한 본래 데이터를 통해 이 비자 취득자가 2만6,0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은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SIV가 시행된 2012년부터 올해 5월까지 홍콩과 마카오 출신을 포함해 2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호주에 영구 거주할 수 있는 골든 비자를 움켜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골든 비자를 받은 이들의 80% 이상이 중국계인 것이다.

 

시민권 취득의 길

 

이후 골든 비자를 취득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시민권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대조적으로 영국은 이 비자를 도입한 이후 14년 동안 러시아인들에게 단 2,500건의 비자를 부여했다.

호주의 골든 비자는 중국인이 압도적 수치를 차지한다. 중국 외 비자 취득은 베트남(1,321건), 말레이시아(1,049건), 이란(777건), 방글라데시(221건) 순이다.

게다가 관련 수치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골든 비자 신청의 거부 비율로, 이 수치는 2% 미만(552건)이었다.

지난해 전국 일간지 ‘The Australian’은 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비자에 대한 중국인 신청자가 ‘인성 평가’(character assessment)에서 거부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호주 공영 ABC 방송의 탐사보도 저널리스트인 린튼 베셀(Linton Besser) 기자는 관련 분석에서 “골든 비자 시스템을 통해 2만6,000명이 호주로 유입된 것을 재차 확인했고, 사실임을 알았다”며 또한 “이 비자발급 조건 중 하나인 ‘좋은 품성’(good character) 조항에서 SIV 신청이 단 한 건도 거부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 이유를 “(비자발급 조항의) ‘Section 501’은 심각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한 비자거부 또는 취소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뇌물수수와 부패가 형사 사법제도의 중요한 특징인 중국을 포함해 다른 많은 국가 출신 비자 신청자들은 어떠한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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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Business Innovation and Investment Visa’, 일명 ‘골든 비자’는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남아공, 베트남 등 5개국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부여됐다. Source : Moelis

   

이 규정에 따르면 밀수에서부터 전쟁범죄에 이르기까지 특정 범죄행위에 연루되었다고 장관이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경우’ 비자는 거부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합리적 의심(reasonable suspicion)에 근거하여 비자를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은, “사무직 범죄에 대해서는 전혀 침묵하고 있다”는 게 베셀 기자의 지적이다. 자금세탁이나 부정부패로 인한 수익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빈곤국 또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국가 출신의 얼마나 많은 이들이 외국 비자로 500만 달러에서 1,500만 달러를 지불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보수를 받는지 생각해 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골든 비자 제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베셀 기자는 또한 정보공개자유법을 통해 자신이 알아낸 내용을 기반으로 “내무부가 이 프로그램을 얼마나 엄격하게(?) 감시했는지에 대한 작은 통찰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2만6,000개가 넘는 신청서 가운데, 내무부는 ‘좋은 품성’ 조항에 대해 단 11건만 조사했으며, 심지어 초기 프로그램 이후 7년이 지나도록 이 조항은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 내무부 클레어 오닐 장관은 이 계획(골든 비자)이 검토 중이라고 밝혔는데 이것이 아직 폐기되지 않은 이유는 분명 노동당 내부 정치를 더럽히는 것”이라며 “(앤서니 알바니스 정부에서) 에너지부 장관이 된 크리스 보웬(2012년 이 제도를 도입한)의 얼굴을 붉히지 않고 폐기할 길은 무엇일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베셀 기자는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의 지하자금 흐름이 처음으로 드러났고 호주 내에서는 카지노 및 게임 산업에 대한 최근 조사를 통해 산업 규모의 자금세탁과 이를 부채질하는 범죄기업에 호주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동시에 보여주었다”면서 “호주는 어떤 공짜 자금이 유입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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