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스마니아 수도인 호바트(Hobart)가 올해 World Cities Day를 기해 유네스코 ‘Creative Cities Network’의 ‘문학 도시’(City of Literature)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웰링턴 산(Mount Wellington) 아래 자리한 호바트 도심. 사진 : Wikipedia
타스마니아 작가-문학계 관계자 등, ‘UNESCO City of Literature’ 위한 목표 '성과'
호주 문단의 호평을 받은 첫 작품 <The Octopus and I>(2020년)에서 타스마니아에 거주하는 작가 에린 호틀(Erin Hortle)씨는 호바트(Hobart) 주변 바다를 아름답게 그려냈다.
그녀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보트에서 서핑과 낚시를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이 작품(‘The Octopus and I’)은 내가 물 위에서 보낸 순간들의 카탈로그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3년 후, 타스마니아 현지 작가 및 독자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호틀씨는 유네스코의 ‘문학 도시’ 인정을 통해 호바트의 아름다움을 다른 방식으로 기념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호바트는 ‘문학 도시’(City of Literature)로써 ‘유네스코 창조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에 가입한 전 세계 55개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멜번(Melbourne)을 비롯해 더니든(Dunedin. 뉴질랜드 남섬 동남부의 항구도시), 몬트리올(Montreal), 자카르타(Jakarta), 밀라노(Milan) 등 전 세계문학 도시의 긴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호틀씨는 타스마니아의 활기찬 문학적 풍경에 대해 “그 스스로 일종의 야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만의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City of Literature’ 목록에
이름을 올리기까지는...
호바트는 지난 2016년부터 유네스코와 협의를 하며 ‘문학 도시’로서의 인정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노력을 인정받았다. 올해 1월, 이를 위한 ‘호바트 문학 도시 실무그룹’(Hobart City of Literature Working Group)이 결성되어 다시 한 번 캠페인을 전개했고, 이번에는 성공적이었다.
이 실무그룹에는 호바트 문학계 원로들이 참여했으며 지방의회, 주립도서관, 호바트의 유명 서점인 Fullers Bookshop, 작가 그룹인 TasWriters, Brand Tasmania 등 다양한 관련 기구 구성원이 포함됐다.
타스마니아 문인 단체에서 활동하는 <The Octopus and I>의 작가 에린 호틀(Erin Hortle. 사진)씨는 자신의 작품에서 호바트(Hobart) 주변 바다를 아름답게 그려낸 바 있다. 그녀는 호바트에 대해 “활기차고 풍성한 문학적 풍경을 가진 도시”라고 소개했다. 사진 : TasWriters
저명 작가이자 문예창작 학자인 루시 크리스토퍼(Lucy Christopher) 박사가 호바트 소재 타스마니아대학교(University of Tasmania) 대표로 합류하여 작가들을 지원하고 ‘문학 도시’ 지정 활동에 대한 제안서 개발에 영감을 제공했다. 그녀는 이 같은 작업에 대해 “설레임 이상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바트 거주민을 위한 몇 가지 놀라운 문학 도시 제안이 준비되어 있었다”는 크리스토퍼 박사는 “우리의 독창적인 스토리 작가들, 남극 대륙과의 관계, 특히 젊은 세대를 위한 우리의 헌신을 기념할 계획”이라며 “이제 (‘문학 도시’ 선정으로) 이 모든 것이 시작되기를 크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크리스토퍼 박사는 “타스마니아에는 호주 원주민 부족 팔라와/파카나(Palawa/Pakana) 문화가 매우 강하며 우리는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유네스코의 문학 도시 선정은 우리 원주민 문화를 더욱 강조,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도시 전역에 이들의 언어(palawa kani language) 구축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이번 문학 도시 지정은 호바트 작가 커뮤니티에 대한 세계적 인지도, 새로운 문학 행사,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 정부 투자를 끌어들이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될 전망이다.
“문학 열기 높지만,
여전히 지원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을 포함한 문화 활동은 호주 경제에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을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현지 작가는 거의 없다. 현재 호주 작가들의 연간 평균 수입은 1만8,200달러에 불과하며, 의회의 문학계 지원은 2022년까지 지난 10년 사이 40%가 감소한 실정이다.
유명 작가이자 타스마니아대학교(University of Tasmania)에서 문예창작을 강의하는 루시 크리스토퍼(Lucy Christopher. 사진) 박사는 유네스코의 ‘문학 도시’ 선정을 위해 많은 영감을 제공했다. 사진 : Lucy Christopher
호틀씨는 ‘이런 점을 감안하여 주 정부나 호바트 시 의회가 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고려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창작하고 책으로 묶어 독자들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은 멋지고 좋은 일”이라는 호틀씨는 “하지만 작가로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시간과 (재정적) 여유가 있는 경우일 뿐”이라고 토로했다.
타스미나이 작가들을 위한 호바트의 주요 자금조달은 개인 또는 단체를 위한 일반 예술자금 계획과 함께 ‘Tasmanian Aboriginal Writer's Fellowship’을 포함한 ‘RANT Arts’ 및 ‘Arts Tasmania’를 통해 이루어진다.
지난 2018년 타스마니아 작가 단체인 ‘Tasmanian Writers Centre’는 지원자금 삭감을 겪으면서 자체적으로 12만 달러 기금 모금을 시도했지만 순조롭지 못했다. 이후 조직을 재편하고 단체명 또한 ‘TasWriters’로 변경한 뒤 유네스코의 문학 도시 제안에 큰 도움을 제공했다.
작가이자 TasWriters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아리안느 제임스(Arianne James)씨는 “더 많은 자금 지원이 중요하며, 유네스코의 인정이 우리 지역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활력을 가져다 줄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작가이자 ‘TasWriters’ 프로그램 코디네이터인 아리안느 제임스(Arianne James. 사진)씨. 그녀는 “(작가들에 대한) 더 많은 자금 지원이 중요하며, 유네스코의 인정이 우리 지역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활력을 가져다 줄 것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사진 : Arianna James
제임스씨는 “타스마니아 작가들은 그 동안 상당히 주목받았고 특히 로비 아노트(Robbie Arnott), 헤더 로즈(Heather Rose) 작가 등의 최근 유명 문학상 수상 또는 최종 후보 선정을 통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이런 점들이 타스마니아에 거주하고 싶지만 시드니 또는 멜번처럼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이 작은 주(State)에서는 꿈을 이룰 수 없다고 느끼는 젊은 작가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Tas 작가들, 주목받지만...
제임스씨는 TasWriters가 공공도서관인 Hobart Library에 새로이 자리를 잡고 호바트 도심 지역 거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학 허브’가 되고자 하는 계획도 소개했다.
그녀는 “작가들이 고품질의 글쓰기 및 스토리텔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타스마니아 거주민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열정적인 이들이 함께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바다를 앞에 두고 뒤로는 빼어난 풍경의 웰링턴 산(Mount Wellington)이 자리한 호바트는 타스마니아 작가들에게 풍성한 문학적 영감을 제공한다. 사진은 웰링턴 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호바트 풍경. 사진 : Tasmanian Travel
이는 타스마니아 제레미 록리프(Jeremy Rockliff) 주 총리의 의도가 반영된 계획이기도 하다. TasWriters가 발표한 성명에서 록리프 주 총리는 “유네스코의 문학 도시 지위가 ‘거주민들의 문해력을 100% 더 가깝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The Alphabet of Light and Dark>, <Rosie Little’s Cautionary Tales for Girls>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작품을 쓴 타스마니아 작가이자 교육자, 저널리스트인 다니엘 우드(Danielle Wood)씨는 “타스마니아는 거주민들의 문해력 문제가 고착된 섬이면서 또한 ‘문학 도시’가 있는 섬”이라는 모순을 언급했다. 이어 그녀는 “타스마니아의 문해력 위기에 대한 심각성은 잘 알려져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혼란스러워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것이 해결되는지 안 되는지 여부는 관심과 자원 확보가 우선적으로 경쟁하는 환경에서의 정책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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