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정부관할구역 중 마지막으로 NSW 주에서도 불치의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는 자발적 조력 사망(voluntary assisted dying. VAD)이 허용됐다. 사진 : Unsplash / Ýlona María
VAD 교육 이수 담당의사가 자발적 사망 과정 진행... ‘환자 우선’의 안전장치 명시
양심적 VAD 거부 의료인에 대한 ‘배려’ 포함, ‘VAD 위원회’에서 모든 절차 감독
이제 NSW 주에서도 불치의 질환에 고통받는 환자들이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게 됐다. 환자들이 본인의 사망시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된 ‘자발적 조력 죽음’(voluntary assisted dying. VAD) 법안은 지난 2021년 알렉스 그린위치(Alex Greenwich) 상원의원(무소속)이 상정했으며 그해 11월 26일 52명 의원의 찬성(반대 32명)으로 하원에서 통과된 바 있다.
앞서 지난 10월, NSW 주 보건부는 VAD 시행을 앞두고 이의 결정을 담당할 의사들의 자격 신청을 접수받았으며, 250명 이상의 전문의가 이를 신청했었다(<한국신문> 10월 27일 자 보도).
이제(11월 28일부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NSW 주의 말기 환자들은 자신의 임종 신청이 가능해지며, 이를 요청한 환자는 5일 후 VAD 물질을 복용할 수 있다.
▲ VAD 신청이 가능한 환자= 6개월(또는 운동신경 질환과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경우 12개월) 이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행성 질병(disease), 특정 질환으로 인해 고통(illness)을 겪는 의학적 상태의 모든 환자는 자격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VAD를 신청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려는 환자는 최소 18세 이상이어야 하고, 시민권 또는 영주비자를 갖고 있는 이들이거나 첫 번째 요청을 하기 전, 최소 3년간 호주에 거주했던 사람이어야 한다. 아울러 예외가 인정되지 않는 한, NSW에서 최소 12개월 이상 거주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환자는 의사결정 능력, 외부의 강압 없이 자기 삶의 마감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이를 위한 지속적인 요청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이 법은 신청 환자가 단지 장애, 치매 또는 정신건강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VAD 자격이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 VAD 신청= 환자는 먼저 GP에게 자신의 삶을 마감하도록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이는 VAD 교육을 이수한 의사이다. VAD 자격 의사는 ‘Voluntary Assisted Dying Care Navigator Service’를 통해 찾을 수 있다.
환자의 VAD 요청은 2일 이내 승인되거나 거부되어야 하며, VAD 자격을 가진 의사는 환자가 적절한 진료를 거부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 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양심에 따라 해당 환자의 VAD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VAD를 이용하려는 환자는 엄격한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하며, 이에 해당하는 경우 VAD 교육을 이수한 담당 의료인이 모든 절차를 감독하게 된다. 사진 : Pixabay / sabinevanerp
▲ 첫 VAD 신청 이후 절차= VAD 자격 의사가 환자의 자발적 안락사 요청을 받으면, 해당 환자의 담당의가 되어 VAD 절차를 감독하게 된다. 담당의는 먼저 주 법률(state's laws)에 따라 신청 환자가 VAD 자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평가한다.
이 평가를 통해 승인되면 VAD 자격을 가진 두 번째 의사가 컨설팅 평가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첫 번째 의사는 환자에게 VAD 과정, 치료 및 완화 옵션에 대해 알려야 한다. 두 의사 모두 신청 환자에게 VAD 자격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환자는 서면 진술서를 작성한다.
진술서 작성 후 환자는 담당의에게 최종 요청을 해야 하며, 담당의는 환자의 VAD 신청 의도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게 된다.
이는 첫 VAD 요청일로부터 최소 6일, 컨설팅 평가 후 하루 만에 수행되어야 한다. 그런 다음 조정 실무자는 최종 검토를 하고, 모든 서류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자격기준이 충족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최종 검토가 끝나면 환자는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는 약을 어떻게 복용하고 싶은지를 고려한다. 스스로 약을 복용하거나 또는 의사 및 간호사가 약물을 투입할 수도 있다.
그런 다음 담당의는 ‘Voluntary Assisted Dying Board’에 VAD 물질(약물)을 신청한다. 이것이 승인되면 담당의는 VAD 약물에 대한 처방전을 공식 공급업체에 보내고, 공급업체는 처방전 확인 후 해당 물질을 제공한다.
그리고, 환자가 사망하면 담당의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한다. NSW 출생-사망-결혼 등록소(NSW Registry of Births Death and Marriages)는 사망증명서를 발급하지만 VAD는 명시하지 않는다.
▲ 안전장치는 무엇?= NSW의 VAD 법에는 여러 안전장치가 고려되어 있다. △환자는 이유 없이 언제든 VAD 프로세스를 중단하거나 일지 중지할 수 있고,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면 세 번의 별도 요청을 해야 하며, △각 결정은 외부 압력이나 영향, 강압이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가족이나 친구가 환자를 대신하여 VAD를 요청할 수 없게 한 것이다. 또한 △진단, 예후(prognosis), 치료옵션 및 완화치료에 대한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환자의 VAD를 진행하는 의사는 VAD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Voluntary Assisted Dying Board로 하여금 모든 결정을 감독, 모니터링 및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공식 절차를 따르지 않고 환자에게 VAD를 설득하는 것은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로 간주했다. 반면 선의를 갖고 VAD 요청 환자를 지원하는 이들에게는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
VAD 법안은 지난 2021년 알렉스 그린위치(Alex Greenwich) 상원의원(무소속)이 상정했으며 그해 11월 26일 52명 의원의 찬성(반대 32명)으로 하원에서 통과된 바 있다. 사진은 VAD 법안이 NSW 주 의회에 상정된 후 이의 지지 캠페인을 벌이는 관련 단체 회원들. 사진 : Go Gentle Australia
▲ 의료진 참여 필수= NSW의 의료인은 양심에 따라 이런 행위에 반대의사를 표할 수 있다. 이는 환자의 VAD 요청, 평가 과정에 참여하거나 환자가 VAD 약물을 복용 또는 의사나 간호사가 이를 투입할 때 참석하지 않아도 됨을 의미한다. 다만 환자가 VAD 관련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VAD 프로세스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 NSW의 VAD 법, 다른 주와의 비교= 몇 가지 차이점을 제외하면 다른 주(State)의 법률과 대체로 유사하다. NSW 주에서는 환자나 환자와 논의 중인 의료인이 AVD를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서부호주(Western Australia), 타스마니아(Tasmania), 퀸즐랜드(Queensland)도 마찬가지이다.
빅토리아(Victoria)와 남부호주(South Australia)에서는 의사가 환자의 선택사항으로 VAD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NSW는 환자가 스스로 VAD 약물을 복용하거나 의사가 이 약물을 투입해줄 수 있지만 VIC와 SA 주는 환자 스스로 약을 복용하도록 요구한다. 다만 신체적 문제로 환자가 스스로 복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NSW에서는 양심적으로 VAD를 반대하는 의사의 경우. 환자의 VAD 자격 기준과 진료 배경을 설명하는 첫 환자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 다만 이 때는 환자 진료기록부에 요청 내용과 거부 사유를 기록해야 한다. 그런 다음 첫 요청 양식을 작성하여 Voluntary Assisted Dying Board에 제출해야 한다.
VIC에서는 의사와 간호사가 이의를 갖고 있는 경우 환자의 VAD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이는 SA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달리 양심적으로 VAD를 거부하는 QLD의 의료인은 VAD 요청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의료 종사자나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또는 ‘Queensland Voluntary Assisted Dying Support Service’ 연락처를 환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런 한편 타스마니아 의료인은 양심적으로 VAD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TAS 법에 명시된 대로 VAD 정보를 제공하고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는 의사와 간호사가 관련 자원과 지원을 포함해 VAD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WA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