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lethon Kids Institute’ 연구팀의 장기간에 걸친 추적 연구 결과 유아의 스크린 시청 시간이 부모와의 언어 형성 상호작용을 빼앗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 ABC 방송 뉴스화면 캡쳐
‘Telethon Kids Institute’ 연구... 학령기 언어학습 지연-학업 손실 초래 ‘우려’
유아의 스크린 시청 시간이 부모와의 언어 형성 상호작용을 빼앗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공개된 장시간의 연구를 통해 나타난 것으로, 아이들이 전자기기의 스크린에 시선을 두는 시간이 많아지면 더 적은 단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Telethon Kids Institute’ 연구팀은 200가구 이상의 호주 가정을 대상으로 하루 16시간의 오디오 녹음장치를 장착한 유아의 말과 행동을 2년 반 동안 추적했다. 연구팀이 7,000시간의 오디오를 조사했을 때, 연구에 참여한 유아들은 하루 평균 3시간을 화면 시청으로 보냈으며, 이로써 상당한 학습 손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을 이끈 매리 브러쉬(Mary Brushe) 박사는 “연구 결과 3살 어린이의 경우, 화면에 시선을 둔 1분 동안 7개에 못 미치는, 성인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들었고 유아들 스스로 5개의 단어를 말했으며 (가족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횟수도 하루 한 번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의학협회 소아과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Pediatrics)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 따르면 3세 어린이가 매일 화면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인해 이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성인 단어 1천100개, 발성 840회, 대화 194회를 빼앗길 수 있다. 브러쉬 박사에 따르면, 이전의 연구 결과는 초기 언어발달에 있어 아이들은 (스크린에 많은 시간을 집중하는 아이들에 비해) 더 많은 단어를 사용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어린이는 하루 5,000개에서 3만5,000개의 단어를 듣는데, 이는 잃어버린 단어의 중요성이 다양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원들은 스크린 시청으로 인해 발생되는 어린이 학습 손실을, 초등학교 학업을 시작하는 호주 학생 4분의 1에 영향을 미치는 언어습득 지연과 연결시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부모들에게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 아이들의 다양한 주요 학습기술 개발에 도움이 되는 대화를 방해하는 스크린이나 그 장치를 의미)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브러쉬 박사는 “어쨌든 우리는 전자메일을 확인하고 문자를 보내거나 웹사이트, 소셜 미디어를 조용히 스크롤 하는 것과 같은 부모의 조용한 전자기기 화면 사용을 포착하지 못했기에 아이들 주변에서 얼마나 많은 화면 사용 및 연관된 정보통신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과소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매리 브러쉬(Mary Brushe. 사진) 박사는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유아의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진 :Linkedin / Mary Brushe
부모들, “충격적이다”
퍼스(Perth)에 거주하는 칼럼 월리(Callum Walley)씨는 18개월 된 딸 엘리자베스(Elizabeth)가 매일 얼마나 많은 시간, 화면에 시선을 두는지 걱정이 되지만 부부 모두가 일을 하는 대부분의 가정처럼 아이에게 스크린을 보게 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월리씨는 “상황이 바빠질 때 이(아이에게 전자기기의 화면을 보게 하는 것)는 우리에게 간단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월리씨와 같은 부모들에게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화면의 콘텐츠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잘 설명해주는 것이 스크린 집중 시간의 단점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시끄러운 소리가 많은 TV 대신 음악 또는 팟캐스트를 듣게 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다.
브러쉬 박사는 “TV를 켜는 것은 어린이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 수 있기에 뭔가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고 말했다. “TV가 켜져 있는 동안 아이들이 다른 놀이를 하거나 책을 읽는다고 해도 실제로는 이런 활동 중 어느 하나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은 단어습득, 장기적으로
‘읽고 쓰기’ 문제 없을 수도
이번 연구를 도왔던 퀸즐랜드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마이클 노텔(Michael Noetel) 박사는 브러쉬 박사의 연구에 대해 “아이들의 스크린 시청 시간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강력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며 “더 적은 단어를 듣는 것이 반드시, 나중에 읽고 쓰기 능력의 문제로 해석되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더 적은 단어를 접하는 것이 어린이의 장기적인 읽고 쓰는 능력과 발달에 좋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자녀에게 화면 시청을 허용하되 교육 콘텐츠를 선택하고 해당 내용에 대한 질문에 설명을 주면 아이들의 스크린 시청에 따른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사진 : ABC 방송 뉴스화면 캡쳐
노텔 박사는 이어 “이번 연구에서는 (어린 나이에) 더 적은 단어를 들으면 아이들의 발달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는 가정이 있으며, 이것이 중요하다고 암시하는 몇 가지 증거가 있다”며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을 참고하면,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4% 더 적은 단어를 듣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시간에 지남에 따라 의미 있는 읽고 쓰기 능력의 감소로 해석되는 것이라 확신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WHO는 3세 어린이의 화면 시청 시간을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호주에는 2세 미만 아이들에게는 화면 시청을 금하고, 5세가 될 때까지 하루 1시간으로 제한하는 게 좋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노텔 박사는 아이들의 스크린 시간을 음식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보다 교육적인 콘텐츠를 선정하고 ‘나쁜’ 내용의 화면 시청에 제한을 두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교육용 앱(app)과 같은 것들은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이 된다.
노텔 박사는 “일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이번 연구는 하루 중 모든 순간, 특히 유아기 동안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아이들이 활동적이고 세상에 관심을 가질 때, 부모가 아이들과 더 많이 이야기할수록 아이들은 더 빨리 배우고 인생의 모든 어려운 일들을 더 잘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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