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가 국제학생 비자 처리를 엄격하게 적용함에 따라 올 2월까지 지난 6개월 사이 학생비자 발급은 81%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클레어 오닐 내무장관이 ‘위험도가 낮은(학업 목적보다는 호주에서의 노동을 위해 비자를 받으려는) 대학 지원자에 대한 비자처리를 우선하라’는 지시에 따라 상당수 대학들이 학생들을 수용하지 못한 상황이다. 사진 : ABC 방송 뉴스화면 캡쳐
학생비자 설계한 전 이민국 간부, ‘Frankenstein’s bride 시스템‘ 중단 촉구
지난해 12월 연방정부가 내놓은 새 이민전략을 입안할 당시 학생비자 시스템을 설계했던 전 이민부 고위 간부가 “학생비자 발급 제도의 실제 의도는 현재와 같이 정부가 각 대학의 국제학생 제한에 활용하도록 한 것이 아니었다”며 “따라서 유학생 제공업체에 수백만 달러의 수수료 손실을 초래하는 ‘프랑켄슈타인 신부’(Frankenstein’s bride.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연인 또는 의도된 연인으로서의 상징) 시스템을 종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민국에서 이를 담당했던 전 고위관리 마이크 퍼거슨(Mike Ferguson)씨는 “새 비자 프로그램의 핵심 원칙인 대학 ‘위험 등급’(risk ratings)은 정부가 이민 단속에서 특정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학생비자 신청을 간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에 “위험 평가 시스템이 본래 의도에서 ‘프랑크슈타인의 신부’와 유사한 것으로 변모돼 더 이상 애초 목적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찰스 스튜어트대학교 부총장인 그는 지난해 12월 클레어 오닐(Clare O’Neil) 연방 내무장관이 정부 관료들에게 ‘덜 위험한 대학의 학생비자 처리를 우선하라’고 지시한 이후 자신이 입안한 학생비자 간소화 체계는 사용기한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는 고등교육 부문 전체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상당수 대학들이 국제학생을 받아들이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증거 수준(evidence levels. 임상시험이나 연구를 통해 측정된 결과의 강도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순위 시스템)으로 알려진 위험 등급은 특정 국제학생 대행업체, 비자취소가 많은 사례자의 출신 국가, 비자거부 횟수 등의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
이달 첫주, 내무부가 실시한 이 위험 평가 개편을 보면, 1등급(first-tier)에서 2등급으로 하락한 10개 대학은 핵심 수입원인 유학생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학들은 오닐 장관의 지시(덜 위험한 대학의 학생비자 처리 우선) 이후 첫 2주 동안의 데이터(학생비자 거부 사례)를 기준으로 순위가 하락한 114개 교육기관에 포함된 곳이다. 47개 기관은 순위가 상승했다.
이에 따른 고등교육기관들의 반발이 커지자 오닐 장관은 각 대학과 칼리지 등 전문 교육기관들이 학생비자 청렴성을 향상하고 호주 유입 이민자 감축을 목표로 하는 주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오는 9월 위험 등급 업데이트는 일시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 연방 이민부 고위 관리로 새 이민 시스템을 입안했던 찰스 스튜어트대학교 마이크 퍼거슨(Mike Ferguson. 사진 왼쪽) 부총장은 정부가 본래 의도와 다르게 이를 대학에 적용하고 있다며 학생비자 발급의 전체 프레임워크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 : Linkedin / Mike Ferguson
장관은 “우리는 심각한 국제교육 부문의 청렴성을 되찾고자 한다”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서비스 제공자인 대학, 학생은 물론 호주에도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닐 장관은 “정부는 이전 연립(자유-국민당) 정부가 10여 년 동안 방치한 이후 변화를 위해 교육 제공기관과 언제나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산업의 질을 높이고 고등교육 부문이 저임금 노동의 뒷문(학생비자를 취득해 합법적으로 호주에 체류하면서 학업보다는 노동에 전념하려는)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또 관광비자를 학생비자로 전환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학생비자를 잘못 이용하는 국제학생 대행업체에 1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조치까지 내놓았다.
오닐 장관은 2025년 7월까지 호주로 유입되는 순 해외이주를 연간 약 25만 명 수준으로 줄이려는 노동당 정부의 방침에 따라 호주 국제학생 규모에도 상한선을 둔다는 것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 조치로 호주 학생비자 승인 비율은 지난해 7월부터 올 2월 말까지 81%로 거의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등교육 대행사 단체인 ‘Inter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 of Australia’의 필 허니우드(Phil Honeywood) 대표는 유학대행 업체들은 해외 학생들의 비자신청이 신속하게 처리되기를 원했지만 2024년 첫 학기 동안 상위 교육기관에 부여된 우선권으로 인해 다수의 대행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로써 호주 유학이 많은 국가들로부터 학문적 측면에서의 호주에 대한 명성을 잠재적으로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국제학생 대행업체 중 하나인 ‘Global Reach’의 라비 싱(Ravi Singh)씨는 “현 시스템은 학생들로 하여금 비자취득 용이성을 기준으로 대학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이는 하위 순위 대학에서 공부하려는 진정한 의도의 학생들이 더 엄격한 요구사항에 직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퍼거슨 부총장은 현 내부무의 방침(위험 등급에 따른 비자처리 우선 순위)과 관련해 “저위험 지원자에 대한 요구를 완화하는 대신 모든 예비 국제학생에게 영어능력과 재정적 안정선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더 공정한 시스템, 즉 서비스 당 수수료를 기준으로 아웃소싱(국제학생 입학 등록)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학생비자 시스템은 거의 ‘반창고 위에 반창고를 붙이는 격’(Band-Aid upon Band-Aid)이라 본다”면서 “앞으로 나아갈 전체 프레임워크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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