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는 여행지로 꼽히는 곳 중의 하나이다. 호주의 주요 도시들 또한 ‘살기 좋은 도시’ 조사에서 늘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가 모든 부문에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일까? 호주를 수차례 여행했던 각국 여행 작가들은 안타까운 부분, 다소 불쾌감을 주는 점도 있다고 말한다.
각국 여행 작가 시선, “호주에서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청정 자연과 깨끗한 환경, 괴로울 만큼 변덕스런 날씨가 없는 호주는 전 세계 여행객을 끌어들이는 1차적인 요소들이다. 실제로 이들의 호주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고 또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여행 작가들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호되는 여행지인 호주에도 여행객을 당황스럽게 하거나 이색적이라는 인상을 주는 요소들은 분명히 있다. Things that only happen in Australia... 각국 여행작가들이 호주에서 겪은 일들 가운데 호주에서만 있을 수 있는 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 Pub with no cheer- Mark Chipperfield
주류를 판매하도록 허가된 호주의 보틀숍(bottle shop 또는 liquor shop)에서는 영업을 위해 고객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세일 행사를 펼치고 있다. 그러다보니 호주의 가장 일반적인 대중 술집인 펍(pub)에서도 고객 확보를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주요 도시들뿐 아니라 지방으로 가면 아주 오래된 역사적인 펍들이 있는데, 지방의 펍들은 도시의 이 같은 흐름에 뒤처지거나 아예 그 흐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해 예전 그대로의 펍으로서의 기능(?)에 머물러 있다 보니 사람들이 멀리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역사적 가치를 가진 이런 펍들은 이제 허름하고 음식도 형편 없는 곳으로 퇴락하고 있다. 이는 영국이나 아일랜드, 뉴질랜드 등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기도 하다.
마크 치퍼필드(Mark Chipperfield) 씨는 “호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 지금도 남아 있는 오래된 펍들이 이렇게 쇠락해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깨끗한 환경과 색다른 서비스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도시의 펍(pub)들과 달리 지방이나 일부 지역의 오래된 펍은 이런 흐름에 뒤쳐져 쇠락해 가고 있어 오랜 역사의 명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사진은 노던 테러토리(Northern Territory) 주도 다윈(Darwin) 남쪽 630킬로미터 지점의 작은 마을 달리 워터스(Daly Waters)에 있는 오랜 역사의 ‘달리 워터스 펍’(Daly Waters Pub).
■ Just don't ask- Jill Dupleix
제발, “Howz'ya day been so far?”(오늘 어땠어?)라고 물어보지 말기를 바란다. 식당, 호텔, 숍, 심지어 공연장 매표소에서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질 듀플레익스(Jill Dupleix)씨는 “이렇게 물어올 때마다 우리 불쌍한(?) 해외 여행자들은 반드시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을 견디기가 곤욕스럽다”고 덧붙였다.
호주인들의 보편적인 인사 ‘G'day mate?’ 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인사말이 “Howz'ya day been so far?”이다. 친근감으로, 타고난(?) 친절함으로 방문자에게 건네는 이런 인사를 하루에도 수차례 계속 들어야 한다면, 해외 여행객들에게는 곤욕일 수도 있을 터이다.
■ The slap: The sequel / David Whitley
호주의 고객 접대 서비스 산업에는 고객에게 기본 서비스료를 부과한다. 그렇다고 휴일이나 주말에 일을 하는 레스토랑, 카페 종업원들에게 10%의 임금을 더 주라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신용카드로 자불하는 경우 현금보다 약 3%가 더 부과되기도 한다.
데이빗 위틀리(David Whitley)씨는 “게다가 아직도 많은 호텔은 와이파이(WiFi)에 대한 별도의 비용을 덧붙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호주를 여행하는 이들이 종종 놀라는 것 중 하나는 단순한 음료 접객에도 서비스 요금이 부과된다는 것이다. 호주의 접객업소는 고객에게 서비스에 대한 기본요금을 부과한다.
Marching orders / Anthony Dennis
일부 예외는 있지만 호주의 호텔업계는 일찍 체크인 하는 것만큼 여우 있는 체크아웃에 아주 인색하다. 대개 아시아 호텔의 경우 정오에 체크아웃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호주에서는 여전히 오전 10시까지, 잘 봐주는(?) 곳이라 해도 체크아웃하라는 ‘Marching order’는 11시이다. 앤서니 데니스씨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앤서니 드니스(Anthony Dennise)씨는 “제발, 조금만 더 있게 해 줘, 응?”(Let us linger a bit, will ya?)이라는 말로 이에 대한 비난을 대신했다.
호텔의 인색한 체크아웃 시간은 종종 여행자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시간만큼 별도의 요금이 부과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 Mis-guide / Mark Chipperfield
어떤 상황인지 알거다(You know the drill). 샴브레이 셔츠에 쾌활해 보이는 모습, 우렁찬 목소리로 뭔가를 알려주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에서 스노클링을 하거나 남부 호주(South Australia)에서의 고래 관찰 투어, 헌터(Hunter) 지역에서 와인 시음을 할 때 호주인 가이드들이 근처에 꼭 있으며 확성기를 들고 소리친다. 대개 ‘다보’(Davo. 호주 영어에서 David을 줄여 부르는 말)로 불리는 이들은 약간의 불량기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
마크 치퍼필드(Mark Chipperfield)씨는 “한결같이 샴브레이(chambray. 여성용이나 셔츠를 만드는 엷은 직물) 티셔츠를 입고 아쿠브라(Akubra. 호주인들이 즐겨 쓰는 챙이 넓은 모자) 모자를 쓴, 귀찮은 존재이기도 하다”고 표현했다.
북부 호주에서 여행자들을 안내하고 있는 가이드. 호주의 여행 가이드 가운데는 불량기를 보이며 여행자들이 귀찮을 정도로 떠들어대는 가이드도 있다.
■ Rank outsiders / Mark Chipperfield
호주가 열정을 가진 우버 택시를 허용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사실 각 주(state) 대도시에서 택시를 잡는 것은 끔찍하게 힘든 일이다. 게다가 GPS를 장착하고 있음에도 공항의 택시 스톱에서 손님을 태운 운전자는 손님이 원하는 곳까지 가는 길을 찾느라 용을 쓰기도 한다. 낡은 차량에 차 안에서는 냄새가 나는 택시, 여기에다 곧잘 성질을 부리는(bad-tempered) 운전기사는 당신이 여행을 위해 호주로 입국하는 과정에서 장거리 비행을 한 뒤 거쳐야 하는 마지막 과정이다. 만약 운이 좋다면(?) 운전석 옆자리에 택시 기사가 벗어놓은 목 긴 부츠의 지독한 냄새를 맡을 수도 있다.
마크 치퍼필드씨의 입에서 나온 마지막 말은 “으으~~~ 원통해(Resentfully)”였다.
가끔 해외 여행자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는 택시 서비스도 있는 듯하다. 호주의 택시 회사들은 고객 편의를 위해 이르면 7월, 고객이 택시를 빠르게 부를 수 있는 모바일 앱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 The wrong track / Jill Dupleix
유럽 여행 중 프랑스 파리(Paris)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Barcelona)까지 간다면, 초고속 열차 떼제베(TGV train)로 6시간 1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이 초고속 열차는 말 그대로 빠르고 편안하며 예정된 소요시간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6시간 조금 넘는 동안 이 열차는 21개의 도시를 거쳐간다.
호주에도 이와 유사한 기차가 있다. 호주 대륙을 남북으로 잇는 ‘The Ghan’, 그리고 동서를 관통하는 ‘Indian Pacific’ 열차가 그것이다. 동서와 남북을 잇는 열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유럽 각국, 각 도시를 빠르고 편안하게 연결하는 초고속 열차와 비교해서는 절대 안 된다.
질 듀플레익스(Jill Dupleix)씨는 “만약 호주 여행 중에 이 열차를 이용해 각 주(state) 또는 도시로 이동할 생각이라면 이 기차를 타기 전, ‘빠르고 편안하게 이동하겠다는 꿈’은 기차역 한 곳에 남겨 둘 것!”이라고 조언(?)했다.
호주에서 유럽의 각 도시를 연결하는 초고속열차를 기대하는 것은 실망을 줄 분이다. 워낙 면적이 넓다 보니 호주의 동-서, 남-북을 잇는 ‘Indian Pacific’, ‘The Ghan’은 며칠을 달려야 한다. 사진은 호주의 남과 북을 연결하는 종단열차 ‘The Ghan’.
■ Service, please / Anthony Dennis
호주 여행업계의 서비스 기준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준 이상이다. 하지만 서비스의 질적 개선은 부족하고 또 핵심적인 관광 분야에서 너무 많은 인력을 일시적으로 고용해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대도시의 유명 호텔은 물론 작은 마을의 B&B 숙소(Bed and Breakfast라는 의미로 숙소와 식사를 제공하는 게스트하우스 형태)에 이르기까지 전문성과 선천적인 친절함, 평등의식을 결합, 호주만의 색다른 서비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앤서니 드니스(Anthony Dennis)씨는 “국가 경제에서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은 뉴질랜드의 경우 여행 산업 전반에서 이런 서비스가 잘 정착되어 있다”고 일갈했다.
일반적으로 호주의 호텔 서비스는 수준 이상이라는 평가이지만 여행 서비스 분야의 주요 인력을 임시직으로 활용하는 것은 보다 나은 서비스를 위한 질적 개선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In a spin / Andrea Black
유럽의 주요 도시들, 파리나 암스테르담, 뮌헨, 코펜하겐 등에서는 도시 안을 투어하는 데 편리하도록 자전거를 대여하는 곳이 많다. 심지어 뉴욕의 중심구역인 맨해튼(Manhattan) 및 브룩클린(Brooklyn) 일부 지역에는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로 조성해 도시를 이동하는 이들에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시드니와 같은 호주의 도시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자전거를 도심 구역 안에서 자전거를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용도로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드니 조심 여행의 중심이기도 한 하버 시티(harbour city)의 웹(www.sydneycycleways.net)에는 ‘도심 거리를 자전거로 여행하고자 할 경우 인내심과 완벽한 계획,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도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는 안드레 블랙(Andrea Black)씨만 느끼는 문제가 아닐 듯하다.
유럽의 주요 도시와 달리 시드니 및 호주 주요 도시가 가진 아쉬움은 자전거를 이용한 도심 여행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전용도로 및 대여소 부족, 도로 상의 사고 위험이 그 이유로 제기됐다.
■ Black and White / Michael Gebicki
마이클 게비키(Michael Gebicki)씨는 호주 원주민 문화의 쇠락을 아쉬워했다.
그는 “이 땅에서 수만 년 삶을 이어온 호주 원주만 문화는 이제 손가락에 꼽을 만큼 남아 있을 뿐”이라며 “이들이 조상으로부터 구전으로 내려온 ‘드림타임’(dreamtime) 전설, 원주민들이 좋아하고 즐겨 먹는 ‘꿀벌레큰나방 애벌레’(witchetty grub) 잡기, 특히 밤하늘의 별들, 바위의 그림과 여러 동물의 형상을 드러낸 암각화 등이 이제는 누군가의 기억으로만 남아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호주 원주민 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들이 조상으로부터 구전으로 이어받은 ‘dreamtime’ 이야기, 밤하늘의 별과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 이들이 즐겨 먹던 ‘witchetty grub’을 파내는 방법 등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이제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 Going public / David Whitley
유럽만 해도 이웃들이 모이는 공공 광장, 테라스 카페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쿠바 아바나(Havana)의 말레콘(Malecon. 아바나에 있는 긴 방파제), 두바이(Dubai)에는 코르니시(Corniche. 해안가 산책로)가 이런 곳이다. 하지만 호주에는 이런 공간이 부족하다. 퀸즐랜드 주 브리즈번(Brisbane)의 사우스뱅크(Southbank), 멜번(Melbourne)의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가 있지만 유럽의 넓은 대중 공간과 같은 기능을 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데이빗 위틀리(David Whitley)씨는 “공원(park)들도 보기 좋고 잘 꾸며져 있지만 저녁 무렵, 지역민들이 모여 뭔가를 도모하는 기능은 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브리즈번(Brisbane) 사우스뱅크(Southbank)의 밤 풍경. 멜번에도 공공장소인 ‘페더레이션 스퀘어’(Federation Square)가 있지만 유럽의 이런 장소들처럼 다양한 기능을 하지는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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