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반기문 사무총장 후임으로 이 직책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진 케빈 러드(Kevin Rudd) 전 수상. 최근 세계적 경제학자로 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였던 영국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씨가 사무총장 후보로 러드 지지를 밝혔다.
국제사회 일각, “동유럽 출신, 여성 차례”... 호주 국내 지지 ‘아직은...’
“전 세계 사람들은 케빈 러드(Kevin Rudd)가 유엔 사무총장(United Nations Secretary General. UNSG)직을 아주 잘 수행할 것이며, 호주는 러드의 사무총장 후보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
전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이자 영국 재무차관을 지낸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씨가 러드 전 호주 수상의 유엔 사무총장직 도전에 공식 지지를 밝혔다. 세계적 경제학자로 명성을 쌓은 스턴 경제학자의 지지로 러드 전 수상은 UNSG 도전에 큰 힘을 얻게 됐다.
지난 2013년 연방 총선에서 자유-국민 연립에 패한 뒤 은퇴를 선언했던 러드 전 수상은 국제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을 전개해 왔으며 반기문 사무총장의 임기 이후 이 직책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왔다.
세계적 경제학자이면서 다수의 저서를 출간한 바 있는 스턴 학자는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와의 인터뷰에서 러드 전 수상에 대해 “세계무대에서 폭넓은 존경을 받고 있으며 (유엔) 사무총장직을 훌륭하게 수행할 인물”이라고 말했다.
스턴 학자는 “러드는 많은 경험과 지식, 능력, 분별력이 있어 그 업무를 잘 수행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그는 참된 지도자”라고 단정했다.
이어 그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으며, 그래서 사람들이 신뢰하는 인물”이라고 묘사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의 후임에 대해 국제사회 시각은 ‘새 사무총장이 동유럽 출신 차례이며 또한 여성이 이 직책을 맡아야 할 시기’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러드 전 수상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임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 러드 전 수상 자신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이 때문에 “그렇다고 내가 ‘러도비치’(Ruddovich)가 아니기에 선거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농담조로 말하기도 했었다.
니콜라스 스턴 학자 외에 러드 전 수상이 유엔 사무총장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오면서, 동티모르(East Timor) 독립운동가였던 호세 라모스 호르타(Jose Ramos Horta) 박사도 러드 지지를 공식화 한 바 있다. 다만 사무총장직이 한 국가의 ‘prime minister’로서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호주 국내의 일부 정치적 라이벌에게는 비난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턴 학자는 10년 가까이 러드 전 수상과 함께 전 세계적 이슈였던 기후 변화(climate change) 문제에서 공동보조를 취해 왔으며, 러드 전 수상은 노동당 대표로 선거에서 승리, 수상직을 맡은 뒤 지난 2010년, 이전까지 호주 정부가 서명을 거부해 온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서명한 바 있다.
스턴 학자는 러드 수상이야말로 기후변화 문제를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로 끌어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구촌에는 수백 개의 국가가 있으며, (유엔) 사무총장직은 그 많은 국가를 하나로 끌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러드야말로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러드는 위대한 전략가로서 이런 문제를 잘 알고 또한 세세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한 스턴 학자는 “그는 큰 그림과 함께 치밀한 전략가로, 상호 이해가 다를 수밖에 없는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문제 해결을 추진할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케빈 러드 전 수상의 유엔 사무총장직 도전에 대한 호주 국내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니콜라스 스턴 학자의 러드에 대한 공식 지지는 노동당 여론조사 기관인 UMR이 실시한 조사 결과 이후 나온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러드의 유엔 사무총장직 도전을 지지하는 호주인은 62%에 달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43%는 러드의 사무총장직 도전 라이벌인 전 뉴질랜드 헬렌 클락(Helen Clark) 수상을 지지하는 토니 애보트(Tony Abbott) 전 수상의 프리퍼런스(preference) 사용을 호주 정부가 승인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56%는 러드의 사무총장직 도전을 알지 못하거나 또는 호주 정부가 러드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었으며, 후보로 지명됐을 경우 찬성한다는 응답은 44%에 머물렀다.
이 조사는 러드 전 수상이 유엔 사무총장 후보에 승인될 것인지 여부는 실시하지 않았다.
UMR의 조사는 최근 ‘Essential Media’의 관련 조사 전인 지난 2월 실시된 것으로, ‘Essential Media’ 조사에서는 러드 전 수상을 지지하는 이들은 전체의 25%에 불과한 반면 클락 전 뉴질랜드 수상을 지지하는 응답자는 이의 두 배에 달했다.
아직까지 러드는 사무총장직 도전을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줄리 비숍(Julie Bishop) 외교부 장관의 언급처럼 전 세계 지도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지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제 결정은 정부 몫으로 넘어갔지만 현 연립 내각이 러드의 공식 지지 여부를 총선 결정 전에 내놓을런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