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의 공동 창업준비 공간인 ‘피쉬버너스’(Fishburners)에서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전문가들은 혁신적 아이디어로 창업을 시작하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조언한다.
“단계적 준비 철저해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 확보”
창업에 드는 비용이 결코 수그러들지 않음에도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으며, 정부보조금이 유용한 것은 사실이나 혜택을 받는 과정에서 장애물을 없애는 것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지난 주 금요일(27일) ABC 방송이 관련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했다.
지난해 말,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은 ‘아이디어 붐’(ideas boom)에 대한 열망을 담은 ‘혁신 전략’을 공표하며 디지털 창업 분야에 대한 연구 및 지원 증진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척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물질적 지원보다는 오히려 장애물 제거를 통해 보다 간편한 창업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뉴스 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드롭박스(Dropbox) 등과 같은 쟁쟁한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는 ‘피쉬버너스’(Fishburners)는 호주 최대의 가장 유망한 창업 공간으로 평가되고 있다.
‘피쉬버너스’ 책임자인 머레이 허프스(Murray Hurps)씨는 “지금 우리 회사는 한 개 층만 보더라도 80여개의 책상과 총 290여명이 각 177개에 이르는 스케일러블 테크(scale-able Tech: 확장 가능형 기술) 창업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바와는 다르다”고 전제한 그는 “호주에는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 페이스북 창업자)와 같이 전형적인 성공 사례는 없다”면서 “보통 사람들은 대학을 마친 뒤 직장을 얻고, 회사에 염증을 느끼게 되면 그 후에 창업을 고려하는데, 그래서 이곳 사람들의 평균 연령대는 36세”라고 소개했다.
허프스씨에 따르면 ‘피쉬버너스’는 지금까지 5년간 621건의 창업 사례를 지원했다.
‘피쉬버너스’ 출신 사업가로, 사람이 쓴 글을 분석하고 그 글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필수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는 인공 지능 소프트웨어 서비스 ‘GradePoof’ 개발자 닉 허프(Nick Huff)씨는 이 소프트웨어에 대해 “언론인이든 학생 또는 기업체의 홍보부 직원이든, 아니면 높은 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요구하는 그 어떤 업무일지라도, ‘GradeProof’는 당신이 몇 초 이내에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컴퓨터 코드(code)를 가르치는 애플리케이션 연구가 닉 더킨(Nick Durkin)씨는 “최근 코드화 교육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교사들이 관련된 소프트웨어, 내용뿐 아니라 그 기술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추도록 한다는 데 있다”면서 “수업 주제에 대해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코드화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드 교육을 하면서 교사로서 단지 학생들에게 그들이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고, 왜 이것들이 흥미로운지 그 이유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고객의 기대치는 결코 높지 않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 종합 쇼핑몰인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의 이안 가디너(Ian Gardiner)씨는 오늘날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인터넷상의 서버를 통하여 데이터 저장, 네트워크, 콘텐츠 사용 등 IT 관련 서비스를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이 게임시장의 판도를 바꿨다고 말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그는 “16년 전 영국에서 전자상거래 비즈니스를 운영할 당시, 창업 자금의 대략 70%가 컴퓨터, 소프트웨어, 그리고 시스템 구동 인력 또는 데이터 센터 등과 같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쓰여졌지만 그 비율이 1% 미만으로 줄어들게 된 지금은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창조하고 또 혁신하는 능력 면에서 게임의 판도를 바꿔왔다”고 설명했다.
가디너씨의 설명은 온라인 게임의 경우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지속해 왔으며 고정적인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훨씬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날 우리 모두는 주머니 속에 수퍼 컴퓨터를 지니고 있으며, 전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것들”이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현실에서 목격하고 있는 혁신의 정도가 예상을 훨씬 뛰어 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처럼 경쟁적인 세상에서, 많은 이들이 이 분야에 도전하지만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선택되는 이는 극소수이다.
그 극소수 중 한 명이 ‘에어트리’(AirTree) 설립자인 크레이그 블레어(Craig Blair)씨이다.
블레어씨는 “우리는 1년에 1천100여 상담을 하는데, 이 수치는 2000년대 중반 연간 100여 고객을 만났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라면서 이렇게 성장한 데 대해 “피쉬버너스와 같은 창업준비 공간이 탄생한 때문이기도 하며 또한 창업에 소요되는 비용이 ‘0’으로 가는 추세에서 기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창업 현실은 녹녹치 않다”
블레어씨는 창업 열기가 더욱 달아오르는 반면, 보다 많은 사업체에게 ‘거절’을 말해야하는 곤란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연간 1천100여 사업체 관계자를 만나는데, 실제 우리는 약 430여개의 업체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고 덧붙였다.
블레어씨는 이어 혁신적 아이디어 사업과 관련한 턴불 수상의 관심에 대해 “정부의 지원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이 잠시 손을 놓고 숨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그는 “많은 창업이 모두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없고 또 혁신 그 자체만으로는 좋은 것도 아니다”면서 “우리가 필요한 것은 ‘성공적인 혁신, 성공적인 기업의 출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창업이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설립, 자금조성, 고객확보 등 각 단계가 있으며, 이것들을 일궈나갔을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일방적인 정부 지원 방침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