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자가 사망하면서 경매 매물로 나온 포레스트빌(Forestville) 소재 주택. 이 주택은 잠정가격(140만 달러)보다 무려 25만 달러 상승한 165만 달러에 낙찰됐다.
도심 및 북부 해안지역 낙찰가격, 잠정가보다 크게 높아
영국이 유럽연합 회원국 탈퇴를 결정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지난 주말(25일) 시드니 경매시장은 매물로 나온 상당 주택이 잠정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매매되는 등 한결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주말 시드니 경매시장에는 6월 들어 가장 많은 630채의 주택이 매물로 등록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서 지난 주 금요일(24일, 호주시간)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에서 EU 회원국 탈퇴로 결정되면서 전 세계적 금융 불안 우려와 함께 주택시장 역시 위축이 예상된 상황이었다.
노던 비치(Northern Beaches) 지역 ‘First National Frenchs Forest’ 사의 판매 에이전트 제이 알코크(Jay Alcock)씨 또한 ‘브렉시트’ 결정에 긴장한 에이전트 중 하나였다.
“영국의 국민투표가 EU 회원국 탈퇴로 결정된 직후, 금요일(24일) 밤 회사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는 그는 “이런 결과가 호주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주리라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 겨울 부동산 시장은 7월2일 치러지는 연방 선거가 지나야 어떻게 전개될런지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코크씨뿐 아니라 대부분 부동산 관계자들의 ‘우려’와 달리, 지난 주말 포레스트빌(Forestville) 소재, 거주인이 사망하면서 경매시장에 나온 주택에는 14 그룹이 입찰에 응해 가격 경쟁을 펼침으로써 ‘브렉시트’ 우려를 무색하게 했다. 포레스트빌 쿡 스트리트(Cook Street)에 있는 이 주택은 잠정가격보다 무려 25만 달러 상승한 165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 주택을 매물로 내놓은 고인의 딸 루시 던(Lucy Dunn, 53)씨는 “우리 부모는 이 주택이 이만큼 높은 가격에 매매되리라 결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957년 지어진 이 집에서 루시 던씨는 다른 두 자매와 함께 자랐다고 덧붙였다.
루시씨는 “이 집을 지을 당시, 이곳은 무성한 삼림지역으로, 말과 마차를 이용해 건축 자재를 옮겨 왔다”며 “우리 부모가 이곳에 집을 짓기로 결정한 것은 이 지역 부지가 매우 저렴했기 때문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판매 에이전트 알코크씨에 따르면 올해 들어 포레스트빌 지역의 주택 수요는 상당히 높아졌다. 특히 프렌치 포레스트(Frenchs Forest)에 새 병원이 들어설 계획이 나오면서 자녀를 둔 가족들로부터 주택구입 문의가 크게 늘어났다.
그는 “학교, 쇼핑센터 등 편의시설이 도보 거리에 있는 이 지역 주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면서 “쿡 스트리트 상의 주택 경매 결과는 이 같은 경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분석회사 ‘도메인 그룹’(The Domain Group)에 따르면 지난 주말 시드니 경매는 매물로 나온 630채 가운데 405채가 낙찰, 74.1%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전 주(18일)에 비해 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도메인 그룹 수석 경제학자 앤드류 윌슨(Andrew Wilson) 박사는 “이전 주에 비해 낙찰률이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이는 ‘브렉시트’의 혼란 때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세인트 아이비스 인근, 벨로스(Belrose)에서도 유사한 결과나 나왔다. 호주 럭비리그 파라마타 일스(Parramatta Eels) 팀 주장인 키어런 포란(Kieran Foran)씨의 주택 또한 그가 희망한 매매가격보다 12만5천 달러 높은 170만5천 달러에 낙찰됐다.
수영장이 딸린 4개 침실 주택의 자기 집 경매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던 그는 이 같은 거래가격에 매우 흡족해 했다. 이미 그는 프레시워터(Freshwater)에 251만 달러의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 도심 인근 지역에서도 경매 낙찰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랜드윅(Randwick) 소재 개조하지 않은, 1900년대 초반 지어진 세미 하우스가 잠정가격보다 무려 26만8천 달러 높은 176만8천 달러에 낙찰됐다. 이 주택 매매를 진행한 ‘Ray White Randwick’사의 페터 쇼우(Peter Shaw) 에이전트에 따르면 내부면적 236스퀘어미터인 3개 침실의 이 주택에 입찰한 이들은 14그룹에 달했다.
크로이돈(Croydon) 소재 방갈로 스타일의 3개 침실 주택 또한 높은 낙찰가를 기록했다. 한 가족이 입찰한 이 주택은 잠정가격에서 14만 달러 상승한 174만 달러에 거래가 성사됐다. ‘Devine Real Estate’ 사의 그렉 에머튼(Greg Emerton)씨는 경매가 진행되기 전까지 100개 그룹이 인스펙션을 했을 만큼 관심을 받았던 주택이었다.
시드니 남부, 사우스 크로눌라(South Cronulla)의 쉘리 비치(Shelley Beach) 한 블록 뒤에 자리한 1920년대 주택도 잠정가격보다 17만5천 달러 오른 195만 달러에 거래가 이루어졌으며, 크로눌라 인근 기미어(Gymea)의 맨체스터 로드(Manchester Road) 상의 5개 침실 주택 또한 이 지역 평균가보다 높은 182만 달러에 거래가 성사됐다. 이 금액도 잠정가격보다 크게 높은 것이었다.
지난 주말(25일) 시드니 경매에서 가장 높은 낙찰가는 키리빌리(Kirribilli) 솢 맨션이었다. 파푸아 뉴기니(Papua New Giunea)에 대형 수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마이클과 루이스(Michael and Louise)씨 소유의 이 맨션은 경매 전 875만 달러에서 925만 달러에 매각한 것임을 공지했었다.
이날 경매에서 정확한 낙찰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잠정가격을 감안할 때 이 맨션 거래가격이 지난 주말 경매에서 가장 높은 판매가격임에는 분명하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