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가 연방 선거를 앞두고 ‘YourVote’라는 이름으로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유층일수록 호주의 소득격차에 대해 모르고 있으며 저소득 계층의 어려움을 인식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담장 하나로 확연히 구분되는 빈부 격차.
전체 응답자 3분의 2, 호주의 소득분배 ‘불공정’ 지적
노동-녹색당 지지그룹서 높아... 연립 지지 70%는 “소득격차 없다”
자유-국민 연립을 지지하는 이들 가운데 10명 중 7명은 호주의 개인별 소득이 공정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절반 가까운 이들은 보다 많은 수입을 위해 주말에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호주의 상위 부유층이 저소득층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는 응답이었다.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가 연방 선거를 앞두고 자체 여론조사인 ‘YourVote’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남성보다 여성들이 소득격차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으며 일반 노동자 계층보다는 전문 직업인들이 소득격차에 대해 공정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립 지지자들의 이 같은 인식에도 불구하고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는 호주의 소득구조가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믿고 있으며, 이는 메디케어(Medicare)와 같은 기본적인 문제, 국가 브로드밴드 전산망(National Broadband Network) 필요성이 이번 선거 캠페인을 통해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페어팩스 미디어의 ‘YourVote’ 프로젝트를 분석한 시드니대학 정치사회학자인 아리아드네 브로멘(Ariadne Vromen) 교수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호주사회가 계급 없는 사회라고 믿는 이들이 극히 소수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녹색당 지지자 가운데 약 90%, 그리고 노동당 지지자 85%는 호주의 소득분배가 ‘불공정’하거나 ‘상당히 불공정’하다고 보고 있으며, 이는 연립 지지자 29%와 확연하게 비교됐다.
최근 호주 경제개발위원회(Committee for Economic Development of Australi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 이상 호주가 상당한 경제적 성장을 이룩했음에도 호주 전역에서 100만 명 이상이 빈곤층 이하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 유권자의 경우 소득분배가 불공정하다는 응답은 약 71%에 달했으며, 이는 남성 63%와 차이를 보였다. 아울러 일반 근로자 또는 육체 노동자들(71%)이 전문직 종사자 또는 관리자들(61%)보다 더 소득분배 불공정을 지적했다.
브로멘 교수는 “부유층의 경우 전통적으로 자유-국민 연립을 지지했다”고 전제한 뒤 “시드니 지역에서 자유당 지지 강세 지역을 보라”며 “시드니 하버브릿지를 건너 북부 지역으로 가면 불평등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부 지역의 부유층 지역이 자유당 지지 강세지역이라는 얘기다.
이어 브로멘 교수는 “높은 수입으로 안락한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다른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눈밖의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호주 인구 가중치를 반영한 이번 조사는 또한 호주인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주말이나 법정 공휴일 근무에 대한 추가 수당이 있어야 한다는 답변이었다.
주말(또는 공휴일) 근무수당에 대한 바람은 남성보다 여성 응답자가 더 많았으며, 이는 여성의 경우 캐주얼 직업, 또는 불안정한 직장을 가진 이들이 남성보다 많기 때문으로 풀이되며, 아울러 돌보아야 하는 자녀로 인해 풀타임 직장을 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브로멘 교수는 설명했다.
그런 한편 이 부문(주말근무 수당 지급)에서 전문직 종사자들은 이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분류됐다.
노동당 지지자 가운데 주말근무 수당을 찬성하는 비율은 89%에 달했으며, 이는 연립 지지자 찬성비율 49%와 크게 비교됐다.
주말근무 수당 문제에 대해 야당의 빌 쇼튼 대표는 “노동당 정부는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가 일요일 근무수당 삭감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수용할 방침이지만 노동당은 복지 부문을 지키기 위해 위원회에 추가 의견개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91%는 호주 내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회피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는 답변이었으며, 각 정당 지지자별로 이 같은 응답 비율은 연립 지지층에서 가장 낮았다.
지난 20년 간 호주가 상당한 경제적 성장을 이룩했음에도 빈곤선 이하의 삶을 이어가는 이들은 호주 전역에 100명 이상에 이르고 있다. 사진은 한 공원 벤치에서 밤을 보내는 홈리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