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는 최초로 설치된 ‘Australia Street Infant School’의 ‘길거리 도서관. 이 학교 학생들이 담장에 낮아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 후 호주 전역에 100개 이상 설치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하는 ‘길거리 도서관’(Street Library)이 호주 전역에서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 일요일(13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가정집 앞 정원 한 구석에 만들어진 길거리 도서관이 어린이들에게 독서를 권장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각 학교들도 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작은 나무 상자에 책을 담아 길거리에 비치한 이 도서관은 누구나 책을 가져가 읽고 반환시 자신의 책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독서 운동을 취지로 ‘Street Library Australia’를 설립한 닉 로우(Nic Lowe)씨가 지난해 11월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호주 전역에 100여 개가 설치됐다. 로우씨는 오는 2020년까지 5천 개 이상의 길거리 도서관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뉴타운(Newtown)에 위치한 ‘오스트레일리아 스트리트 인판트 초등학교’(Australia Street Infants School)은 ‘길거리 도서관’을 설립한 최초의 학교이며, 로위씨는 더욱 많은 학교가 이 선례를 따랐으면 한다고 말했다.
로우씨는 “학교는 독서 교육을 통해 능동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삶, 특히 아이들의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유익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학생들의 학업 성취 평가인 2016년 NAPLAN(National Assessment Program for Literacy and Numeracy) 결과, ‘읽고 쓰기’ 영역에서 호주 학생들은 지난 2013년에 비해 단지 0.4%가 향상되었으며, NSW 주 학생들의 평균은 0.09%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는 학생들에게 독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NAPLAN은 ‘읽고 쓰기’(Literacy)와 ‘수리’(Numeracy) 영역을 평가하고 있다.
NSW 학교도서관협회(School Library Association of NSW) 미첼 젠슨(Michelle Jensen) 대표는 “변화하는 사회 흐름에 도서관들도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면서 ‘길거리 도서관’ 운동을 지지했다.
젠슨 대표는 “충분한 양의 책을 소유하지 못한 많은 아이들을 돕고자 책을 수집하고, 이 책을 단 1달러에 판매하는 학교 내 도서관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길거리 도서관은 도서 순환이 지속적으로, 또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매우 훌륭한 아이디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드니 시티 카운슬(City of Sydney)도 매월 ‘길거리 도서관’ 설립에 대한 설명회를 매달 개최하는 등 이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시드니 시티 카운슬의 모니카 배론(Monica Barone) 행정국장은 “시립 도서관뿐만 아니라 ‘길거리 도서관’ 설립을 통해 우리는 모든 이들이 다양한 영역의 독서 자료에 무료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Australia Street Infants School’의 ‘길거리 도서관’은 매주 4회에 걸쳐 도서 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새로운 도서들이 채워지는 것이다. 로우씨는 이에 대해 학교가 그 중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집 앞뜰에 설치된 ‘길거리 도서관’의 경우에는 매주 약 1회씩 도서 순환이 이루어진다. 그는 “처음 이 작은 ‘길거리 도서관’ 나무 상자에 책을 채워 놓았는데 잠시 책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채워지는 것을 보면 요술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닉 로우씨의 이 아이디어는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현재 70개 이상 국가, 약 4만여 곳에 ‘길거리 도서관’이 설치되어 있다.
로우씨는 “지방의회가 해 주기를 바라는 대신 지역사회가 솔선해 이루어낸 결과”라며 “이 운동이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이웃을 알게 된 것도 큰 기쁨”이라고 전했다.
강세영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