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질환이 뇌졸중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장 전문의들은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정기 검진을 강조했다. 사진은 심장작동을 진단할 수 있는 앱. 이는 시드니대학교가 개발한 아이폰용 앱이다.
뇌졸중과 깊은 연관... 65세 이상 고령층 ‘심방세동’ 주의 당부
국제 심장 전문의들이 65세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불규칙한 심장박동에 대한 정기 검진을 강조했다. 이 증상은 호주 국내 뇌졸중 환자 3명 중 1명과 연관이 있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무질서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심장박동 증상을 보이는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心房細動)은 와파린(Warfairn)과 같은 경구 항응고제를 통해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으나, 다수의 환자들이 이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적절한 약물치료 시기를 놓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외견상으로 별다른 증세가 없으나 방치할 경우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되는 뇌졸중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종종 치명적인 허혈성 뇌졸중(ischemic stroke. 뇌혈관의 폐색으로 인해 뇌혈류가 감소되어 뇌 조직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으로 발전될 수 있다.
호주 심장연구소(Heart Research Institute) 심장 전문의 벤 프리드먼(Ben Freedman) 박사는 지난 주 금요일(19일) 영국의 저명한 의학 학술지 ‘랜싯’ (Lancet)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내용은 최근 로마에서 개최된 유럽심장학회(ESC Congress) 학술회의를 통해 전 세계 100명의 심장 전문가들이 발표하는 공식 성명에도 포함되어 있다.
프리드먼 박사는 이번 논문에서 의사들에게 ‘확실한 저위험군 환자’(truly low risk)로 확인된 경우가 아니라면 심방세동 증상이 있는 모든 환자들에게 항응고제를 처방하는 기본적 입장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호주의 경우 연간 뇌졸중 환자 발생은 5만여 건에 달하고 있다. 전문의들은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75%만 검진해도 약 80%에 이르는 심방세동 환자들에게 약물 치료를 받게 할 수 있으며, 이로써 매년 250건의 뇌졸중 사망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뇌졸중 예방에 있어 심장박동 검진이 매우 효과적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며 “심방세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낯선 병명이지만 동시에 매우 흔한 질병으로, 뇌졸중 환자 가운데 3분의 1이 심방세동에 의해 발병된다”고 강조했다.
심장과 관련된 또 다른 연구에서도 심방세동과 연관된 뇌졸중 사례 중 4분의 1 이상의 환자들이 이 증상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였음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프리드먼 교수는 다수의 심방세동 환자들이 내부출혈 등을 포함한 항응고제 부작용에 대해 염려하며 약물치료를 받지 않거나 혹은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항응고제 투약을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고 의사들도 마찬가지로 혹시 모를 출혈의 위험을 염려해 처방하기를 꺼리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번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될 성명서는 프리드먼 박사가 공동 설립하고 전 세계 30개국, 100여명의 전문가가 포함된 뇌졸중 예방 단체 ‘AF-SCREEN 국제협력기구’에 의해 작성됐다.
프리드먼 박사는 항응고제를 생산하는 몇몇 의약품 제조 기업들의 연구 지원금을 포함한 특혜가 있었음을 미리 밝혔다.
제약회사의 연구 지원을 받지 않는 ‘메리 맥킬랍 심장연구소’(Mary MacKillop Institute for Heart Research)의 최고 책임자인 사이먼 스튜워트(Simon Stewart) 박사 역시 심방세동은 흔한 질병이고 쉽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치명적일 가능성이 높기에 65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정기적인 검진이 요구된다는 연구에 동의했다.
심방세동은 65세 이상 연령층의 경우 10명 중 1명, 80세 이상에서는 5명 중 1명꼴로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 질환의 진단과 치료과정과 관련해 상업적 이해에 있는 이들로 인해 과잉진료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스튜워트 박사는 “지금 시장에는 저렴한 신 경구용 항응고제 제품들도 있다”며 “비난할 생각은 없지만, 사실 심장전문의들과 제약회사들이 과잉진료를 불러일으키는 면에 있어서 똑같이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의약제품을 판매하는 전기생리학자들 역시 마치 배가 이미 충분히 부른데도 계속해서 먹이를 찾아다니는 ‘광분한 상어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비난했다.
강세영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