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소비자 그룹인 ‘초이스’(Choice)의 6월 분기 소비자 조사 결과 호주 가정의 가장 큰 지출 우려는 전기사용료 및 의료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식품 및 채소가격 우려를 앞지른 것이다.
소비자 그룹 ‘초이스’ 조사... 비용부담 큰 폭 증가
전기료 및 증가하는 보건의료 비용이 호주 각 가정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주 금요일(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호주 소비자 그룹 ‘초이스’(Choice)의 ‘Consumer Pulse Cost of Living Report’를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호주 가정의 의료비 지출은 지난해에 비해 10% 증가했다. ‘초이스’는 지난 2014년부터 매 분기마다 전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소비자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초이스’의 알란 커크랜드(Alan Kirkland) 대표는 지난 2009년 이래 개인 의료보험료의 누적 증가는 거의 50%에 달한다면서 “가족 모두를 커버하는 의료비용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커크랜드 대표는 이어 “새 정부가 시행해야 할 우선 정책은 ‘보다 큰 가치와 투명성을 제공하는 의료보험 개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 되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초이스’의 ‘Consumer Pulse survey’가 시작된 이래 전기료 문제는 각 가정의 큰 걱정거리로, 조사 대상 가정의 80%가 이 부분을 첫 번째로 꼽았다.
이번 보고서는 저임금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높지 않게 이어지고 있는 점이 호주 소비자들에게 비교적 안정적인 전망을 갖게 하지만 주요 부분에서는 재정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초이스’의 이번 조사 결과 ‘나홀로 가정’의 3분의 1 이상이 재정적 안정성을 찾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 12개월 사이 임금 이외에 신용카드에 의존해 생활한 이들도 5명 중 1명에 달했다.
‘초이스’의 소비자 캠페인 담당인 매트 레비(Matt Levey) 이사는 이번 보고서 결과에 대해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재정상황이 점차 불확실성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정적 안정을 유지하는 일부 소비자는 결코 (자신의 상황이)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그는 “이번 조사를 하면서 우리가 지난 며칠 사이 확인한 것은, ‘호주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의 재정 상황은 뒤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반가운 결과는 자동차 주유비와 식품류, 채소가격에 대한 우려가 지난 2014년 6월 이래 줄었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에서 ‘초이스’는 쇼핑센터 ‘알디’(Aldi)의 경우 채소가격은 23%, ‘콜스’(Coles)와 ‘울워스’(Woolworth) 쇼핑센터의 채소 가격은 27%가 줄었음을 확인했다.
이번 분기 조사는 또한 일반 소비자들이 재정적 압박감에 처하게 되는 경우 생필품 구입비용 대신 의류나 오락 부분에서 지출을 줄여나간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했다.
전 세계 소비자 트렌드는...
한편 영국 기반의 다국적 은행인 HSBC의 조사는 전 세계 소비자 동향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HSBC가 전 세계 9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Future of Consumer Demand’ 보고서는 오는 2020년경이면 전 세계 90% 이상이 거대한 소비자 그룹을 형성하게 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 의식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전 세계적으로 미화 기준 하루 2달러의 수입을 얻는 이들의 경우 최저생활자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감당할 수 있는 소비자 그룹으로 이동하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이제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로 간주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인구 가운데 7명 중 1명은 미화 기준 하루 10-20달러의 수입을 얻는 중간소득 그룹으로 정의된다.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한 이 중간소득 그룹은 오는 2030년 49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HSBC Australia’의 상업부 담당자인 스티브 휴즈(Steve Hughes)씨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호주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주요 수출국에서 드라마틱하게 변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자 트렌드 중 하나는 여성의 상품 소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전 세계 자동차 구매에서 여성의 결정력은 65%에 달하며 최근 조사를 보면 중국의 경우에는 ‘여성 전용’ 시장이 있음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HSBC 보고서는 또한 선진국의 60세 이상 소비자들의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HSBC의 올리버 그렌슨(Oliver Gregson) 경제연구원은 “앞으로 10-15년 후 은퇴하게 되는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로의 가장 큰 부의 이동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경제에서 가장 특별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호주 소비자들이 가계지출에서 우려하는 항목들. 빨간색 그라프는 ‘very concerned’(제법 우려)를, 노란색 그라프는 ‘quite concerned’(상당한 우려)를 나타낸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