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하운드 개 경주 금지 철회를 발표하는 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NSW 수상. 의회에서 금지 법안이 통과된 지 불과 6주 만에 이를 철회함으로써 그의 정치적 신뢰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주 의회 법안 통과 6주 만에... 동물보호기구 등 ‘조롱’
NSW 주 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수상이 그간 논란의 대상이 됐던 그레이하운드 개 경주 전면 금지법을 철회함으로써 그의 정치적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베어드 수상은 지난 8월24일, 내년 7월부터 NSW 주에서 그레이하운드 개 경주를 전면 금지시키는 ‘그레이하운드 개 경주 금지법’(Greyhound Racing Prohibition Act)을 주 의회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관련 산업계의 이에 대한 강한 반발과 지지도 하락, 오는 11월12일 오렌지 지역의 보궐선거, 당내 국민당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베어드 수상은 법안이 통과된 지 6주 만에 번복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뉴스폴(Newspoll) 여론조사 결과 베어드 주 수상의 정책에 대한 유권자 만족도는 개 경주 금지법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금주 화요일(11일) 금지법 철회 발표 소식이 온라인으로 알려지면서 공식적인 발표가 있기도 전에 시민들은 SNS를 통해 그를 ‘겁쟁이’라고 부르는 등 비난을 이어갔다. 비난 대열에 가세한 이들은 지지도 하락이 무서워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야당은 “당시 확신에 차 있던 주 수상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라며 그를 비난했고, NSW 동물보호기구인 RSPCA(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의 스티브 콜맨(Steve Coleman) 대표는 “금지법이 구체적으로 실행되기도 전에 엎어진 것은 매우 짜증나는 일”이라고 퍼부었다.
그레이하운드 개 경주 전면 금지법을 제정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 마이클 맥휴(Michael McHugh) 전 연방 고등법원 판사가 주관했던 특검 보고서에서 지난 12년 동안 경주용 그레이하운드 6만8천 마리가 안락사됐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때문이었다.
그레이하운드뿐 아니라 살아있는 동물을 개 경주의 미끼로 쓴 한 조련사의 이야기는 ABC 방송 고발 프로그램인 ‘포코너스’(Four Corners)에서 다뤄졌고, 빠르지 않거나 경주에 쓸모없다는 이유로 건강한 그레이하운드 수만 마리를 안락사 처리한 것은 동물 학대라는 여론이 팽배했다.
NSW 주는 “금지법은 철회했지만 동물학대 방지를 위한 새로운 법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베어드 수상은 “동물학대 금지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다”며, 주 정부는 살아있는 동물을 개 경주의 미끼로 쓸 경우 경주 자체를 평생 금지시킬 것과 징역형 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것, 그레이하운드의 평생 등록 금지 등을 법안으로 제안했다. 또한 개 경주 산업의 독립된 규제 감독기관을 설립하고 법률 집행, 처벌, 동물복지 등을 위한 자원을 확충한다는 방침이다.
경주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수만 마리의 경주용 그레이하운드가 안락사 처분되자 NSW 정 베어드 수상은 개 경주 금지를 발표했다가 이에 대한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정을 철회, 비난과 조롱을 받고 있다.
이은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