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비티(Paul Beatty. 사진)가 미국 현대사회의 문제를 꼬집은 <셀아웃>(The Sellout)으로, 미국 작가로는 최초로 올해 맨부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회적 이슈 담은 <The Sellout>으로... 미국 작가로는 ‘최초’
영어권 최고의 문학상으로 알려진 올해의 ‘맨 부커상’(Man Booker Prize. 이하 ‘부커상’) 수상자로 미국 작가 폴 비티(54)가 선정됐다. 소설 <셀아웃>(The Sellout)으로 올해 부커상을 차지한 폴 비티는, 미국 작가로는 최초 수상이다.
‘맨부커상 심사위원회’는 “미국의 인종차별과 계급사회를 향한 신랄한 풍자를 담아낸 이 작품이 시의적절하게 현 미국사회의 쟁점을 꼬집고 있다”며 이번 수상작에 대한 선정 이유를 밝혔다.
<셀아웃>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쇠퇴한 교외 마을 ‘디킨스’(Dickens)를 배경으로 ‘리틀 라스칼’(Little Rascals)의 마지막 생존자인 아프리카계 흑인 화자 본본(Bonbon)이 미 대법원으로부터 노예제와 인종분리 정책의 복구를 시도하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미국의 두 아프리카계 흑인 배우 겸 코미디언 리처드 프라이어(Richard Pryor), 크리스 록(Chris Rock)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학자인 아만다 포먼((Amanda Foreman) 심사위원장은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나 마크 트웨인(Mark Twain) 이래 찾기 힘든, 뛰어난 재치로 현대 미국사회의 심장을 파고들었다”고 수상작을 극찬했다. 그는 이 작품이 재치와 분노가 섞인 서술에 대중문화와 정치, 철학적 요소들을 녹여 “모든 사회적 금기(터부)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콩쿠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알려진 부커상은 1969년 ‘부커상’으로 시작해 2002년 금융서비스회사인 맨 그룹(Man Group)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맨 부커상’(The Man Booker Prize)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부커상은 시상식 때마다 수상작에 대한 추측과 내기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수상작은 책 판매량이 급증한다는 ‘부커상 효과’로도 유명하다.
부커상은 영국과 아일랜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작가들을 위한 시상식으로 출발했으나 2014년부터 모든 영어권 국가의 작가들로 후보 대상을 확대했다. 영국 문학계는 부커상의 최근 변화가 미국 문학의 장악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2014년에는 호주 작가 리차드 플래너건(Richard Flanagan)이, 2015에는 자메이카 출신 말런 제임스(Marlon James)가 수상했다.
올해 다섯 명의 부커상 심사위원들은 금주 화요일(25일) 5시간에 걸친 장시간의 논의 끝에 155개의 작품에서 추려낸 6명의 최종 후보작 중 만장일치로 폴 비티의 작품을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캐나다 작가 마들렌 티엔(Madeleine Thien)이 쓴 20세기 중국 격동의 역사 속,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Do Not Say We Have Nothing>을 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하다 <셀아웃>을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 중에는 또 다른 미국 작가 오테사 모쉬페그(Ottessa Moshfegh)의 소설 <아일린>(Eileen)도 있었다. 이 외에도 영국 소설가 그레이엄 마크래 버넷(Graeme Macrae Burnet)의 스코틀랜드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 <His Bloody Project>,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영국인 작가 데보라 레비(Deborah Levy)의 모자 간 트라우마를 다룬 소설 <Hot Milk>, 캐나다 출생 영국 작가 데이비드 살레이(David Szalay)의 분열된 유럽사회 속 남성성을 그린 <All That Man Is>도 포함됐다.
영국 런던 길드홀(Guildhall) 빌딩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찰스 영국 왕세자의 부인 카밀라 콘월 공작부인이 시상자로 참석해 비티에게 5만 파운드(호주화 약 8만 달러)의 상금을 전달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