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주 의사 단체들이 설탕이 함유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고 비만을 만성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수퍼마켓에서 한 고객이 탄산음료를 바라보고 있다(사진).
증가하는 비만율 타개 방안, “만성질병으로 인식해야...”
호주의 저명한 의사 단체들이 최근 설탕이 함유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고 비만을 만성질병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호주 가정의학회 ‘Royal Australian College of GPs’와 호주 내과학회 ‘Royal Australasian College of Physicians’, 호주 외과학회 ‘Royal Australasian College of Surgeons’를 대표하는 의과대학 대표자 위원회(The Committee of Presidents of Medical Colleges)가 국민 건강문제의 최대 원인인 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6가지의 행동계획을 제안했다.
이 계획에는 △비만을 만성질병으로 분류 △설탕 함유 음료에 세금 부과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인 비만 치료용 약품과 수술 활용 △모든 의학-보건 분야 전문가들에게 영양, 신체활동, 비만의 예방 및 관리 관련 트레이닝 제공 △건강한 음식 권장 △부모와 유아기 비만 예방 전략 확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의과대학 대표자 위원회의 닉 탈리(Nick Talley) 교수는 “위험을 감수하고도 엄청난 효과를 본 금연정책처럼 이제 살을 빼라는 말에서 더 나아가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확실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그는 “비만은 질병이며, 이제는 더 이상 ‘개인의 선택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Royal Australian College of GPs’의 회장 바스티앙 사이델(Bastian Seidel) 박사는 “환자들에게 권고하는 대로 우리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며 “의학계가 먼저 건강한 식단 문화를 주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학단체들도 의학대학과 병원, 대학교, 보건시설에서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제한이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면 이것이 좋은 본보기가 되어 건강한 분위기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WHO, ‘Sugar Tax’가
생명을 살린다... 권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미 비만과 충치 예방을 위해 세계 각국에 ‘설탕세(Sugar Tax)’ 도입을 촉구했다. WHO의 비전염성질병 예방국장인 더글라스 베처(Dr Douglas Bettcher) 박사는 정부가 설탕 함유 음료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비만으로 인한 고통을 줄이고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드니 비만 내과의사 조지아 리가스(Georgia Rigas) 박사는 많은 의사들이 비만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녀는 “국내에 승인된 세 가지의 비만 치료제가 있지만 모두 ‘국립 의약품 보조금 제도’(PBS, 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약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호주 국내 공공병원에서 겨우 12%의 체중감량 수술만이 행해졌다”며 “식이요법과 생활방식을 측정하는 것만으로 살이 빠지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의료계,
“우리가 변화시킨다”
비만은 급속도로 호주인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2014-15년 호주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과체중 또는 비만이며, 5-17세 어린이 4명 중 한 명이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시드니대학교의 보건정책 연구소인 ‘멘지스 센터’(Menzies Centre) 소장 엔드류 윌슨(Andrew Wilson) 교수는 “비만에 대한 호주 당국의 대응은 증가하는 비만율에 비해 현저히 느리다”며 신속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법적 규제, 과세, 교육만이 이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의료단체들도 이같은 제안을 지지하는 분위기다. 의과대학 대표자 위원회는 연방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수상과 수잔 리(Sussan Ley) 보건부 장관에게 해당 계획을 채택해달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