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및 성병감염 비율이 전체적으로 크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먼 외딴 지역 원주민 커뮤니티의 감염률은 지난 5년 사이 두 배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커비 연구소’ 연례 보고서... 정맥 마약주사 남용으로
전체 호주인들에 비해 원주민들의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 에이즈 바이러스) 및 성병 감염(STI. sexually transmitted infection, 성적 접촉에 의한 감염) 비율이 불균형적으로 증가했다는 새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고 금주 월요일(14일) ABC 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NSW대학교 전염병 면역 연구기관인 ‘커비 연구소’(Kirby Institute)의 연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것으로, 호주 전체 인구의 3%인 원주민 남성의 HIV 감염 비율은 5년 사이 6.2%에서 12.4%로 두 배나 증가했다.
반면 비원주민 호주인의 HIV 감염자는 전체 인구 중 12%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원주민들의 HIV 감염 사례는 비원주민들에 비해 이성애자 접촉이나 정맥 주사 마약 사용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남부 호주 보건의료연구소(South Australian Health and Medical Research Institute)의 건강 자문관인 제임스 워드(James Ward) 교수는 이 같은 수치에 대해 “HIV 감염자에 대한 치료와 예방 정책이 호주의 외딴 지역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드 교수는 “호주 원주민 대상의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에서 1차 보건의료 수혜자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것일 수 있다”며, “PrEPdnk 같은 HIV 예방 약품이 호주 동성애 커뮤니티처럼 호주 원주민 집단에 쉽게 채택되지 않은 게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워드 교수는 이어 “외딴 지역 사람들의 HIV 예방 및 치료를 증진케 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보건교욱 및 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커비 연구소의 이번 보고서는 HIV뿐 아니라 원주민들의 STI 비율 또한 상당히 높다는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들의 임질(gonorrhoea) 감염은 전체 호주인들에 비해 10배나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 사이 호주 전체의 임질 감염은 94%가 감소한 반면 원주민 커뮤니티의 임질 감염 감소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커비 연구소의 전염병리학자인 레베카 가이(Rebecca Guy) 교수는 이번 조사는 원주민 및 토레스 해협 도서민(Torres Strait Islander)들의 매독(syphilis) 감염 또한 전체 호주인들에 비해 6배가 높다고 전했다.
가이 교수는 원주민 사회의 STI와 관련, “매독의 경우 먼 외딴 지역에서 발병한 것”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 또한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주민들의 혈액매개 바이러스 치료 및 보건진료 서비스 확대에도 불구, 감염자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성 질환인 생식기 혹(genital warts)은 학교 예방접종으로 지난 9년 사이 감소했다. 가이 교수는 “성병 감염 관련 보건 프로그램이 원주민 커뮤니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생식기 혹 예방을 위한 HPV 백신 도입은 원주민 사회의 성병감염 예방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이래 원주민들의 생식기 혹 감소 비율은 91%에 달했다.
또한 지난 5년간 HIV 검사 및 치료가 늘어나면서 감염환자 확대를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HIV 치료를 받음으로써 바이러스 검출 수준이 한계 이하로 나타난 비율은 90% 이상에 달했다.
가이 교수는 HIV 검사 및 예방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되어야 함은 물론 호주 내 질병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HIV를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자체 검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