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주 정부가 호주 원주민 ‘잃어버린 세대’(Stolen Generations)에 대한 실질적 보상 계획을 의회에 상정키로 했다. 여기에는 7천300만 달러의 금전 보상 및 트라우마 치료도 포함되어 있다. 사진은 부모로부터 강제 분리되어 백인 가정 또는 백인 운영 시설에 수용된 원주민 아이들.
7천300만 달러 규모... 세대간 트라우마 치유 서비스 등 포함
NSW 주 정부가 타스마니아(Tasmania)와 남부 호주(South Australian)에 이어 호주 원주민 ‘잃어버린 세대’(Stolen Generations)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결정했다.
NSW 의회는 지난주 금요일(2일) 원주민 부모에게서 분리되어 강제로 백인 가정에 입양된 원주민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겪은 고통 및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7천300만 달러의 보상 지원 정책을 상정했다.
‘잃어버린 세대’는 호주 연방 및 각 주 정부가 백인과 원주민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호주화’한다는 명목으로 원주민 부모에게서 강제로 분리해 백인 가정에 입양시킨 정책으로, 지난 1905년부터 1969년까지 이어져 왔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1970년대까지 실시되기도 했다.
주 의회는 ‘백인-원주민 혼혈아 강제분리 정책’에 대한 첫 번째 국가 청문회 보고서인 ‘Bringing Them Home Report’의 검토(본지 1179호 보도)에 따라 12개월 간 청문회를 진행했다. 이에 따라 상정된 7천300만 달러 보상계획 안에는 원주민 피해자들을 향한 직접적인 보상금도 포함됐다.
“돈으로 상처 치유 불가능...”
희생자들 반발
하지만 ‘잃어버린 세대’의 원주민들은 어떤 보상으로도 자신들이 겪은 트라우마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한다.
리차드 캠밸(Richard Campbell)씨와 그의 네 형제들은 그가 8살이 되던 해 친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되었다. 그리고 악명 높은 킨첼라 보이스(Kinchela Boys)의 집으로 보내져 수년간 이곳에서 학대에 시달렸다.
“끔찍했다. 처음 그 집에 도착한 날 그들은 내 머리를 벨트로 묶었다. 옷을 벗겨 불태우고 머리를 삭발시킨 다음 온 몸에 흰색 가루를 묻혔다.”
이곳에 입양된 소년들은 본인의 이름을 잊어버리라고 강요받았고 대신 번호를 부여받았다. 리차드 캠밸씨에게 주어진 번호는 28번이었다.
그는 주 정부의 보상책이 당시 ‘원주민 동화정책’으로 잃어버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릴 수 없다고 반발했다.
‘킨첼라 보이스’에 보내진 소년들 중 한명이었던 제임스 미첼 웰시(James Michael Welsh)씨는 금전적 보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돈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도움이 될 것이며 피해자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환영이다”라고 말했다.
원주민 아이들을 수용하고 있던 ‘킨첼라 보이스’(Kinchela Boys)의 교실. 생존자들은 ‘킨첼라 보이스’에서 수년간 끔찍한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원주민 정책부 장관,
“보상은 상징적 의미 이상”
올해 초 레슬리 윌리엄스(Leslie Williams) NSW 주 원주민정책부 장관은 ‘잃어버린 세대’의 희생자들에게 공식 사과문을 전달했다. 그는 여기서 상징적인 사과가 아닌 금전적 보상을 통한 실질적 보상을 약속했다.
보상책은 피해자들에게 보상금 일시불 지급, 원주민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세대간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지원금, 피해 생존자들을 돕기 위해 설립된 4개 단체를 대상으로 10년 동안 지원할 수 있는 예산안 확보를 골자로 하고 있다.
호주 통계청(ABS) 데이터와 ‘잃어버린 세대’ 생존자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된 ‘Bringing Them Home Report’ 보고서에 의하면 가족들과 강제 생이별을 겪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학업성적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 ‘Bringing Them Home Report’에 나타난 ‘잃어버린 세대’의 특징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할 확률이 낮으며 안정적인 삶을 이어갈 확률 또한 낮다.
-위기에 처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을 확률이 3배 많으며, 배우자와 안정적이고 신뢰하는 관계를 가질 확률이 낮다.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에 체포될 확률이 두 배 높다.
-범죄자가 되어 교도소에 수감될 확률이 세 배 높으며 호주 원주민의 문화적 정체성을 잃어버릴 확률이 높다.
-불법 약물을 사용할 확률이 두 배 높다
■ NSW 주 정부의 보상 계획
-10년간 직접적 피해자 지원을 위한 ‘잃어버린 세대 기구’ 설립
-‘잃어버린 세대’들의 활동과 치유를 돕는 센터를 설립하고 그들의 보금자리 보존과 기념관 설립을 위한 500만 달러의 치유 자금 확보
-‘잃어버린 세대’ 사망 시 7천 달러의 장례 기금
-‘잃어버린 세대’ 생존자들의 정체성을 찾는 데에 필요한, 보다 나은 행정적 지원
-‘잃어버린 세대’ 자문 기관 설립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