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으로 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특히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는 여름철의 치명적 위험도 더욱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 ‘화재(산불)-상어공격-피부암-식중독’ 주의 조언
호주의 공식적인 여름 시즌은 12월1일 시작된다. 유난히 일찍 찾아온 더위로 인해 환경 관련 학계는 이상기온에 대한 우려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여름은 가장 위험한 시즌이기도 하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지난 주 목요일(1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각 전문가들의 조언을 모아 여름에 주의해야 할 가장 치명적인 위험 4가지를 언급했다.
■ 화재(산불)
지난 겨울(6-8월)은 두 번째로 비가 많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이는 그만큼 초목이 크게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에서 여름 시즌을 앞두고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 여름 더위가 극심할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다보니 소방당국은 올 여름, 산불이 많을 것을 우려하면서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산불 및 자연재해 연구기관인 ‘Bushfire and Natural Hazards Cooperative Research Centre’의 리차드 손튼(Richard Thornton) 박사는 “소방 당국이 지난 겨울 시즌의 초목, 특히 초원지대의 수풀이 빠르게 자란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수은주가 올라갈수록 수풀의 건조가 급속히 진행돼 일단 산불이 발생하면 그 확장속도가 상당히 빠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주 남부 지역 계절별 산불 예상 자료인 ‘Southern Australia Seasonal Bushfire Outlook 2016-17’의 지난 11월 전망은 올 시즌, 호주 전역의 산불 발생 조건이 다른 해에 비해 더욱 높아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손튼 박사는 “NSW 및 빅토리아(Victoria) 주, 특히 이 두 주의 서부 내륙 초원 지역의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산불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미지는 TV 뉴스의 영상을 통해 느끼는 것이 전부이겠지만 초원지대의 산불 또한 매우 강렬하며 빠르게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손튼 박사는 “대개의 사람들이 산불의 위험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연구센터의 조사 결과 많은 이들이 산불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그런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산불이 발생했을 때 그 피해 규모나 복구비용 또한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손튼 박사는 “호주 지역의 기후변화를 감안하면 올해의 경우 ‘Black Saturday’ 또는 ‘Ash Wednesday’ 규모의 산불발생도 예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lack Saturday’는 2009년 2월7일 빅토리아 주 400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다. 이 자연재해로 173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400명 이상이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산불이 발생하기 전인 1월30일까지 이 지역 낮 최고 기온은 43도 이상이 계속됐다.
또 ‘Ash Wednesday’는 1983년 빅토리아(Victoria)와 남부 호주(South Australia) 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빅토리아 주에서 47명이, 남부 호주에서 28명의 사망자, 8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가축 피해도 엄청나 34만 마리의 양, 1만8천 마리의 축우가 목장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었다. 2009년 ‘Black Saturday’ 이전까지 호주 최악의 산불 참사로 기록됐었다.
호주 기상청(Bureau of Meteorology)의 기상관측 책임자인 앤드류 왓킨스(Andrew Watkins) 박사는 “올해 5월부터 지난 10월까지 호주는 117년 만에 가장 비가 많았던 것으로 기록됐으며, NSW 주 또한 지난 2011년 이래 가장 수분이 많은 봄 시즌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발생 위험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호주는 117년 만에 가장 비가 많았다. 이 때문에 수풀이 무성해졌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여름이 되면서 산불발생 위험도 더욱 커졌다.
■ 상어 공격
NSW 주의 경우 상어 출몰이 가장 잦은 해변은 바이런 베이(Byron Bay)와 인근에 있는 발리나(Ballina) 해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휴가 계획을 바꾸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서던 크로스대학(Southern Cross University) 해양생태계 학자인 다니엘 부처(Daniel Bucher) 박사는 “NSW 주 해변의 경우 상어 출몰이 많아 휴가를 취소하는 이들이 많다는 소식을 들었다”면서 “하지만 여러 건의 해변 상어공격 뉴스에도 불구하고 상어에 물려 목숨을 잃는 사례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해변 감시 시간에 치명적인 상어 공격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처 박사는 NSW 북부 해안,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 남서부 해변 지역을 상어출몰 ‘hot spots’로 언급하면서 무인 비행선인 ‘드론’(drone)을 비롯해 바이런 베이 지역 상어감시 프로그램 활동 결과를 보면 오히려 NSW 북부 해안이 상어 공격으로부터 더 안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상어들은 얕은 해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변을 즐기는 이들은 폭풍이 지난 후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역, 또 황혼 무렵에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수심이 깊은 바다의 파도에서 서핑을 즐기는 이들은 전자파 감시로 상어 출몰을 알려주는 ‘상어막이’(shark shield)를 서핑 보드에 설치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이다.
한편 온라인 비교 사이트인 ‘Finder.com.au’가 작성한 ‘Global Shark Attack’ 자료에 나타난 것으로, 지난 1990년 이래 NSW 주 해변에서 불식간에 발생한 상어 공격은 295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상어에 물려 사망한 사례는 42건이었다(본지 1722호 보도). 특히 지난 26년간 NSW 주에서 바이런 베이(Byron Bay)는 상어 출몰이 가장 잦아 12건의 공격이 발생했으며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드니 하버(Sydney Harbour)는 호주 전역에서 상어 출몰이 잦은 지역 세 번째 순위를 기록했으며, 사람을 공격한 사건은 5건이었다. 시드니사이더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변 중 하나인 본다이 비치(Bondi Beach)도 3건의 상어 출몰로 발리나의 레녹스 헤드와 함께 다섯 번째 순위로 집계됐다.
시드니 노던 비치 지역(northern beaches)의 모나 베일(Mona Vale)도 뉴카슬(New Castle)처럼 상어 차단 그물을 설치했으나 상어 출몰이 자주 발생한 지역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어 공격이 잦았던 13곳의 해변 중 NSW 외 지역으로는 3개 주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부 호주(Western Australia)의 코테슬로 비치(Cottesloe Beach)에서는 4차례의 상어 공격이 있었으며 이중 2명이 사망했다.
상어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례는 서부 호주(WA)에서도 많아 1990년 이래 총 17명에 달했다. 빅토리아(Victoria) 주 벨스 비치(Bells Beach), 남부 호주(South Australia) 미들턴 비치(Middleton Beach)도 상위 13개 해변에 포함됐다. 이들 두 비치 모두 서퍼들에게 사랑받는 해변이다.
빅토리아 주의 경우 지난 26년 사이 상어 공격은 16건이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없었다. 아울러 타스마니아의 경우 해변에서의 상어 공격은 5건이 발생했으며 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해안 가운데 상어 출몰이 가장 많은 곳은 NSW 주이며, 특히 북부 해변의 경우 상어공격 빈도도 가장 높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 피부암
햇살이 강렬한 호주 날씨로 인해 피부암(skin cancer)은 호주의 가장 흔한 암이기도 하다. 이 피부암으로 인한 의료비 지출은 연간 10억 달러 이상에 달하며 매년 2천명 정도가 피부암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집계되어 있다. 또한 70세까지 피부암 진단을 받는 이들은 3명 중 2명에 달한다.
강한 햇볕으로 피부가 탈 경우 피부암의 가장 치명적인 흑색종(melanomas) 발생할 가능성은 95%에 달한다. 이를 인식시키는 정부 차원의 캠페인이 치명적 피부암 발생을 줄이기는 했지만 매 여름 400만 명 이상이 맨 피부로 외출을 하고 있다.
호주 암위원회(Cancer Council Australia) 대표인 산치아 아란다(Sanchia Aranda) 교수는 “강한 햇볕에 피부가 타는 데는 불과 수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햇볕에 피부를 살짝 태우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피부가 햇살에 타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고 우려했다.
아란다 교수는 이어 “여름철, 사람들은 무더위보다 자외선 수준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구름이 끼거나 기온이 낮은 날에는 피부가 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호주의 자외선 수준은 매우 높으며 특히 여름 시즌에는 매일 이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녀는 햇살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피부보호 의상, 모자, 그늘 찾기, 선글라스 착용, 선크림 바르기 등 5가지 방비책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크림은 야외로 나가기 20분 전에 바르는 것이 좋으며 매 2시간마다 새로 발라줄 것, 그리고 햇살 아래서 장시간 머루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란다 교수는 “피부암은 쉽게 치료할 수 있는 병으로, 다만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며 “따라서 정기적으로 피부암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햇살이 강한 호주에서 피부암(skin cancer)은 호주에서 가장 흔한 암의 하나로 치료가 쉽지만 매년 이로 인한 사망자는 2천 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자외선이 강한 여름, 외출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 식중독
호주 식품안전 당국인 ‘Food Safety Information Council’(FSIC)은 무더운 여름날, 특히 야외 행사장에서의 음식은 여름철 음식 질병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FSIC의 레이첼 윌리엄스(Rachelle Williams) 의장은 연간 호주의 식중독 발생은 410만 건에 이른다면서 “식중독은 여름 시즌 호주인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 문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실내 온도가 높을수록 박테리아 발생 확률도 더 높아진다”면서 “음식물은 반드시 냉장고의 적정 온도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여름 시즌에는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음식을 준비해 가지고 나가 먹기 때문에 일정 시간 고온에 노출될 수밖에 없이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뿐 아니라 자연재해로 정전 발생 빈도도 높아지는데, 만약 정전상태가 8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식재료를 곧바로 조리하거나 폐기하는 게 좋다.
윌리엄스 의장은 이어 야외 바비큐 등에서 식중독 위험을 줄이기 위해 조리된 음식물은 반드시 깨끗한 접시에 담아 아이스박스(Esky)에 담아두고, 야외에서 2-3시간을 보낸 음식물을 집으로 가져왔을 때는 냉장고의 장기보관 케이스보다 즉시 먹어야 하는 아래칸에 보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름철 고온에서 상한 음식물로 인한 식중독 발생 건수는 연간 410만 건에 달하고 있다. 사진은 현미경으로 관찰된 식중독균 항원 ‘살모넬라 타이피뮤리움’(Salmonella typhimurium).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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