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100달러 지폐. 근래 들어 100달러 지폐 통화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연방 정부가 탈세를 단속하고 불법적 현금거래를 막는 차원에서 고액권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금거래 차단 의도 포함... 금융서비스부, 적극 검토
턴불(Malcolm Turnbull) 정부가 ‘100달러’ 짜리 지폐의 폐지를 검토하고 불법적 현금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시드니 모닝 헤럴드가 금주 수요일(14일) 보도했다.
연방 금융서비스부 켈리 오드와이어(Kelly O'Dwyer) 장관은 “호주의 지하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15%로, 210억 달러에 달한다”며, “현금을 사용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거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채 탈세에 악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드와이어 장관은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 사 전 최고경영자인 마이클 앤드류(Michael Andrew)씨가 이끄는 태스크포스(전담반)을 구성해 고액권 폐기 여부를 논의하고 관련 범법 행위를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프랑스의 1000유로 이상 현금거래 금지법’과 ‘현금거래 기업들에게 조세당국이 확인할 수 있도록 허가된 금전 등록기 사용을 의무화’했던 스웨덴의 정책을 참고하기로 했다.
최근 호주 연방준비은행(RBA)은 전자결제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100달러 지폐의 통화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RBA에 따르면 100달러 지폐 통화량 증가는 20년 전에 비해 5배 증가해 한 사람 당 12장을 소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가장 널리 사용되는 20달러 지폐보다 6장 이상 더 많은 수치이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100달러 지폐의 발행 규모는 장기 성장비율 7%를 웃도는 9%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6% 증가한 50달러와 2% 증가한 20달러보다 높다.
연방 금융서비스부 켈리 오드와이어(Kelly O'Dwyer) 장관. 그녀는 “호주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5%로 210억 달러에 달한다”며 고액지폐 폐기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고액지폐는 환율 변동에 따른 해외수요 증가와 탈세 등을 이유로 사용이 확대되면서 최근 명목소득 성장률보다 높은 발행률을 보이고 있다고 RBA 연례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100달러 지폐의 폐기 여부에 관해 오드와이어 장관은 “태스크포스의 결정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검은돈’을 근절하기 위한 고액권 폐기 움직임은 인도와 유럽에서 먼저 진행됐다. 인도 정부는 올해 11월 화폐 개혁안을 발표하며 500루피와 1000루피 등 고액권 2종을 폐지하기로 결정했고 “탈세를 근절하기 위한 ‘대수술’”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지하경제의 불법 현금 거래는 전체 현금 거래의 85%에 달한다.
유럽중앙은행도 지난 5월, 500유로 지폐의 발권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호주에서 50달러와 100달러 지폐는 현금 거래의 92%를 차지한다. RBA 전 관계자인 피터 마이어(Peter Mair)씨는 ‘100달러 지폐 폐지 검토’ 관련 질의-응답을 통해 100달러와 50달러 지폐를 모두 폐기할 것을 제안했다. 이 지폐들에 유효 일자를 부여하고 그 기간 안에 환수되지 않으면 5년 후 이 지폐의 가치는 사라지게 되고 돈으로 바꿀 수 없게 된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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