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밤 문화 파괴의 핵심으로 겨냥된 마이크 베어드(Mike Baird) 주 수상. 시드니 예술가인 스콧 마쉬(Scott Marsh)씨가 주류제공 시간을 제한한 베어드 수상을 비난하면서 그가 유흥업소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벽화로 그리고 있다.
유흥업 영업시간 30분 연장, ‘보틀숍’ 판매는 1시간 확대
시드니 대표적 유흥지구인 킹스크로스(Kings Cross)를 비롯해 도심 CBD 지역 대상의 주류제공 업소 영업시간 단축 및 NSW 주 전역의 ‘보틀숍’(Bottle shop, Liquor shop) 영업시간 제한을 담은 ‘Lockout Laws’가 다소 완화됐다.
음주로 인한 폭력사건을 막는다는 취지로 지난 2014년 시행된 이 새로운 ‘음주법’은 실질적으로 폭력사고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반면 해당 지역의 영업 손실을 초래해 유명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수많은 실업자를 만들어냄으로써 많은 논란이 이어져 왔다.
NSW 주 베어드(Mike Baird) 정부는 2014년 2월 이 법을 발표하면서 2년간의 시행 후 재검토 시간을 갖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올해 초 이안 컬리넌(Ian Callinan) 전 고등법원 판사가 정부 의뢰로 이 법을 재검토, 그 보고서를 정부에 전달한 바 있다.
NSW 주 마이크 베어드 수상은 컬리넌 전 판사가 검토 보고서를 제출한 지 3개월이 후인 지난 주 목요일(8일), “이 법의 시간 규정을 변경하기로 했으며, 그 시행은 내년 1월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주 정부의 결정은 주류제공 업소의 영업시간을 30분 연장하는 것과 NSW 주 전역의 알코올 판매숍인 보틀숍 영업시간을 밤 10시에서 11시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2년간 시험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으로, 2년 시행 후 다시 검토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방침이다.
올해 초부터 약 6개월에 걸쳐 이 법을 검토한 컬리넌 전 판사는 보고서에서 ‘Lockout Laws’의 영업시간을 연장, 손님 입장 시간을 오전 2시까지 늘이고, 기존 손님에 대한 주류 제공은 오전 3시30분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잇을 것이라고 조언했으며, 2년간 시험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컬리넌 전 판사는 또한 ‘보틀숍’에 대해서도 밤 10시까지의 영업시간을 한 시간 연장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컬리넌 전 판사는 ‘Lockout Laws’의 완화가 시드니 고밀도 지역의 음주 소비를 부추기는 위험이 있으며, 보틀숍 영업시간 연장 또한 가정폭력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경고했다.
주 정부는 컬리넌 전 판사의 검토 보고서에서 권고한 내용을 수용하기로 결정했으며, 이로써 약 3년 전 이 법의 도입으로 잃었던 야간업소들의 활기를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검토 보고서의 건고 내용 중 주 정부가 채택하지 않은 유일한 내용은 ‘보틀숍’ 영업시간으로, ‘알코올 가정배달 시간을 12시까지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베어드 수상은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완전한 변경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Lockout Laws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전제한 뒤 “규정을 완화함으로써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는 지속적으로 폭력 관련 사건 수치를 살펴볼 것이며, 영업시간 연장이 폭력발생과 무관하면 더 완화가 이루어지되 반대 현상이 나타나면 제한조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안 및 경찰부의 트로이 그란트(Troy Grant) 장관은 ‘Lockout Laws’ 해당 지역에 대해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구역 설정은 정부 관계자들이 결정할 것”이라며 “진보적 관료들이지만 여기에 스트립 클럽은 포함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Lockout Laws’ 변경 내용에서 스몰 바(small bar) 또한 혜택 대상에 포함됐다. 최대 수용인원을 60명에서 100명까지 허용하며 영업시간도 자정에서 오전 2시까지 연장됐다.
정부는 주류판매허가(liquor licensing) 규정을 변경해 NSW 주 ‘삼진아웃제’(three-strikes regime. 같은 규정 위반을 세 차례 했을 경우 적용하는 것) 아래 관련 규정 위반시 업주가 아닌 업체의 면허를 취소시키고, 카페처럼 음주관련 폭력사건 문제가 적은 업체들이 주류 판매 라이센스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정부 결정에 대해 호주의료협회(Australian Medical Association. AMA)는 “시드니 CBD와 킹스크로스 일대의 주류판매 시간 연장은 ‘타협안’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보틀숍 영업시간 연장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남아 있다.
AMA NSW의 회장인 브래드 프랭컴(Brad Frankum) 교수는 “알코올 공급이 폭력과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국제적 증거가 있다”면서 “알코올 섭취가 많을수록 폭력발생 빈도 또한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반면 호주 호텔협회(Australian Hotels Association. AHA)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단계”라는 말로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AHA NSW 지회의 주류정책 담당인 존 그린(John Green)씨는 “오후 10시가지의 ‘보틀숍’ 영업시간 제한이 주 전역의 호텔 영업에 큰 타격을 주었다”고 주장했다.
시드니 상공회의소(Sydney Business Chamber) 또한 규정 변경을 반기는 입장이다. 이 단체의 패트리샤 포사이스(Patricia Forsythe) 대표는 “이번 조치는 시드니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 정부는 킹스크로스 및 도심 CBD 지역 내 업소에 대한 주류공급 신규 라이센스를 2018년 중반까지는 발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NSW 주 정부의 ‘Lockout Laws’는 킹스크로스 지역에서 발생한 음주 상태의 ‘묻지마 폭력’으로 10대 청소년 토마스 켈리(Thomas Kelly)와 다니엘 크리스티(Daniel Christie)가 연달아 목숨을 잃음으로써 폭력 발생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NSW 범죄조사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Lockout Laws’ 도입으로 킹스크로스 일대의 폭력 사건은 45.1%가 감소했으며 시드니 도심 CBD 일대의 폭력 또한 20.3%가 줄었다.
그런 반면 이 법의 적용 지역에 있는 사업체들도 엄청난 타격을 받아 유명 업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으며, ‘Lockout Laws’를 반대하는 시드니 지역 시민단체인 ‘Keep Sydney Open’ 측은 시드니의 야간 유흥과 라이브 음악 문화가 파괴되었다며 이의 철회를 요구해 왔다.
또한 마이크 베어드 주 수상은 ‘Lockout Laws’의 적용 대상에 피어몬트(Pyrmont)소재 스타 카지노(Star casino)와 제임스 패커(James Packer)가 추진하는 바랑가루(Barangaroo) VIP 카지노는 제외시킴으로써 엄청난 비난을 받았으며, ‘Casino Mike’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