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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학생들의 학업성취 평가인 PISA와 수학 및 과학 평가인 TIMSS 결과를 높고 국제시험의 문화적 선입견, 방법, 합법성에 관한 회의론적 시각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은 PISA 시험을 치르는 호주 15세 학생들.

 

부모의 역할 부족, 느슨한 학교 분위기, 스마트폰 등 지적

 

호주 교육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PISA 2015’(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2015) 결과에 따르면 평가에 참여한 70개국 중 만15세 호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과학, 읽기, 수학 부문에서 상위권 국가 학생들보다 2년 뒤쳐져 있을 뿐만 아니라 호주 국내 평가에서도 학생들의 수준이 과거보다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본지 1222호 보도).

이와 관련, 지난 주 금요일(9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호주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뒤쳐지는 원인을 분석, 눈길을 끌었다. 신문은 최근 감정 논쟁으로 번진 호주 교육 시스템에 관한 이슈를 증거에 기반해 객관적으로 진단했다는 평가이다.

 

▲ 교육에 가치를 두지 않는 부모= NSW 주에서 오랜 교사 경력을 가진 주디(Judy)씨는 호주 교육 시스템에 관한 논의에서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학생들의 학업 수준이 오르지 않는 요인 중 하나는 학부모들이 교육에 부여하는 가치가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객관적으로 수치화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일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퀸즐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에서 진행한 종단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릴 적부터 가정에서 독서를 많이 하며 자란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학업 성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 책이 많다는 것은 부모가 독서와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움을 중시하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교사에게도 힘든 일이다.

NSW 주 중등교육교장연합(NSW Secondary Principals Association)의 크리스 프레슬랜드(Chris Presland) 대표는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아무리 바빠도 부모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모가 제 역할을 못하면 교사들이 열심히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이다.

 

▲ 느슨한 학교 분위기= 교실에 교사가 들어오면 일제히 일어서서 인사하고 밤을 새서라도 꼬박꼬박 숙제를 해오는 것이 보편적인 동아시아 국가 학생들의 국제적 학업 수준은 대부분 상위권을 유지한다. 엄격한 학교 규율과 학업 성적에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다. 또한 좋은 시스템을 가진 유치원을 다닌 것도 높은 학업성적과 관계가 깊다고 한다.

어쩌면 강제성 없이 익명으로 치러진 PISA 시험에 호주 학생들이 안일하게 임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캔터베리 걸스 하이스쿨(Canterbury Girls High School)의 학생 팔로마 잭슨 보간(Paloma Jackson-Vaughan)은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장 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의미 없는 시험에 에너지를 쏟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학생들의 사고를 멈추게 만든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만 독서나 야외 활동, 사회생활을 저해하는 어두운 면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 작은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을 살아가는 10대들에게 두뇌 개발이 무슨 의미이겠는가.

IT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씨는 저서 <The Shallows>(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과다하게 사용하게 되면 고도의 집중력과 문제해결 능력이 저하되고 주의가 산만해지며 ‘수박 겉핥기’ 식의 태도를 갖게 되기 쉽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15세 호주 학생들이, 선배들이 풀었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성공적인 공교육 정책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 전문가 파시 살베르그(Pasi Sahlberg) 교수도 이 같은 디지털 기술의 폐해를 우려했다. 그는 PISA 시험에서 2009년 이후 핀란드 학생들의 읽기 점수가 하락하고 있는 것도 스마트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똑같은 교육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이 드라마틱한 변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국제학업 수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 학생들의 이번 PISA 2015 읽기 점수가 하락한 원인도 디지털 기술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빠르게 발전하는 실리콘벨리 IT, 마케팅 업계와 비교해 교육계의 움직임은 더없이 느려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캐나다에서 10년에 걸쳐 진행한 연구 ‘Growing Up Digital’은 예비결과를 통해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쉽게 피곤함을 느끼고 주위가 산만하며 집중력이 낮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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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헬 구리아(Angel Gurría) OECD 사무총장(사진)은 올해 PISA 결과를 발표하면서 호주 학생들의 평균적인 학업 수준이 하락하고 있는 데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 의미 없는 PISA 테스트?= 문화적인 차이에 따라 PISA나 TIMSS(수학 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연구)같은 국제 테스트의 타당성과 방법론에 관한 회의적인 시각이 다분하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전 세계 학생들을 무작위로 뽑아 진행한 이 시험결과를 어떻게 믿고 광범위한 교육 시스템을 설립하는 데에 근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교사이자 호주교육자연합(Australian Tutoring Association)의 모한 달(Mohan Dhall) 회장도 “PISA 테스트를 통해서 국가 간 학생들의 수준을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PISA는 비슷한 대상을 비교하는 척도가 되지 않는다”며,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호주 교육 환경의 특성상 교사들은 학생들이 요구하는 다양한 학습방법을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성공한 교수법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호주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호주 학생의 PISA 순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아직 호주 학생들의 학업 수준은 OECD 평균 이상이다. PISA에 참가한 72개국 중 호주의 경우 과학은 14위, 읽기는 16위, 수학은 25위를 기록했다. 이는 전 과목에서 영국, 미국, 프랑스보다 앞선 순위이며, 대부분의 상위권 국가들은 뉴질랜드와 캐나다를 제외하고 싱가포르, 홍콩, 핀란드와 같은 단일 문화권 국가들이다. 호주같이 다문화권 국가들은 교육 정책을 세우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하다.

지금까지 제시된 원인들은 모두 국제학업수준 평가 결과를 외부적인 측면에서 설명하기에 일리가 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해 뒤처지는 호주 내부의 국가적 학업 수준 하락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 교사들의 자질 부족= “호주 교육 시스템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이번 PISA 결과 발표 후 사이먼 버밍엄(Simon Birmingham) 연방 교육부 장관이 한 말이다. 그런데 정확히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A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버밍엄 장관은 “교사의 자질이 당연 가장 큰 학교 내부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 정책에 있어 가장 우선시되는 사항은 교사의 자질이며, 교사들이 충분한 트레이닝을 받고 계속해서 직업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학생들이 15년 전 같은 또래 학생들보다 읽기 능력에서 10개월이 뒤쳐져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교사들이 15년 전만큼 잘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나 교사들 사이에서 교수 방법과 자질에 관한 논의는 그렇게 활발하지 않다. 대학교들이 교사들의 어려움을 감안해 입학 조건을 낮춘 것을 두고 암묵적인 의혹이 있기는 해도 말이다.

호주는 심지어 자질 있는 수학교사가 부족해 비전공자가 수학을 가르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학업 성취도가 높은 상위권 국가들은 일류 교사들을 채용하는 데 아주 적극적이다. 일례로 싱가포르와 홍콩은 학교 성적 상위 30% 안에 드는 졸업생만이 교사가 될 수 있으며, 핀란드와 한국은 그보다 더 치열해 상위 10%안에 들어야 한다.

그러나 “호주에서는 학교 성적이 중간 이하인 졸업자들도 교사가 될 수 있다”고 호주 교육연구의회(Australian Council for Education Research)의 게오프 마스터스(

Geoff Masters)는 지적한다.

NSW 주는 지난 해 HSC(NSW 주의 대학입학 평가시험)에서 최소 3과목 80점 이상의 점수를 얻은 상위 30% 학생들에 한해 사범대 입학을 허용하는 정책을 도입했다(본지 1195호 보도).

호주 공공정책 싱크탱크인 ‘그라탄 연구소’(Grattan Institute)의 피터 고스(Peter Goss) 연구원은 “현직 교사들의 지속적인 경력 개발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NSW 주의 교수 프로그램 ‘Targeted Teaching’을 예로 들었다. 처음 50개 학교에서 시작되어 400개 학교로 확장될 만큼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 많은 교사 지도자들로부터 다른 교사들이 가르침을 받고 있다. 이는 교내 활동을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 잘못된 예산 투자=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교실은 더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한다. 학부모와 교사들에게는 좋지만 대규모 교실과 비교해 학생들의 학업 성적에는 큰 차이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OECD 교육정책 사무국장 안드레아 슬레이처(Andreas Schleicher)씨는 소규모 교실과 좋은 교사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질 좋은 교사를 택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페어팩스 미디어(Fairfax Media)는 올해 9월 조사를 통해 호주 내 일부 상위권 사립학교들이 정부 지원금 ‘학교 재원 표준’(School Resourcing Standard)보다 세배 가까운 수백만 달러 이상의 재정 지원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학생 한 명당 배정되는 정부 지원금이 더 적은 사립학교는 수영장에 카메라를 설치할 돈이 있고, 더 많은 금액이 배정된 공립학교는 교내 물품을 교사들이 자비로 구매하는 부당함이 드러난 것이다.

공립학교는 상대적으로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 기관이다. 2013년도 조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학생들의 82%가 공립학교(public schools)에 진학하고, 12%가 가톨릭 학교, 6%만이 사립학교(independent schools)에 진학한다. 또한 84%의 원주민 학생들과 77%의 장애 학생들이 공립학교(state schools)에 진학한다.

호주교육연구협의회(ACER, Australian Council for Educational Research) 연구원인 수 톰슨(Sue Thomson) 박사는 “정부는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유는 그 돈이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학생들의 성적 향상이 더딘 학교에 더 많은 예산이 배정되는 것이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길이고, 이것이 호주 전체 교육 시스템을 향상시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 불공평한 호주의 교육 시스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가정에서 자란 하위 25% 15세 학생들은 평균적으로 상위 25% 학생들보다 교육적으로 3년이 뒤쳐져 있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왜 아이들의 교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톰슨 박사는 “교육적 환경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부모의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혜택 받은 또래 학생들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접하지 못하게 되고, 독서를 적게 하고, 돈이 있는 가정의 또래 아이들보다 적게 경험하고, 가족 수가 많아 공부할 공간과 환경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고, 교육에 가치를 두지 않는 부모 밑에서 자라 공부하는 데에 있어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수요에 기반한 곤스키(Gonski) 지원 모델이 고안된 이유다.

NSW 교사 연합(NSW Teachers Federation)의 모리 멀헤론(Maurie Mulheron) 회장은 오히려 “PISA 결과에 사람들이 놀라는 것이 더 놀랍다”고 말한다. 그는 “PISA 결과는 곤스키 연구가 발표한 보고서의 재탕일 뿐”이라며, 호주 학교들의 심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우려했다.

평등과 양질은 세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향한 가장 최고의 조건이다. 앙헬 구리아 (Angel Gurría) OECD 사무총장은 지난 12월6일(화) 런던에서 2015 PISA 결과를 발표하며 “일본, 홍콩, 에스토니아에서는 20%의 가장 혜택 받지 못한 학생들도 OECD 회원국 평균 학업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다. 그들들 질 높은 교습에 중점을 둔다. 또한 가난한 학생들과 학교에 더 많은 교육적 자원을 제공하며 장기적 전략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김진연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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